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밍 딜레마 - Learning Fable Series ㅣ 데이비드 허친스의 학습 우화 시리즈 4
데이비스 허친스 지음, 김철인 옮김 / 바다출판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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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개인적인 삶의 목적과 비전을 확실하고 뚜렷하게 정하라는 건 알겠어. 근데 그걸 내가 어떻게 하냐고...
(유익-중, 난도-중하_의도는 이해하는데, 실천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원제 『The Lemming Dilemma』.
‘Learning Fable Series‘ 시리즈 5권 중 4번째 책이다.
우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빗대어 전달한다.

(간단 줄거리) 레밍(나그네쥐)이 집단적으로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현상을 소재로 한 우화이다.
사회에서 말하는 길을 맹목적으로 따라 사는 사람들을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레밍에 비유한다.
주인공 ‘에미‘는 이에 의문을 가지고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한다.
그 과정에서 ‘레니‘와 ‘점결연(점프를 결사반대하는 레밍 연대)‘를 만나기도 한다.

(내용)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다.
우화가 끝난 이후에, 내용을 분석하고 해체해서 설명해 준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보자면, 아래와 같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와 목표를 찾고, 능동적으로 실천하라.˝

(거창하다) 너무나도 거창하다.
의도는 이해하겠는데, 수많은 현인들과 철학자들도 찾지 못한 답을 100쪽 남짓한 짧은 책을 통해 어떻게 찾을 수 있겠는가.
잠깐 생각한다고 찾을 수 없는 답이란 걸 안다.
석가모니처럼 속세를 버리고 보리수나무 아래로라도 가야 하는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종교인이 아니고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종교가 없는 나의 경우에는, 태어났으니까, 그리고 아직 죽지 않았으니까, 죽은 후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지금 사는 이곳에서 잘 살아보려고 하는 거지, 종교인처럼 ‘하느님의 나라를 세운다‘거나 하는 거창한 목표는 없다.
조금만 더 깊게 내려가 보면, 나 역시도 무의식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에 이 세상에 나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이렇게 책을 읽고 글이라도 쓰는 게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사진과 영상을 남기고, 일기를 쓰고, 피규어를 모으고, 가장 크게는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거 아닐까? (『이기적 유전자』가 생각난다.)

(핵심) 작가가 가장 말하고 싶어 하는 핵심은 ‘개인적 숙련(personal mastery)‘이다.
- 개인적 숙련: 삶에서 원하는 결과를 계속 효율적으로 창조해가는 능력
어떤 의도로 한 말인지는 알겠고, 자아탐구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겠는데, 좀 더 세부적인 지침이 있어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아닐까?
이 정도로는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고 지쳐있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진정한 목적을 찾아보라‘라고 환기하는 정도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분야) 이 책이 왜 경제·경영 분야 도서로 분류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조직의 목적과 비전도 이야기하는데, 할애하는 페이지도 적을 뿐만 아니라 무게감도 상대적으로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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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 여자 넷이 한집에 삽니다 - 프로 덕질러들의 슬기로운 동거 생활
후지타니 지아키 지음, 이경은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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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그래, 이렇게 살아가는 주거 방식도 있다지... (👀 슬쩍)
(재미-중하, 난도-하)

부제 ‘프로 덕질러들의 슬기로운 동거 생활‘.
원제 『オタク女子が、4人で暮らしてみたら。』.
‘오타쿠 여자 4명이서 살아봤더니‘라는 의미다.
찾다 보니 이 책을 기반으로 한 만화도 출간되었다.

‘오타쿠‘ 30대(곧 40대) 여성 4명이 셰어하우스에서 살아가는 내용을 담은 일상 에세이다.
셰어하우스에 입주하기까지의 우여곡절도 이야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연애와 결혼이 우선순위가 아닌, 30대 여성 4명의 색다른 주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 여성들이 뭉치게 된 매개체가 ‘덕질‘이라는 것 역시 일본스럽게 독특하다.
수년간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비주기적으로 오프라인 만남을 가져서, 서로를 어느 정도 안다고 해도, 일상을 함께 살아갈 집을 공유하다니.
내향인인 나로서는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셰어하우스는 각기 다른 생활 패턴, 집안일 분담, 집세, 식비, 공금 등 고려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것도 둘도 아닌, 넷이서 말이다.
지금의 나에게 이런 셰어하우스에서 살아가라고 한다면, 스트레스와 걱정으로 집이 집이 아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작중 인물들은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면서, 계산적이지 않은 이타적인 모습으로 살아간다.
집안일에 대해 일일이 역할을 분담하지 않고, 하고 싶은 사람이 먼저 하는 모습에서 특히 그랬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다른 방식으로 자랐을 텐데, 불편하고 안 맞는 점이 있어도, 별다른 갈등 없이 지낸다니.
예민하기 짝이 없는 나에게는 판타지와 다를 바 없는데...
여기에 더해 작지만 즐거운 에피소드들을 보니, 괜히 환상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시덥잖은 농담과 대화, 함께 맛있는 음식 만들어 먹기, 공통 지인을 초대하여 파티하기 등)

문체나 작중 대화에서는 ‘덕후스러움‘이 잘 드러난다.
아는 사람만 아는, 특정 집단에서 사용하는 용어나 밈이 등장할 때 특히 그렇다.
부연 설명이 있어도, 전후 이야기를 모르는 독자 입장에서는 ‘그렇구나‘하면서 넘길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는 공감이 쉽지 않다.

사람이 살아가는 주거 형식은 다양하다.
혼자 사는 경우,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 연인과 함께 사는 경우 등...
하지만 이렇게 온라인에서 알게 된 여자 넷이서 집을 빌려 함께 살아가는 경우는 정말 드물 것이다.
이렇게 독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살짝이나마 보게 된 것으로, 그걸로 만족하는 독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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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소설, 한국을 말하다 ㅣ 소설, 한국을 말하다
성해나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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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4장짜리 초단편이긴 하지만, 현대 한국 작가들의 매끄러운 스토리텔링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재미-중하, 난도-중하)

2024년에 발매된 『소설, 한국을 말하다』의 후속작.
현대 한국 작가 19인의 초단편소설 모음집이다.
두 소설집의 작가 라인업을 비교해 보면, 전작의 네임밸류가 더 뛰어나다. (더 대중적이다.)
2026년 작품에는 그간 새롭게 떠오른 스타와 전작에 참여하지 못한 작가들이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특징) 작가마다 하나의 키워드를 두고 약 4장 분량의 짧은 이야기를 썼다.
정말 짧다. 그래서 금방 읽을 수 있다.
작가도 한국인, 독자도 한국인, 주제도 한국의 것. 그래서 쉽게 읽을 수 있다.
특정 작가 고유의 문체가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비슷하게 느껴진다.

(예민한 주제) 한국 사회와 관련된 여러 가지 소재를 주제로 삼는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갓생, 덕질, 7세고시, 전세 사기 등 익숙한 소재가 있다.
‘정치 갈등‘과 ‘계엄‘과 같은 민감한 소재도 있는데, 이 2가지를 주제로 한 작품은 읽기 전부터 기대했다.
두 작품을 간단히 소개하겠다.

① 「하늘엔 영광 땅엔 평화」_송호근
아내와의 정치적 견해 차이로 갈등을 겪는 정치학 교수의 이야기.
˝지난번 글을 보니 국힘 후보를 은근히 두둔하던데 어떻게 내란 세력을 비호할 수 있어? 정치학자가.˝
˝어떻게 유신의 딸을 찍어. 당신도 학생 때 성명서 썼다고 도망 다닌 거 잊었어?˝
˝문재인이 뭘 한 게 있었나? 민주당 내분을 그냥 방관하다가 조정하기 쉬운 인물로 찍혀 후보가 된 것뿐인데…….˝
(개딸과는 거리가 먼) 진보 성향의 아내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보수화된 화자의 대화가 주를 이룬다.
가정의 불화를 방지하기 위해, 최대한 유하게 대꾸하고 반응하는 남편의 이야기가 퍽 재미있다.

② 「일어나지 않은 일」_정용준
인간이 아닌 초현실의 존재를 화자로 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2024년 12월 계엄을 다룬다.
혹시 시시비비를 가리는 작품일까 봐,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읽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과거의 계엄들과의 차이점을 다룬 작품으로, 직전 계엄에 대한 의견이 어떻든 간에,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는 동의할 것이다. (사진 첨부)

(총평) 아쉬운 이야기도 몇 있지만, 대다수 이야기는 준수하다.
이렇게 짧은 이야기 정도는 별다른 무리 없이 쓸 수 있는 젊은 한국 작가들의 역량도 나름 만족스럽다.
개인적으로는 박연준의 「오민아의 남부러운 삶」이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잘 살기 위해, 아등바등 몸부림치는 우리네 삶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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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의 편지
조현아 지음 / 손봄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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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적당히 감성적이고 깔끔하고 대중적인 청춘 드라마. 인기의 비결인가?
(재미-중, 난도-하)

2018년에 약 2개월간 네이버 웹툰에 연재된 만화.
네이버 웹툰 역사상 최초로 별점 9.99점으로 완결 난 웹툰이라고 한다.
2019년 5월에 단행본으로 출간되었고, 2025년 10월에 리커버 양장본으로 재간되었다.
‘2021년 부천의 책‘으로 선정되고, 2025년에는 애니메이션 영화로 만들어졌다.
2026년 9월 16일부터는 뮤지컬로도 상연한다고 한다.

제목 『연의 편지』에서 ‘연‘은 ‘정호연‘의 3번째 글자를 뜻하는 걸로 보인다.

(줄거리) 왕따 당하는 학생을 위해 목소리를 냈다가, 되려 왕따를 당하게 된 중학생 3학년 ‘이소리‘.
그 일을 계기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과거의 기억으로 새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참에, 책상 아래에 붙어있는 의문의 편지를 발견한다.
그 편지에는 학교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다음 편지의 위치가 적혀있다.
편지를 따라가던 소리는 동급생 ‘박동순‘ 알게 되고, 편지에 얽힌 사연을 알게 되는데...

(소재) 소량의 판타지를 섞은, 중학생 3학년의 청춘 드라마.
이야기의 시작과 서브 소재는 학교 폭력이다.
메인 줄기는 이야기 중반부터 시작되는 모험과 오래된 인연과 우정이다.

(전체적으로) 내가 이렇게 이야기의 소재를 정리할 수 있을 정도로,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작품이다.
충분히 잘 만든 만화로, 흠잡을만한 부분은 없다.
단순하고 정형적인 플롯과 학창 시절의 공감대 덕분에, 어느 연령대가 읽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차분하고 따뜻한 색감과 풋풋한 미형의 그림체는 이야기 분위기와 찰떡이다.
건전한 여성향 작품으로, 다수의 대중이 무난히 몰입하여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여성 독자들이 훨씬 많을 듯.)
굳이 아쉬운 소리를 해보자면, 엄청 독창적이거나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는 건 아니라는 것 정도...?

(인기가 이렇게 많다고?) 책을 다 읽고 리뷰를 작성하면서 인터넷 서칭을 해봤는데, 생각보다 인기가 엄청나다.
일본에서도 단행본이 간행되고, 지금도 꾸준히 2차 창작이 이루어지고 있다니.
적당히 감성적이고, 깔끔하고, 공감할 수 있고, 읽기도 쉬운 작품이라서 그런 걸까?
음... 이 정도의 인기와 흥행은 다소 당황스럽지만, 아무튼 충분히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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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을 찾아서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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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성석제 특유의 말맛으로 서사적 아쉬움을 충분히 만회한다.
(재미-중, 난도-하)

해학의 소설가 ‘성석제‘의 첫 장편소설이다.
1996년에 웅진에서 출간되었고, 2011년과 2014년에 문학동네에서 재간되었다.
작가는 연세대학교 법학을 전공한 후, 20대 중반에 시인으로 등단했다.
30대 초중반에는 소설가로 등단했고, 2010년대 중반까지 왕성하게 활동했다.
대표작으로는 『투명인간』,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등이 있다.

(줄거리) 나 ‘장원두‘는 초등학교 동창 ‘박재천‘의 연락으로, 과거 본인의 고향을 평정한 인물 ‘마사오‘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된다.
그렇게 그는 그의 고향으로 향하게 된다.
장원두의 시점에서 떠올리는 추억들과 기억들, 마사오의 장례식 전후로 맞닥뜨리게 되는 사람들과 사건들을 자유롭게 풀어낸다. (마사오가 힘을 잃은 이후, 지역의 권력이 어디에서 어떻게 흘러가는지 등...)

(말맛) 역시 성석제 특유의 말맛이 있다.
문장을 장황하고 길게 쓰면서도 리듬과 호흡을 유지한다.
지역 사투리와 정겨운 묘사 덕분에 구수한 향도 난다.
거기에 허풍과 과장으로 조미료를 친다.
흐름만 타면 재밌게 술술 읽어갈 수 있다.
한국 소설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성석제 작가 특유의 문체는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마사오) 작중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마사오‘.
지역민들에게 경외심과 두려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신화의 주인공이자 지역의 ˝왕˝.
그의 이름을 전 대통령 ‘박정희‘의 일본식 이름 ‘다카키 마사오‘에서 차용한 것 같다. (자칭 세계 대통령 ‘유신조‘라는 등장인물까지 있다.)
소설을 읽어보면 알 수 있는데, 그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은 없다.
그저 ‘마사오‘라는 이름에서 오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강인한 이미지를 사용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어쩌면 ‘작은 시골 동네의 전설적인 존재 마사오‘를 통해, ‘대한민국 제5~9대 대통령 박정희‘를 축소해서 표현하고 싶었던 걸까?

(『위풍당당』과의 공통점) 일전에 성석제 작가의 2012년 장편소설 『위풍당당』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소설에서도 건달 및 깡패가 등장하는데, 이 소설 『왕을 찾아서』에서도 그렇다.
성석제 작가는 무법과 주먹의 세계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또 다른 공통점이 있는데, 소설의 결말에 힘이 없다.
기세 좋게 성석제 특유의 야부리로 독자의 마음을 털다가, 막판에 돼서야 수습하기 어려운지, ‘얼렁뚱땅 그랬더래요~‘라는 식으로 마무리한다.
그렇게 다소 허탈한 기분으로 책을 덮게 된다.
중간중간 재밌었고 기억에 남는 장면과 전반적인 분위기만 남을 뿐이다.

(전체적으로) 가독성으로는 흠잡을 일 없는 작가라서, 이야기 자체는 술술 잘 넘어간다.
의식의 흐름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스꽝스럽고 재밌는 표현에 웃음이 피식피식 나기도 한다.
다만 책을 덮은 시점에서, 소설 내용적으로는 남는 게 많지 않다.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도 잘 모르겠다.
마사오를 중심으로 한, 가상의 작은 한 동네에서의 주먹 권력 역사를 읽어보는 것으로 보는 게 적당하겠다.
그래도 책 읽는 순간순간 재밌었으니까, 그걸로 만족한다. (힘 빠지는 피날레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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