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르헤스의 상상 동물 이야기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남진희 옮김 / 민음사 / 2016년 6월
평점 :
백두(百頭) 동물
100개의 머리를 가진 동물은 물고기의 일종으로 말의 업(業)에 의해, 그리고 윤회에 의해 탄생했다. 중국에서 기록한 부처의 전기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부처가 그물을 당기고 있는 어부들을 보았다. 어부들이 힘들여서 해변으로 끌어 올려 놓고 보니, 그 거대한 물고기는 원숭이, 개, 말, 여우, 돼지, 호랑이 등 머리를 100개나 가지고 있었다. 부처는 그 물고기에게 물었다.
“너는 카필라가 아니더냐?”
“그렇습니다.” 100개의 머리가 숨을 거두기 직전에 일제히 대답했다.
부처는 제자들에게 카필라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생에 카필라는 브라만 계급 출신의 승려였다. 그는 신성한 문헌에 나오는 지혜에 대해 그 어떤 사람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때로 이해를 하지 못하는 동료들을 보면 “원숭이 대가리”, “개대가리”라고 놀려 댔다. 그렇게 다른 사람을 놀려 대던 그가 죽자, 이러한 욕설로 인한 업이 쌓여서, 동료들에게 붙여 주었던 모든 대가리를 다 가진 흉측한 수중 괴물로 태어난 것이다. p.9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