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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연결 - 검색어를 찾는 여행
아즈마 히로키 지음, 안천 옮김 / 북노마드 / 2016년 12월
평점 :
약한 연결'의 부제는 검색어를 찾는 여행이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책의 제목과 책의 부제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저자가 무슨 의도로 이 책에 '약한 연결'이라는 제목과 검색어를 찾는 여행이라는 부제를 달았는지 알 수 있었다. 먼저 약한 연결은 강한 연결의 반대이다. 즉 개인을 기준으로 개인의 인간관계는 강한 유대감이 있는 그룹과 약한 유대감이 있는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가족과 친구들이 강한 유대감이 있는 그룹이라면, 선후배나 동호회 회원 등은 약한 유대감이 있는 그룹이다. 그런데 저자가 강조하는 건 인생의 변화는 강한 유대감이 있는 그룹이 아니라, 약한 유대감이 있는 그룹을 통해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삶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강한 연결이 아니라 약한 연결인 이유는 강한 유대감이 있는 그룹은 나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내게 소개하는 일자리가 나의 능력을 넘어서지 않는다. 그러나 약한 유대감을 가진 사람은 나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그가 추천하는 일자리가 나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자리가 될 수도 있고 거기서 새로운 삶의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그런데 정보사회에서 문제는 인터넷이 사람들에게 약한 연결을 활성화시키는 공간이 아니라 강한 연결을 더 강하게 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인터넷에서 네티즌은 아무 사이트나 방문하여 약한 연결을 맺을 수 있지만, 막상 대부분의 네티즌이 인터넷에 접속해서 들어가는 사이트는 매우 고정적이다. 인터넷이란 공간은 무한한 정보의 바다가 맞지만, 대부분의 네티즌은 자신이 알고, 보고, 들은 그 수준에서 인터넷 검색을 하기 때문에 고정관념과 편견을 넘어서는 사고의 혁명을 경험하지 못한다. 따라서 저자는 약한 연결을 활성화시키고, 검색의 혁명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행을 제시한다. 즉 저자는 더 풍요로운 인터넷 검색을 위하여 여행하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젊은이여 여행을 떠나라"라고
목청 높여 호소하고 싶다.
단, 자기 찾기가 아니라
'새로운 검색어'를 찾기 위한 여행.
인터넷을 떠나 현실로 돌아가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더 깊이 인터넷에 빠지기 위해 현실을 바꾸는 여행.
-31p.
저자의 주장에 의하면 우리의 몸이 이동하고, 우리가 속한 환경이 바뀔 때 우리의 검색어가 바뀌게 되며, 그 변화된 검색어를 통해 우리의 삶이 더 풍요로워진다. 여행이야말로 사색의 강물과 검색의 강물이 하나로 만나는 두물머리라고 할 수 있다. 검색은 사색의 씨앗이며, 사색은 검색의 열매다. 여행의 시간 동안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곳에서는 검색하며,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한 곳에서는 사색한다.
'투어리즘'의 어원은 종교의 성지 순례(투어)다. 순례자는 목적지에 무엇이 있는지 사전에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시간을 들여 목적지를 오가는 여정에서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고 사유를 심화할 수 있다. '관광=순례'는 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여행지에서 새로운 정보를 만날 필요는 없다. 만나야 할 대상은 새로운 욕망이니까. -86p.
나는 이 책이 좋은 이유가 바로 인터넷의 피상성과 한계를 명확히 규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세계 구석구석의 사진과 뉴스를 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모든 정보가 참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우리의 실제 삶에 맞닿아 있지 않은 정보는 우리의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없다. 인터넷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깨닫게 하지만, 또한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연애를 책으로 배운 것과 실제 사람의 연애가 다르듯 인터넷을 통해 본 세상과 실제 우리가 여행으로 부딪쳐서 만난 세상은 다를 것이다.
정보로만 구성된 세계에서 살다 보면 난립하는 이야기 속에서 현실을 잊고 만다. 새로운 사물에 접하고 새로운 검색어를 손에 넣어 언어 환경을 쉼 없이 갱신해야 한다. -10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