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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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이 미움을 받는 까닭은 혈기를 주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혈기가 왕성하다 보면 많건 적건 쓸데없는 일이 늘어난다. 늘어난 일은 동료를 위험에 빠뜨릴 때가 있다. 그래서 위험한 부서일수록 신입을 싫어한다.
하지만 그것은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다. 그 어떤 천방지축도 언젠가는 경찰 물에 익숙해져서 어깨 힘이 빠진다. 훈계로 끝내도 될 일과 사건으로 처리해야만 할 일을 구별할 수 있게 된다. 어쩌다 이런 녀석이 경찰이 되었나 싶은 사람도 삼 년만 지나면 쓸 만해진다. 때문에 고참이 신입을 굴리는 것은 연중행사 같은 일이지, 깊은 의미는 없다.
그래도 이따금 가망 없는 부류가 들어올 때가 있다. 채용 시험에 합격해 경찰학교 훈련도 견뎌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결정적으로 경찰에 맞지 않는 게 눈에 보이는 놈들이.
예를 들어 경찰로서 지켜야 할 암묵적인 규칙, 마지막 선을 절대 이해 못 하는 인간이 있다. 구제할 길 없는 놈들과 내내 맞서는 동안 감각이 마비되는 것도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일이다. 윤리는 개한테나 던져주라고 생각하는 동료도 많다. 나 역시 털면 먼지가 나올 인간이다. 그래도 마지막 선이라는 게 있다. 때로는 그것을 잊을 때도 있고, 각오하고 뛰어넘을 때도 있다. 처음부터 그 선을 알지 못한다면 그런 인간은 경찰로 있어서는 안 된다.
자기가 본 것이 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는 인간도 이 일에는 썩 맞지 않다. 악인이란 소매치기 같은 자고, 경찰관이 나타나면 울며 사과하는 존재라고 믿는, 자신의 경험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타입. 모든 사람들이 가죽을 합 겹 벗으면 속이 시커멓고, 사람이 하는 말은 전부 거짓말이라고 믿는 타입. 둘 다 빨리 그만두는 게 모두에게 바람직하다. p.19-20,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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