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찾아서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총평: 성석제 특유의 말맛으로 서사적 아쉬움을 충분히 만회한다.
(재미-중, 난도-하)

해학의 소설가 ‘성석제‘의 첫 장편소설이다.
1996년에 웅진에서 출간되었고, 2011년과 2014년에 문학동네에서 재간되었다.
작가는 연세대학교 법학을 전공한 후, 20대 중반에 시인으로 등단했다.
30대 초중반에는 소설가로 등단했고, 2010년대 중반까지 왕성하게 활동했다.
대표작으로는 『투명인간』,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등이 있다.

(줄거리) 나 ‘장원두‘는 초등학교 동창 ‘박재천‘의 연락으로, 과거 본인의 고향을 평정한 인물 ‘마사오‘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된다.
그렇게 그는 그의 고향으로 향하게 된다.
장원두의 시점에서 떠올리는 추억들과 기억들, 마사오의 장례식 전후로 맞닥뜨리게 되는 사람들과 사건들을 자유롭게 풀어낸다. (마사오가 힘을 잃은 이후, 지역의 권력이 어디에서 어떻게 흘러가는지 등...)

(말맛) 역시 성석제 특유의 말맛이 있다.
문장을 장황하고 길게 쓰면서도 리듬과 호흡을 유지한다.
지역 사투리와 정겨운 묘사 덕분에 구수한 향도 난다.
거기에 허풍과 과장으로 조미료를 친다.
흐름만 타면 재밌게 술술 읽어갈 수 있다.
한국 소설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성석제 작가 특유의 문체는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마사오) 작중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마사오‘.
지역민들에게 경외심과 두려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신화의 주인공이자 지역의 ˝왕˝.
그의 이름을 전 대통령 ‘박정희‘의 일본식 이름 ‘다카키 마사오‘에서 차용한 것 같다. (자칭 세계 대통령 ‘유신조‘라는 등장인물까지 있다.)
소설을 읽어보면 알 수 있는데, 그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은 없다.
그저 ‘마사오‘라는 이름에서 오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강인한 이미지를 사용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어쩌면 ‘작은 시골 동네의 전설적인 존재 마사오‘를 통해, ‘대한민국 제5~9대 대통령 박정희‘를 축소해서 표현하고 싶었던 걸까?

(『위풍당당』과의 공통점) 일전에 성석제 작가의 2012년 장편소설 『위풍당당』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소설에서도 건달 및 깡패가 등장하는데, 이 소설 『왕을 찾아서』에서도 그렇다.
성석제 작가는 무법과 주먹의 세계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또 다른 공통점이 있는데, 소설의 결말에 힘이 없다.
기세 좋게 성석제 특유의 야부리로 독자의 마음을 털다가, 막판에 돼서야 수습하기 어려운지, ‘얼렁뚱땅 그랬더래요~‘라는 식으로 마무리한다.
그렇게 다소 허탈한 기분으로 책을 덮게 된다.
중간중간 재밌었고 기억에 남는 장면과 전반적인 분위기만 남을 뿐이다.

(전체적으로) 가독성으로는 흠잡을 일 없는 작가라서, 이야기 자체는 술술 잘 넘어간다.
의식의 흐름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스꽝스럽고 재밌는 표현에 웃음이 피식피식 나기도 한다.
다만 책을 덮은 시점에서, 소설 내용적으로는 남는 게 많지 않다.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도 잘 모르겠다.
마사오를 중심으로 한, 가상의 작은 한 동네에서의 주먹 권력 역사를 읽어보는 것으로 보는 게 적당하겠다.
그래도 책 읽는 순간순간 재밌었으니까, 그걸로 만족한다. (힘 빠지는 피날레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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