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그날 밤, 쥐들이 뛰어다니기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황제는 궁을 나서서 꽃이 만개한 어두운 정원을 거니는 꿈을 꾸었다. 뭔가가 발아래에서 무릎을 꿇고 자신을 보호해 달라고 청했다. 황제는 흔쾌히 수락했다. 청을 올린 동물은 자기는 본래 용인데, 점성술사들로부터 다음 날 저녁이 되기 전에 재상인 위징이 자신의 목을 벨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황제는 그를 보호해 주겠다고 맹세했다.잠에서 깬 황제는 위징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러자 신하들이 궁에 없다고 대답했다. 황제는 그를 궁에 들어오게 한 다음 용을 죽이지 못하도록 하루 종일 바쁘게 일을 시켰다. 저녁 무렵이 되자 황제는 이번에는 재상에게 장기를 한 판 두자고 했다. 장기가 오래도록 계속되자 재상은 피곤했는지 깜빡 졸기까지 했다.바로 그 순간 천둥이 온 대지를 울렸다. 잠시 후 대장 두 명이 피에 젖은 거대한 용의 머리를 가지고 뛰어 들어와, 황제의 방치에 내려놓으며 고했다.“이것이 하늘에서 떨어졌습니다.”그 순간 잠에서 깬 위징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용의 머리를 바라보더니 이렇게 고했다.“정말 희한한 일입니다. 제가 바로 이렇게 용을 죽이는 꿈을 꾸었습니다.”오승은(1505~1580, 중국 명나라 문인) p.303-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