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미술산책 2 - 미술의 부활과 끝없는 탐색 쉬엄쉬엄 미술산책 2
고지수 지음 / 휴앤스토리 / 202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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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가 전시회에 갔다. 유명한 화랑 대표에게 작품 설명을 부탁드렸더니 그냥 바람이 뿜뿜 새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칸딘스키는 자신의 화실에 놀라운 작품이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자세히 보니 어제 그린 자기 작품을 옆으로 놓은 것이었다.


미술 작품 감상법은 너무 쉬웠다. 이건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내가 미술 작품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내 마음을 느껴보면 된다는 것이다. 칸딘스키도 자기 작품에 대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내려놨을 때 비로소 자신의 작품이 가진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이 아닐까?


모든 작품은 사람마다, 또 같은 사람이라도 시시각각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어제와 오늘의 느낌이 다르고, 장소와 시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칸딘스키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새로움을 발견한 것처럼 나만의 느낌을 찾아내는 것이 예술의 묘미다. 


모범 답안처럼 모두 똑같은 감상을 해야 한다면 전시회에 갈 필요가 없을 것이다. 모나리자를 보고 모두 '신비로운 미소'라고만 느껴야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누구는 모나리자 배경에 있는 구불구불한 길이 궁금하고, 누구는 날 째려보는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비싼 돈을 주고 미술 작품을 사는 사람들도 어쩌면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기 때문일까?


이 책의 특징은 모든 예술가들의 이름을 풀네임으로 알려준다는 것이다. 나는 마네, 모네, 밀레라고만 알았지,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 장 프랑스와 밀레라는 전체 이름은 몰랐기 때문에, 어쩐지 예술가들을 대접해 드리는 기분이 들었다. 김홍도를 김 씨라고 부르지 않고 단원 김홍도라고 호까지 온전히 기억하는 듯한? 그래서 이 책이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준다는 느낌이 들었나 보다.


그리고 단순히 그림을 그린 작가와 작품 이름만 쓴 게 아니라 그림이 나오는 순서대로 번호를 붙인 것도 유용했다. 이야기를 하면서 앞에 나왔던 그림을 인용할 때, 그 그림 번호를 함께 표기하니 어떤 그림이었는지 바로 앞으로 가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p.86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는 1488년 가족을 따라 피렌체로 이사했는데 마사초의 <낙원 추방>(그림 8)을 보고 매료되었다. 인간의 내면을 너무도 세밀하게 표현한 그림이 그의 예술혼을 깨어나게 했다.


미켈란젤로가 천지창조와 다비드상으로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줄리앙과 아그리파 석고 두상도 미켈란젤로 작품이었다! 나도 미술 시간에 아그리파를 그려본 적이 있다. 


"성공하려면 국·영·수, 행복하려면 음·미·체"라는 말이 있다. 우리 아들은 국영수는 최하였는데 음미체는 모두 100점이었다. 음미체를 잘해서 늘 즐겁게 사는 것 같다. 나는 피아노도 못 치고, 체육도 싫어하니, 행복하게 살려면 미술이라도 알면 좋겠다 싶어 읽게 된 책이다. 


이 두 권의 책은 1부에 223개, 2부에는 167개의 그림으로 나에게 새롭게 미술을 볼 수 있는 눈을 선물해 줬다. 나만의 느낌을 쫓아가다 보니 빨래를 널면서 바라본 하늘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활짝 웃는 아들의 모습도 참 예뻐서 행복했다. 나만의 느낌 찾기로 행복을 발견하는 눈도 조금 뜨게 된 것 같다. 그림을 보며 내 느낌에 집중했던, 나에게 딱 안성맞춤인 최고의 안내서였다.


p.8  이 책은 공부하는 책이 아니다. 언제든 생각날 때 눈에 띄는 곳을 펼치고 쉬엄쉬엄 읽어보면 된다. 암기할 필요도 없고 메모할 것도 없다. 그저 마음을 열어두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어느 순간 시대의 눈과 자신의 시각으로 미술을 감상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영혼의 떨림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쉬엄쉬엄 그저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보면, 부담 없이 이해도 쏙쏙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가 생각났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3만 2천 년 전의 프랑스 쇼베 동굴 사자 벽화, 1만 5천 년 전의 라스코 동굴 벽화, 기원전 3천 년 전의 고대 이집트 미술이라는 말에 기원후 2026년을 살고 있는 나는 인류의 역사가 이렇게 오래되었다는 사실에 압도되고, 그때도 사람들은 무언가 그렸다는 게 놀라웠다.


이집트 그림이 이상해 보이는 데도 이유가 있었다. 머리는 옆으로 보일 때가 코와 입술 모양을 잘 표현할 수 있고, 눈과 상반신은 정면으로 그려야 잘 드러난다. 팔과 다리는 옆면에서 그려야 움직임을 잘 표현할 수 있다. 각 부위의 가장 특징적인 모습을 표현하다 보니 부자연스러웠던 거다. 그림의 어색함은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각도에서 본 모습을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저자만의 감상과 설명을 들으며 한 시대를 이해하고, 왜 그 시대 사람들은 그런 그림을 그렸는지, 그 화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본다.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 미술은 더 이상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내가 바라보고 느끼면 현재의 나의 삶과 연결된다. 그시대가, 그 화가의 작품이 나에게로 와 꽃이 된다. 


모나리자를 보면서 나도 저자처럼 마크트웨인 장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느낌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이 밀라노 수도원에서 최후의 만찬을 보고 크게 실망했단 말을 듣고, 뉴욕타임스 기자가 유명한 작품을 보고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을 가리켜 마크 트웨인 장애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모나(Mona)는 이탈리아어로 부인을 뜻하는 마돈나의 준말이고, 리자(Lisa)는 리자 게라르 디니라는 초상화 속 모델 이름이다. 느낌을 따라가 보라고 했는데 처음 든 생각은 "눈썹을 왜 밀었지? 나병(한센병) 환자였나? 그럼에도 미소를 지었단 건가?"였다. 뭔가 고통이 있는데, 웃음으로 인내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눈썹에 대해 찾아보니 원래는 흐리게 있었는데 세월이 지나 지워졌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한다. 그런데 오히려 눈썹이 없어서 얼굴이 더 매끈하고 중성적으로 보여 신비한 분위기가 강해졌다. 이렇게 혼자 이것저것 찾아보고 상상하는 것도 즐거웠다. 나처럼 감상하는 사람이 있는 한, 모나리자는 그림 속에서 영원히 살아있다.


이것이 이 책의 힘이다. 독자가 자신만의 안목을 기를 수 있도록 조용히 뒤를 받쳐주는 것. 『쉬엄쉬엄 미술산책』은 미술사를 외우는 게 아니라  쉬엄쉬엄 걷다가 잠시 멈춰 미술 작품을 바라보라고 한다. 작품을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스스로의 느낌을 발견하는 경험은, 미술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줬다. 예술의 숲을 산책한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2부에서는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계몽사상, 프랑스 혁명과 산업혁명, 인상주의와 현대 미술을 다루며 총 167개의 그림이 첨부되어 있다. 


2부에 나오는 모든 예술가들의 이름은 모두 외우고 싶었다. 처음 들어본 화가들 이름이 많았지만, 각자 하나의 세대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르네상스 시대하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 젤로가 떠오르고, 산업 혁명 이후 인상주의 하면, 마네, 모네가 떠오르는 것처럼. 


휘슬러(Whistler)가 독일 주방 브랜드 이름(Fissler)인 줄 알았더니 인상주의와 상징주의를 넘나는 화가였다. 오직 예술적 감각만이 그 자체로 진지하게 논의할 가치가 있다는 '심미주의 운동'의 지도적 인물이라고 한다.


그 후 내가 아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폴 세잔,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에 이어 에드바르드 뭉크, 바실리 칸딘스키, 피에트 몬드리안, 파블로 피카소, 마르크 샤갈, 알폰스 무하,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에서 앤디 워홀까지 이어지는 미술로 산책을 떠나보자. 


"보는 법을 잊은 시대, 다시 느끼는 미술의 즐거움" -뒤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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