숫타니파타
이주성 역해 / 지식과감성#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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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과감성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무소는 코뿔소의 불교적 또는 문학적인 표현이다. 외부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내면에 집중해서 진정한 행복을 찾으라는 비유다. 나는 공지영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책의 제목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 책 1장인 '기어다니는 것의 장'에서 10페이지에 걸쳐 후렴구처럼 계속 나오는 말이다.

숫타니파타(Sutta Nipāta)는 팔리어로 경전들의 모음이라는 뜻이다. 이 책은 가장 오래된 불교 최초의 경전으로 부처님의 육성이 가장 잘 담겨 있다. 시(詩)의 형태인 게송(偈頌)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시라고 하고 불교에서는 게송이라 부른다고 생각하면 된다. 스님들이 시를 암송하거나 읊조리면서 수행을 한다고 하면 이상한데, 게송을 암송하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수행에 집중한다고 하면 멋있다. 유명한 법구경도 게송으로 되어있다.

이 책은 경전이므로 부처님의 말씀을 전할 뿐 저자의 생각이나 의견을 보태지 않았다. 저자는 숫타니파타의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한 문장 한 문장씩 풀어나가면서 번역을 했는데 본인도 모르게 이 작업에 깊이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특징이라면 원문에 있는 어려운 말들을 아주 상세하게 풀이해 놓은 점이다.

저자가 숫타니파타를 처음 접한 것은 법정 스님이 번역한 숫타니파타였다. 법정 스님이 번역해서 소개한 숫타니파타는 일어의 중역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읽다 보니 문맥이 잘 연결되지 않았고,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 옥에 티와 같은 부분을 원전의 운율까지 최대한 살려서 이 책에 담았다. 그냥 번역하기만 해도 어려울 것 같은데 운율까지 고심해서 살려 내신 게 대단하다.

덴마크의 동양 언어학자 미하엘 비고 파우스뵐(Michael Viggo Fausbøll)은 1881년 옥스퍼드 클라랜든 출판사에서 팔리어 원전의 영역본을 발간한다. 그것을 1885년 런던의 '팔리 원전 연구회(The Pali Text Society)'에서 재발간 했는데, 이 파우스뵐의 영역본을 PTS 본이라고 한다. 이후 이 PTS 본은 영어권 숫타니파타 연구의 기본 텍스트가 되었다. 저자가 몇 년에 걸쳐 번역한 이 책도 이 PTS 본이다.

나는 팔리어를 입력하면 영어로 해석해 주는 웹사전까지 이용해서 번역한 저자의 노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웹사전을 저자는 'PTS 사전'이라고 한다. 단어 하나의 정확한 뜻을 찾아내기 위해 고심한 흔적은 주석을 보면 바로 확인해 볼 수 있다.

숫타니파타는 1장 : 사품(蛇品) - 기어다니는 것의 장(Uraga-vagga), 2장 : 소품(小品)- 나아가는 것의 장(Kula-vagga), 3장 : 대품(大品) - 훌륭한 것의 장(Maha-vagga), 4장 : 의품(義品) - 팔구의 장(Atthaka-vagga), 5장 : 피안도품(彼岸道品) - 피안으로 가는 길의 장(Pārāyana-vagga)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팔리어의 원전을 최대한 우리가 이해할 수 있게 사품이라면 뱀 이야기인가 했을 텐데, 기어다니는 것의 장이라고 표현해서 이해가 쏙쏙 된다.

이 경전을 읽기 전에 각 장의 내용을 이해하고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1장은 단편집들을 모아 놓은 것이고, 2장은 부처님의 설법 내용, 3장은 석가모니에 관한 최초의 전기인 부처님의 생애, 4장은 부처님의 핵심 가르침인 8게송, 5장은 문답을 통해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을 알려준다.

나는 <바가바드기타>와 <숫타니파타>가 어떻게 다른가 했더니 아주 간단하게 전자는 힌두교, 이 책은 불교의 정전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 책이 좋았던 게 개인의 해탈을 다루고 있어서다. 바가바드기타는 신에 대한 의무와 헌신을 통해 영적 해방에 이르는 크리슈나 신과 아르주나 왕자의 대화라고 한다.

나에게는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일상에서 적용 가능한 지혜를 담은 구절을 읽으며 무소유, 자비, 평화와 같은 단어들로 마음의 쉼을 얻었다. 매일 조금씩 읽고 명상이나 수행을 통해 가르침을 내면화하거나, 불교 관련 모임에서 다른 분들과 함께 공부하기도 좋은 교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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