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팬들을 오빠 쫓아다니는 애들이라고 하는데 그건 잘못된 표현이에요. 정확히 말하면 오빠를 쫓아다니는 애들이 아니라 오빠보다 먼저 가 있는 애들이지요. 오빠들이 출근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오빠들이 아침에 눈을 뜨고 미용실에 가서 머리와 화장을 하고 방송국에 오기까지의 모든 시간을 상상하며, 팬들 역시 눈을 뜨고, 단장하고, 아침도 거른 채 일찍 집을 나섭니다. 멤버들이 방송국으로 들어가는 시간은 찰나지만 그 찰나를 놓치면 말 그대로 종일 우울해지니까요. 미리 가서 멤버들을 기다리고 있는 거지요. 그렇다고 그게 억울하거나 하진 않아요. 우리와 마찬가지로 멤버들도 피곤을 이기지 못한 상태로 화장하고, 머리한 뒤 출근할 테니까.제가 좋아하는 만화 대사 중에 이런 게 있어요. 중간에 말이 엇갈려 남자애와 여자애가 서로 다른 장소에서 기다리는 상황이죠. 뒤늦게 약속 장소가 바뀐 걸 안 남자애가 오래 기다린 여자애에게로 가 미안하다고 말해요. 그때 식은 커피를 앞에 두고 여자아이가 이렇게 대꾸하죠. 기다리는 시간도 데이트의 일부잖아. 데이트 시간은 길면 길수록 좋은걸.데이트의 일부. 얼마나 멋진 말인지 아시겠어요? 그런 의미라면 우리가 그들을 기다리는 시간도, 또 그들이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도 모두 데이트의 일부가 아니겠어요. 그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나는 더 오래 데이트를 하는 사람이 되는 거지요. p.14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