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툰 3 - 환경 고전툰 3
강일우.김경윤.송원석 지음, 뉴스툰(이강혁) 그림 / 펜타클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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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앞서 출간된 『고전 툰』 정치와 경제 편에 이어 환경 편이 나왔다. 환경에 대한 5권의 고전 속 지혜를 다룬다. 인간의 변하지 않는 본성과 세상의 흐름을 함께 느끼고, 생각해 볼 수 있게 기획된 책이다.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울림을 주는 고전, 청소년들에게 진짜로 말을 걸 수 있는 책을 엄선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나의 생각이 자라서 타인을 이해하게 되고, 사회를 함께 고민하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생길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5권의 고전은 히스토리, 다이제스트, 고전툰, 북토크의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히스토리 : 저자가 살았던 시대와 이 책이 쓰인 배경을 알려준다.

다이제스트 : 각 고전의 핵심 메시지

고전툰 : 고전의 핵심 내용을 만화로 소개한다.

북토크 : 지성인들의 가상대화


나는 북토크가 가장 유용했다. 참여자들의 사상을 대화 형식으로 이야기해서 기억이 잘 되고,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며, 토론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토크의 마지막은 "당신이 환경보호를 위해 행동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와 같은 질문을 하나 던지고 북토크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핵심 메시지를 정리해 준다. 


정약전형은 우리 자신과 미래세대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치코 멘데스형은 개발로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하기 위해, 아르네 네스형은 인간의 쓸모와 무관하게 모든 생명체는 그 자체로 소중하기 때문에라고 정리해 주는 형식이다. 


셋 다 맞는 말이지만 나는 미래세대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라는 정약전형이다. 개발로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와 모든 생명체는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말은 직접적으로 와닿지가 않아서 아들이 관련된 미래 세대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라고 택했다. 이렇게 자신만의 생각과 의견을 말해보는 연습이 유용했다.


북토크에서 베이컨이 말한 대로 모든 플라스틱이 생분해 소재로 바뀐다면 더 이상 환경 오염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다 생각했는데, 생분해 플라스틱은 특정 온도와 습도 조건이 맞아야만 분해가 된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집 앞 편의점에서 생분해 봉투를 달라고 하는 대신, 불편하더라도 장바구니를 휴대하기로 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5권의 고전과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Silent Spring)』은 살충제로 인해 새들이 모두 죽어버려 봄이 와도 더 이상 새소리를 들을 수 없는 황량한 미래를 상징한다.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이 생태계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경고하며 결국 DDT 사용 전면 금지 조치가 내려지고, 전 세계적인 환경운동 확산에 기폭제가 되었다.


알도 레오폴드의 『모래 군(郡)의 열두 달(A Sand County Almanac)』은 사계절에 걸친 관찰과 사색을 통해, 인간이 자연을 하나의 생태 공동체로 인식해야 한다는 '토지 윤리'를 정립한 고전이다. 나는 모래군이라는 말에 모래를 의인화한 소설인 줄 알았는데 모레군은 위스콘신 주에 있는 샌드카운티라는 황폐한 모래땅 지역이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Walden)』은 소로가 직접 오두막을 짓고 월든 호숫가 숲속에서 자발적 은둔 생활을 기록한 책이다. 단순한 삶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탐구한다.


조지 퍼킨스 마시의 『인간과 자연(Man and Nature)』은 벌채, 관개, 토지 개간 등 인간의 활동이 기후와 지형, 생태계를 어떻게 변형시키는지 체계적으로 분석하며, 인간 문명이 자연을 파괴하는 강력한 지질학적 힘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 환경운동의 경전으로 불리는 책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는 흑산도 유배 시기에 직접 조사·채집·관찰한 바다 생물들을 종류별로 기록하고 서식 환경과 용도까지 상세히 정리한 실용 중심의 백과사전이다.


다섯 권의 다이제스트만 읽어도 환경 문제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다. 나는 북토크가 가장 재밌었다. 자연을 연구하는 것은 좋지만 파괴하면,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서 결국 인간도 멸망한다. 자연과 인간은 하나의 생명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레이첼 카슨이 DDT로 새가 사라진 침묵의 봄을 경고한 것도, 알도 레오폴드가 토지 윤리를 역설한 것도,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숲속에서 단순한 삶을 실천한 것도, 조지 퍼킨스 마시가 인간의 활동이 기후와 생태계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분석한 것도, 정약전이 바다 생물을 직접 관찰하고 기록한 것도 결국 자연과 인간은 분리된 게 아니라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걸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일상에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비닐봉지 대신 종이봉투나 장바구니를 이용하고,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쓰는 것은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는 행위를 넘어 대량생산, 대량 소비라는 폭력적인 시스템에 반대한다는 명확한 정치적 의사 표현이 될 수 있다. 


다만 미니멀리즘이나 자발적 불편 운동이 세상을 감동시키기 위한 것이면 안 된다.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는 이유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서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진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결과일 뿐이라는 것!


시대를 초월한 사상가들의 대화를 통해, 왜 환경 문제가 중요한지, 이 시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나도 생각이란 걸 해 보게 되었다. 이 책은 어른들뿐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인문학적 사고력과 비판력을 길러주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AI 시대일수록 책은 생각하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인류의 지성들이 시대를 초월해 토론하는 가상 북토크로 AI가 대신할 수 없는 생각하는 힘을 길러보자. 『고전툰』은 나의 삶과 환경과 사회를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점을 만드는 출발점이 되어 줄 것이다.


p.174  인간이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그 힘을 빌리면 파괴의 힘을 창조와 회복의 힘으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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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칼코마니, 신들의 화폐
안형기 지음 / 좋은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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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데칼코마니, 신들의 화폐』라는 제목은, 인간의 화려한 겉모습 뒤에 숨겨진 추악한 욕망이 결국 하나라는 것을 말한다. 겉으로는 정의를 외치는 대통령이지만, 뒤로는 자금을 세탁하는 모습은 동전의 양면처럼 한 몸인 데칼코마니다. 말과 행동은 반대지만 똑같은 데칼코마니같다. 


신들의 화폐란 마치 신처럼 세상의 운명을 결정짓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휘두르는 돈이 아닐까? 그들에게 화폐란 세상을 내 입맛대로 바꾸고 지배하기 위한 신의 권능이고 권력의 도구일 테니까. 내가 쓰는 돈은 그냥 생활의 화폐?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어떤 할머니가 알려주신 삶의 지혜였다. 사랑은 아낌없이 주는 게 아니라는 것. 사람은 첫 번째 선심엔 모두 고마워하고, 두 번째는 왜 자꾸 선심을 베푸나 이유를 찾고, 세 번째부터는 그게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결국 그 선심이 끊기면 적이 된다는 거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것도, 나조차 잊어버려야 보상을 바라는 마음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한쪽이 늘 양보하고 배려하면 결국 그 관계는 무너진다. 부부도 부모와 자식도 일방적인 사랑은 때로 아픈 상처로 되돌아올 때가 많다. 사랑이 부족한 게 아니라, 넘쳤기 때문이다. 


여주인공 안혜경이 그럼 어디까지 베풀어야 하냐고 할머니에게 물으니, 고마움이 권리로 넘어가지 않는 그 지점에서 딱 멈춰야 한다고 알려준다. 아니면 베풀고 까먹던가. 그 균형이 깨지면 '선도 악을 낳는다!'


p.78  사람이란, 결국 데칼코마니였다. 그녀 역시 자신 안에 또 하나의 다른 나를 품고 살아간다. 한쪽은 정의를 추구하지만, 다른 한쪽은 욕망을 좇는다.


안형기 작가님은 해군 장교 출신으로 한국 IBM 영업대표와 자문 위원을 지낸 IT 전문가이자,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와 한국일보 자문 위원을 거쳐 날카로운 사회 비판적 소설을 집필하시는 분이어서 그런지, 단순한 상상이 아닌 실제로 일어날 법한 미래의 일처럼 느껴졌다.


특히 지하 궁전에 관한 상상은 현대 기술과 자본의 위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실현 가능할 것 같았다. 국제 정세의 흐름을 읽고, 주식·파생상품 등 경제를 잘 아는 독자에게는 더 리얼하게 느껴질 것이다. 


『데칼코마니, 신들의 화폐』는 국제 정세와 주식에 관해서 잘 몰랐던 나에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보여줬다. 


돈을 소수 권력자들이 사용하는 신들의 무기로 보고, 정의를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세계를 인질 삼아 자기 배를 채우는 모습을 데칼코마니에 비유한 게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데칼코마니라는 말을 들으면 겉으로는 정의, 뒤로는 내 배 채우기라는 이미지가 떠오를 것 같다.


p.7  인류의 상위 1%의 행복은, 곧 99%의 불행이 되고 있다. 이 이야기는 돈이 신이 된 시대에도 인간의 마음을 다시 비추려는 시도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주요 등장인물 이름을 미리 알고 읽으면 좋을 것 같아서 정리해 보았다. 


전동혁(전실장) : 주인공. 대통령 비서실장. 시국사범으로 감형 받아 7년 복역 후 출소. 


안혜경 : 여자 주인공. 전동혁에게 운명적 이끌림을 느낀다. 유토피아 신문사 기자. 


최기영 : 전동혁의 오랜 친구. 변호사.


박창근 부사장 : . 안혜경과 미국 학교 동창. 오성 그룹의 외아들


서지혜 : 안혜경의 절친. 친일파 후손.

김기용 : 서지혜의 남편. 독립운동가의 후손. 문학을 전공한 자칭 소설가. 


이종철(이차장) : 전동혁의 선배. 국정원 제1차장, 일본 스파이.


최상호(가명) : 간첩. 강정연을 키운 아버지 같은 사람. 북한 국가 안전보위부의 최고 수장 최병일.

강정연 : 김동혁에게 자금을 전달해서 함정에 빠뜨림. 영화배우


알프레드 프롬펠 : 부와 명예, 권력을 모두 가진 미국 대통령


제인 칼로스 :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BR(Briar Ridge Capital)사의 수석매니저로, 월가의 마녀로 불리던 여성. 프롬펠에게 정보를 받아 투자하고, BR 사와 SM(Solomon & Marks Investment)사에 은밀히 귀띔해 주며, 그들로부터 또 고정급과 성과급을 챙긴다. 


한트 케리 : CIA 국장. 제인 칼로스와 은밀한 동맹을 맺고, 프롬펠 대통령을 크게 한 번 골탕 먹이자고 한다.


주식 시장 말고 파생시장은 뭔지 궁금해서 찾아봤다. 


p.52  만약 평균 주가지수가 두 배로 뛴다면, 파생시장(선물·옵션·스왑·CDS)은 추천 배, 어쩌면 수만 배의 수익을 안겨 줄 것이다. 


선물은 미리 정해둔 가격에 물건을 무조건 사거나 팔기로 친구와 약속하는 것이고, 나중에 물건값이 오르면 쿠폰을 써서 싸게 사고, 값이 떨어져 손해일 것 같으면 쿠폰을 버려도 되는 특별한 쿠폰을 미리 받아두는 것이 옵션이다. 


나는 매달 용돈을 받고 너는 명절에 몰아서 받으니까 서로 바꾸자거나, 서로 가진 물건을 정해진 기간 동안만 서로 맞바꿔서 사용하는 것이 스왑(Swap)이다. 내가 가진 자전거와 네가 가진 게임기를 일정 기간 동안만 바꿔서 사용하는 것도 넓은 의미의 스왑이다.  


친구에게 빌려준 돈을 못 받을까 봐 걱정될 때 다른 사람에게 미리 수수료를 주고, 친구가 돈을 안 갚으면 네가 대신 갚아달라고 약속하는 보험이 CDS(Credit Default Swap, 신용 부도 스왑)다. 그래도 잘 이해는 안 되었지만, 이 책을 통해 파생상품 용어를 들어본 것으로 만족했다.


화폐가 신적 권위를 가진 신들의 화폐를 읽으니 단순히 주가가 올랐다는 뉴스만 볼 게 아니라, 그 뒤에서 자금을 움직이는 제인 칼로스나 미국 대통령 프롬펠의 의도까지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나라 주가가 단순히 국내 상황에 그치지 않고, 미국의 금리 결정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좀 이해하게 됐다. 


p.627  결국 행복이란 돈과 권력이 아니라 사람의 온기와 웃음에서 피어나는 것 같아요.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안혜경이 한 말이다.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말한 '이 이야기는 돈이 신이 된 시대에도 인간의 마음을 다시 비추려는 시도'라는 말의 결론으로 딱이라고 생각한다. 신들의 화폐인 돈도 중요하지만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는 밥 한 끼의 온기가 진짜 신들의 화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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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엄쉬엄 미술산책 2 - 미술의 부활과 끝없는 탐색 쉬엄쉬엄 미술산책 2
고지수 지음 / 휴앤스토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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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가 전시회에 갔다. 유명한 화랑 대표에게 작품 설명을 부탁드렸더니 그냥 바람이 뿜뿜 새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칸딘스키는 자신의 화실에 놀라운 작품이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자세히 보니 어제 그린 자기 작품을 옆으로 놓은 것이었다.


미술 작품 감상법은 너무 쉬웠다. 이건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내가 미술 작품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내 마음을 느껴보면 된다는 것이다. 칸딘스키도 자기 작품에 대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내려놨을 때 비로소 자신의 작품이 가진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이 아닐까?


모든 작품은 사람마다, 또 같은 사람이라도 시시각각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어제와 오늘의 느낌이 다르고, 장소와 시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칸딘스키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새로움을 발견한 것처럼 나만의 느낌을 찾아내는 것이 예술의 묘미다. 


모범 답안처럼 모두 똑같은 감상을 해야 한다면 전시회에 갈 필요가 없을 것이다. 모나리자를 보고 모두 '신비로운 미소'라고만 느껴야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누구는 모나리자 배경에 있는 구불구불한 길이 궁금하고, 누구는 날 째려보는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비싼 돈을 주고 미술 작품을 사는 사람들도 어쩌면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기 때문일까?


이 책의 특징은 모든 예술가들의 이름을 풀네임으로 알려준다는 것이다. 나는 마네, 모네, 밀레라고만 알았지,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 장 프랑스와 밀레라는 전체 이름은 몰랐기 때문에, 어쩐지 예술가들을 대접해 드리는 기분이 들었다. 김홍도를 김 씨라고 부르지 않고 단원 김홍도라고 호까지 온전히 기억하는 듯한? 그래서 이 책이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준다는 느낌이 들었나 보다.


그리고 단순히 그림을 그린 작가와 작품 이름만 쓴 게 아니라 그림이 나오는 순서대로 번호를 붙인 것도 유용했다. 이야기를 하면서 앞에 나왔던 그림을 인용할 때, 그 그림 번호를 함께 표기하니 어떤 그림이었는지 바로 앞으로 가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p.86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는 1488년 가족을 따라 피렌체로 이사했는데 마사초의 <낙원 추방>(그림 8)을 보고 매료되었다. 인간의 내면을 너무도 세밀하게 표현한 그림이 그의 예술혼을 깨어나게 했다.


미켈란젤로가 천지창조와 다비드상으로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줄리앙과 아그리파 석고 두상도 미켈란젤로 작품이었다! 나도 미술 시간에 아그리파를 그려본 적이 있다. 


"성공하려면 국·영·수, 행복하려면 음·미·체"라는 말이 있다. 우리 아들은 국영수는 최하였는데 음미체는 모두 100점이었다. 음미체를 잘해서 늘 즐겁게 사는 것 같다. 나는 피아노도 못 치고, 체육도 싫어하니, 행복하게 살려면 미술이라도 알면 좋겠다 싶어 읽게 된 책이다. 


이 두 권의 책은 1부에 223개, 2부에는 167개의 그림으로 나에게 새롭게 미술을 볼 수 있는 눈을 선물해 줬다. 나만의 느낌을 쫓아가다 보니 빨래를 널면서 바라본 하늘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활짝 웃는 아들의 모습도 참 예뻐서 행복했다. 나만의 느낌 찾기로 행복을 발견하는 눈도 조금 뜨게 된 것 같다. 그림을 보며 내 느낌에 집중했던, 나에게 딱 안성맞춤인 최고의 안내서였다.


p.8  이 책은 공부하는 책이 아니다. 언제든 생각날 때 눈에 띄는 곳을 펼치고 쉬엄쉬엄 읽어보면 된다. 암기할 필요도 없고 메모할 것도 없다. 그저 마음을 열어두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어느 순간 시대의 눈과 자신의 시각으로 미술을 감상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영혼의 떨림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쉬엄쉬엄 그저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보면, 부담 없이 이해도 쏙쏙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가 생각났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3만 2천 년 전의 프랑스 쇼베 동굴 사자 벽화, 1만 5천 년 전의 라스코 동굴 벽화, 기원전 3천 년 전의 고대 이집트 미술이라는 말에 기원후 2026년을 살고 있는 나는 인류의 역사가 이렇게 오래되었다는 사실에 압도되고, 그때도 사람들은 무언가 그렸다는 게 놀라웠다.


이집트 그림이 이상해 보이는 데도 이유가 있었다. 머리는 옆으로 보일 때가 코와 입술 모양을 잘 표현할 수 있고, 눈과 상반신은 정면으로 그려야 잘 드러난다. 팔과 다리는 옆면에서 그려야 움직임을 잘 표현할 수 있다. 각 부위의 가장 특징적인 모습을 표현하다 보니 부자연스러웠던 거다. 그림의 어색함은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각도에서 본 모습을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저자만의 감상과 설명을 들으며 한 시대를 이해하고, 왜 그 시대 사람들은 그런 그림을 그렸는지, 그 화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본다.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 미술은 더 이상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내가 바라보고 느끼면 현재의 나의 삶과 연결된다. 그시대가, 그 화가의 작품이 나에게로 와 꽃이 된다. 


모나리자를 보면서 나도 저자처럼 마크트웨인 장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느낌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이 밀라노 수도원에서 최후의 만찬을 보고 크게 실망했단 말을 듣고, 뉴욕타임스 기자가 유명한 작품을 보고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을 가리켜 마크 트웨인 장애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모나(Mona)는 이탈리아어로 부인을 뜻하는 마돈나의 준말이고, 리자(Lisa)는 리자 게라르 디니라는 초상화 속 모델 이름이다. 느낌을 따라가 보라고 했는데 처음 든 생각은 "눈썹을 왜 밀었지? 나병(한센병) 환자였나? 그럼에도 미소를 지었단 건가?"였다. 뭔가 고통이 있는데, 웃음으로 인내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눈썹에 대해 찾아보니 원래는 흐리게 있었는데 세월이 지나 지워졌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한다. 그런데 오히려 눈썹이 없어서 얼굴이 더 매끈하고 중성적으로 보여 신비한 분위기가 강해졌다. 이렇게 혼자 이것저것 찾아보고 상상하는 것도 즐거웠다. 나처럼 감상하는 사람이 있는 한, 모나리자는 그림 속에서 영원히 살아있다.


이것이 이 책의 힘이다. 독자가 자신만의 안목을 기를 수 있도록 조용히 뒤를 받쳐주는 것. 『쉬엄쉬엄 미술산책』은 미술사를 외우는 게 아니라  쉬엄쉬엄 걷다가 잠시 멈춰 미술 작품을 바라보라고 한다. 작품을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스스로의 느낌을 발견하는 경험은, 미술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줬다. 예술의 숲을 산책한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2부에서는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계몽사상, 프랑스 혁명과 산업혁명, 인상주의와 현대 미술을 다루며 총 167개의 그림이 첨부되어 있다. 


2부에 나오는 모든 예술가들의 이름은 모두 외우고 싶었다. 처음 들어본 화가들 이름이 많았지만, 각자 하나의 세대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르네상스 시대하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 젤로가 떠오르고, 산업 혁명 이후 인상주의 하면, 마네, 모네가 떠오르는 것처럼. 


휘슬러(Whistler)가 독일 주방 브랜드 이름(Fissler)인 줄 알았더니 인상주의와 상징주의를 넘나는 화가였다. 오직 예술적 감각만이 그 자체로 진지하게 논의할 가치가 있다는 '심미주의 운동'의 지도적 인물이라고 한다.


그 후 내가 아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폴 세잔,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에 이어 에드바르드 뭉크, 바실리 칸딘스키, 피에트 몬드리안, 파블로 피카소, 마르크 샤갈, 알폰스 무하,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에서 앤디 워홀까지 이어지는 미술로 산책을 떠나보자. 


"보는 법을 잊은 시대, 다시 느끼는 미술의 즐거움" -뒤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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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엄쉬엄 미술산책 1 - 역사에 무늬를 입히다 쉬엄쉬엄 미술산책 1
고지수 지음 / 휴앤스토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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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가 전시회에 갔다. 유명한 화랑 대표에게 작품 설명을 부탁드렸더니 그냥 바람이 뿜뿜 새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칸딘스키는 자신의 화실에 놀라운 작품이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자세히 보니 어제 그린 자기 작품을 옆으로 놓은 것이었다.


미술 작품 감상법은 너무 쉬웠다. 이건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내가 미술 작품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내 마음을 느껴보면 된다는 것이다. 칸딘스키도 자기 작품에 대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내려놨을 때 비로소 자신의 작품이 가진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이 아닐까?


모든 작품은 사람마다, 또 같은 사람이라도 시시각각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어제와 오늘의 느낌이 다르고, 장소와 시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칸딘스키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새로움을 발견한 것처럼 나만의 느낌을 찾아내는 것이 예술의 묘미다. 


모범 답안처럼 모두 똑같은 감상을 해야 한다면 전시회에 갈 필요가 없을 것이다. 모나리자를 보고 모두 '신비로운 미소'라고만 느껴야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누구는 모나리자 배경에 있는 구불구불한 길이 궁금하고, 누구는 날 째려보는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비싼 돈을 주고 미술 작품을 사는 사람들도 어쩌면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기 때문일까?


이 책의 특징은 모든 예술가들의 이름을 풀네임으로 알려준다는 것이다. 나는 마네, 모네, 밀레라고만 알았지,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 장 프랑스와 밀레라는 전체 이름은 몰랐기 때문에, 어쩐지 예술가들을 대접해 드리는 기분이 들었다. 김홍도를 김 씨라고 부르지 않고 단원 김홍도라고 호까지 온전히 기억하는 듯한? 그래서 이 책이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준다는 느낌이 들었나 보다.


그리고 단순히 그림을 그린 작가와 작품 이름만 쓴 게 아니라 그림이 나오는 순서대로 번호를 붙인 것도 유용했다. 이야기를 하면서 앞에 나왔던 그림을 인용할 때, 그 그림 번호를 함께 표기하니 어떤 그림이었는지 바로 앞으로 가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p.86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는 1488년 가족을 따라 피렌체로 이사했는데 마사초의 <낙원 추방>(그림 8)을 보고 매료되었다. 인간의 내면을 너무도 세밀하게 표현한 그림이 그의 예술혼을 깨어나게 했다.


미켈란젤로가 천지창조와 다비드상으로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줄리앙과 아그리파 석고 두상도 미켈란젤로 작품이었다! 나도 미술 시간에 아그리파를 그려본 적이 있다. 


"성공하려면 국·영·수, 행복하려면 음·미·체"라는 말이 있다. 우리 아들은 국영수는 최하였는데 음미체는 모두 100점이었다. 음미체를 잘해서 늘 즐겁게 사는 것 같다. 나는 피아노도 못 치고, 체육도 싫어하니, 행복하게 살려면 미술이라도 알면 좋겠다 싶어 읽게 된 책이다. 


이 두 권의 책은 1부에 223개, 2부에는 167개의 그림으로 나에게 새롭게 미술을 볼 수 있는 눈을 선물해 줬다. 나만의 느낌을 쫓아가다 보니 빨래를 널면서 바라본 하늘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활짝 웃는 아들의 모습도 참 예뻐서 행복했다. 나만의 느낌 찾기로 행복을 발견하는 눈도 조금 뜨게 된 것 같다. 그림을 보며 내 느낌에 집중했던, 나에게 딱 안성맞춤인 최고의 안내서였다.


p.8  이 책은 공부하는 책이 아니다. 언제든 생각날 때 눈에 띄는 곳을 펼치고 쉬엄쉬엄 읽어보면 된다. 암기할 필요도 없고 메모할 것도 없다. 그저 마음을 열어두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어느 순간 시대의 눈과 자신의 시각으로 미술을 감상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영혼의 떨림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쉬엄쉬엄 그저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보면, 부담 없이 이해도 쏙쏙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가 생각났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3만 2천 년 전의 프랑스 쇼베 동굴 사자 벽화, 1만 5천 년 전의 라스코 동굴 벽화, 기원전 3천 년 전의 고대 이집트 미술이라는 말에 기원후 2026년을 살고 있는 나는 인류의 역사가 이렇게 오래되었다는 사실에 압도되고, 그때도 사람들은 무언가 그렸다는 게 놀라웠다.


이집트 그림이 이상해 보이는 데도 이유가 있었다. 머리는 옆으로 보일 때가 코와 입술 모양을 잘 표현할 수 있고, 눈과 상반신은 정면으로 그려야 잘 드러난다. 팔과 다리는 옆면에서 그려야 움직임을 잘 표현할 수 있다. 각 부위의 가장 특징적인 모습을 표현하다 보니 부자연스러웠던 거다. 그림의 어색함은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각도에서 본 모습을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저자만의 감상과 설명을 들으며 한 시대를 이해하고, 왜 그 시대 사람들은 그런 그림을 그렸는지, 그 화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본다.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 미술은 더 이상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내가 바라보고 느끼면 현재의 나의 삶과 연결된다. 그시대가, 그 화가의 작품이 나에게로 와 꽃이 된다. 


모나리자를 보면서 나도 저자처럼 마크트웨인 장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느낌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이 밀라노 수도원에서 최후의 만찬을 보고 크게 실망했단 말을 듣고, 뉴욕타임스 기자가 유명한 작품을 보고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을 가리켜 마크 트웨인 장애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모나(Mona)는 이탈리아어로 부인을 뜻하는 마돈나의 준말이고, 리자(Lisa)는 리자 게라르 디니라는 초상화 속 모델 이름이다. 느낌을 따라가 보라고 했는데 처음 든 생각은 "눈썹을 왜 밀었지? 나병(한센병) 환자였나? 그럼에도 미소를 지었단 건가?"였다. 뭔가 고통이 있는데, 웃음으로 인내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눈썹에 대해 찾아보니 원래는 흐리게 있었는데 세월이 지나 지워졌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한다. 그런데 오히려 눈썹이 없어서 얼굴이 더 매끈하고 중성적으로 보여 신비한 분위기가 강해졌다. 이렇게 혼자 이것저것 찾아보고 상상하는 것도 즐거웠다. 나처럼 감상하는 사람이 있는 한, 모나리자는 그림 속에서 영원히 살아있다.


이것이 이 책의 힘이다. 독자가 자신만의 안목을 기를 수 있도록 조용히 뒤를 받쳐주는 것. 『쉬엄쉬엄 미술산책』은 미술사를 외우는 게 아니라  쉬엄쉬엄 걷다가 잠시 멈춰 미술 작품을 바라보라고 한다. 작품을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스스로의 느낌을 발견하는 경험은, 미술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줬다. 예술의 숲을 산책한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1부에서는 원시미술, 이집트, 메소포타미아,에게 문명과 서양 문명의 뿌리인 그리스의 헬레니즘, 로마와 중세 초기 기독교 미술, 서로마의 멸망과 대성당의 시대까지를 다룬다. 이집트나 유럽 여행 갈 때 미리 읽고 가면 그냥 눈으로 쓱 보고 오지 않고, 건축물과 조각들을 좀 더 자세히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사진을 보면 그림들은 거의 없고 건축이나 조각이 대부분이다. 회화의 경우 남아있는 작품이 별로 없고 기껏해야 벽화나 도기에 남아있는 그림 정도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림 223까지 있는데, 고대의 흔적을 작품처럼 감상하라고 사진을 그림이라고 표현한 게 아닐까 한다.


13세기 말부터 조각에서 일어난 변화를 회화에 적용하는 화가들이 등장하면서 미술에 일대 혁명이 시작된다. 회화는 건축이나 조각에 비해 구입하기 쉽고, 옮기기도 편해서 점차 인기 있는 미술품이 된 것이다. 이때부터 내가 들어 본 유명한 화가들이 등장한다. 2부는 그 출발점인 르네상스 미술부터 시작한다. 


"보는 법을 잊은 시대, 다시 느끼는 미술의 즐거움" -뒤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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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엄쉬엄 미술산책 1 - 역사에 무늬를 입히다 쉬엄쉬엄 미술산책 1
고지수 지음 / 휴앤스토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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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가 전시회에 갔다. 유명한 화랑 대표에게 작품 설명을 부탁드렸더니 그냥 바람이 뿜뿜 새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칸딘스키는 자신의 화실에 놀라운 작품이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자세히 보니 어제 그린 자기 작품을 옆으로 놓은 것이었다.


미술 작품 감상법은 너무 쉬웠다. 이건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내가 미술 작품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내 마음을 느껴보면 된다는 것이다. 칸딘스키도 자기 작품에 대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내려놨을 때 비로소 자신의 작품이 가진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이 아닐까?


모든 작품은 사람마다, 또 같은 사람이라도 시시각각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어제와 오늘의 느낌이 다르고, 장소와 시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칸딘스키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새로움을 발견한 것처럼 나만의 느낌을 찾아내는 것이 예술의 묘미다. 


모범 답안처럼 모두 똑같은 감상을 해야 한다면 전시회에 갈 필요가 없을 것이다. 모나리자를 보고 모두 '신비로운 미소'라고만 느껴야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누구는 모나리자 배경에 있는 구불구불한 길이 궁금하고, 누구는 날 째려보는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비싼 돈을 주고 미술 작품을 사는 사람들도 어쩌면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기 때문일까?


이 책의 특징은 모든 예술가들의 이름을 풀네임으로 알려준다는 것이다. 나는 마네, 모네, 밀레라고만 알았지,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 장 프랑스와 밀레라는 전체 이름은 몰랐기 때문에, 어쩐지 예술가들을 대접해 드리는 기분이 들었다. 김홍도를 김 씨라고 부르지 않고 단원 김홍도라고 호까지 온전히 기억하는 듯한? 그래서 이 책이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준다는 느낌이 들었나 보다.


그리고 단순히 그림을 그린 작가와 작품 이름만 쓴 게 아니라 그림이 나오는 순서대로 번호를 붙인 것도 유용했다. 이야기를 하면서 앞에 나왔던 그림을 인용할 때, 그 그림 번호를 함께 표기하니 어떤 그림이었는지 바로 앞으로 가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p.86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는 1488년 가족을 따라 피렌체로 이사했는데 마사초의 <낙원 추방>(그림 8)을 보고 매료되었다. 인간의 내면을 너무도 세밀하게 표현한 그림이 그의 예술혼을 깨어나게 했다.


미켈란젤로가 천지창조와 다비드상으로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줄리앙과 아그리파 석고 두상도 미켈란젤로 작품이었다! 나도 미술 시간에 아그리파를 그려본 적이 있다. 


"성공하려면 국·영·수, 행복하려면 음·미·체"라는 말이 있다. 우리 아들은 국영수는 최하였는데 음미체는 모두 100점이었다. 음미체를 잘해서 늘 즐겁게 사는 것 같다. 나는 피아노도 못 치고, 체육도 싫어하니, 행복하게 살려면 미술이라도 알면 좋겠다 싶어 읽게 된 책이다. 


이 두 권의 책은 1부에 223개, 2부에는 167개의 그림으로 나에게 새롭게 미술을 볼 수 있는 눈을 선물해 줬다. 나만의 느낌을 쫓아가다 보니 빨래를 널면서 바라본 하늘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활짝 웃는 아들의 모습도 참 예뻐서 행복했다. 나만의 느낌 찾기로 행복을 발견하는 눈도 조금 뜨게 된 것 같다. 그림을 보며 내 느낌에 집중했던, 나에게 딱 안성맞춤인 최고의 안내서였다.


p.8  이 책은 공부하는 책이 아니다. 언제든 생각날 때 눈에 띄는 곳을 펼치고 쉬엄쉬엄 읽어보면 된다. 암기할 필요도 없고 메모할 것도 없다. 그저 마음을 열어두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어느 순간 시대의 눈과 자신의 시각으로 미술을 감상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영혼의 떨림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쉬엄쉬엄 그저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보면, 부담 없이 이해도 쏙쏙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가 생각났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3만 2천 년 전의 프랑스 쇼베 동굴 사자 벽화, 1만 5천 년 전의 라스코 동굴 벽화, 기원전 3천 년 전의 고대 이집트 미술이라는 말에 기원후 2026년을 살고 있는 나는 인류의 역사가 이렇게 오래되었다는 사실에 압도되고, 그때도 사람들은 무언가 그렸다는 게 놀라웠다.


이집트 그림이 이상해 보이는 데도 이유가 있었다. 머리는 옆으로 보일 때가 코와 입술 모양을 잘 표현할 수 있고, 눈과 상반신은 정면으로 그려야 잘 드러난다. 팔과 다리는 옆면에서 그려야 움직임을 잘 표현할 수 있다. 각 부위의 가장 특징적인 모습을 표현하다 보니 부자연스러웠던 거다. 그림의 어색함은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각도에서 본 모습을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저자만의 감상과 설명을 들으며 한 시대를 이해하고, 왜 그 시대 사람들은 그런 그림을 그렸는지, 그 화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본다.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 미술은 더 이상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내가 바라보고 느끼면 현재의 나의 삶과 연결된다. 그시대가, 그 화가의 작품이 나에게로 와 꽃이 된다. 


모나리자를 보면서 나도 저자처럼 마크트웨인 장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느낌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이 밀라노 수도원에서 최후의 만찬을 보고 크게 실망했단 말을 듣고, 뉴욕타임스 기자가 유명한 작품을 보고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을 가리켜 마크 트웨인 장애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모나(Mona)는 이탈리아어로 부인을 뜻하는 마돈나의 준말이고, 리자(Lisa)는 리자 게라르 디니라는 초상화 속 모델 이름이다. 느낌을 따라가 보라고 했는데 처음 든 생각은 "눈썹을 왜 밀었지? 나병(한센병) 환자였나? 그럼에도 미소를 지었단 건가?"였다. 뭔가 고통이 있는데, 웃음으로 인내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눈썹에 대해 찾아보니 원래는 흐리게 있었는데 세월이 지나 지워졌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한다. 그런데 오히려 눈썹이 없어서 얼굴이 더 매끈하고 중성적으로 보여 신비한 분위기가 강해졌다. 이렇게 혼자 이것저것 찾아보고 상상하는 것도 즐거웠다. 나처럼 감상하는 사람이 있는 한, 모나리자는 그림 속에서 영원히 살아있다.


이것이 이 책의 힘이다. 독자가 자신만의 안목을 기를 수 있도록 조용히 뒤를 받쳐주는 것. 『쉬엄쉬엄 미술산책』은 미술사를 외우는 게 아니라  쉬엄쉬엄 걷다가 잠시 멈춰 미술 작품을 바라보라고 한다. 작품을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스스로의 느낌을 발견하는 경험은, 미술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줬다. 예술의 숲을 산책한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1부에서는 원시미술, 이집트, 메소포타미아,에게 문명과 서양 문명의 뿌리인 그리스의 헬레니즘, 로마와 중세 초기 기독교 미술, 서로마의 멸망과 대성당의 시대까지를 다룬다. 이집트나 유럽 여행 갈 때 미리 읽고 가면 그냥 눈으로 쓱 보고 오지 않고, 건축물과 조각들을 좀 더 자세히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사진을 보면 그림들은 거의 없고 건축이나 조각이 대부분이다. 회화의 경우 남아있는 작품이 별로 없고 기껏해야 벽화나 도기에 남아있는 그림 정도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림 223까지 있는데, 고대의 흔적을 작품처럼 감상하라고 사진을 그림이라고 표현한 게 아닐까 한다.


13세기 말부터 조각에서 일어난 변화를 회화에 적용하는 화가들이 등장하면서 미술에 일대 혁명이 시작된다. 회화는 건축이나 조각에 비해 구입하기 쉽고, 옮기기도 편해서 점차 인기 있는 미술품이 된 것이다. 이때부터 내가 들어 본 유명한 화가들이 등장한다. 2부는 그 출발점인 르네상스 미술부터 시작한다. 


"보는 법을 잊은 시대, 다시 느끼는 미술의 즐거움" -뒤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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