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읽는다 한눈에 꿰뚫는 전쟁사도감 지도로 읽는다
조 지무쇼 지음, 안정미 옮김 / 이다미디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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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전쟁사 ‘도감‘은 오버.
그래도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주요 전쟁 모음 설명서.
(유익-중하, 난도-중)

‘조지무쇼‘는 개인의 이름이 아닌, 집단의 이름이다.
1985년에 창립한 일본의 기획편집 집단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출판물을 제작하고 있다.
해당 단체의 저작물은 한국에서도 꾸준히 번역되고 있다.

28가지 전쟁을 주제별/시대순으로 5개의 파트로 나누어서 간략히 보여준다.
(가치관/종교/경제/이데올로기/민족)
대부분의 전쟁에는 몇 가지 패턴이 존재하기에, 그 공통점을 알려주겠다고 말하는데...

난 잘 모르겠다.
그저 시대순으로 중요한 전쟁의 원인, 경과, 결과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전쟁 간의 공통점을 정리해 주거나 비교해 주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비슷한 원인으로 여러 전쟁이 벌어지는데, 그걸 이 책만의 특징으로 삼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가독성 좋은 표나 수치 비교를 사용했다면 보다 이해하기 쉬웠을 텐데, 그렇지도 않다.
지도마저 없었더라면 꽤나 읽기 힘들었을 것이다.

전쟁에 대한 설명 역시 특별히 친절하지 않기에, 배경지식이 없거나 얕다면,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나에게는 유고슬라비아 내전과 중동전쟁이 그랬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정도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고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있을 내용은 다 있기 때문에 배경지식만 충분하다면, 썸업하기에 괜찮은 책이다.
또 갖가지 정보를 담은 ‘그래픽 지도‘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줄글에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지도보다 더 새롭고 유익했던 게 있는데, 각 파트의 말미에서 전쟁의 영향력과 의의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전쟁의 의도치 않은 긍정적인 효과와 생각해 보지 못했던 관점에 감탄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 독립정신의 하나였던 칼뱅파의 신앙관은 기독교와 민주주의의 정의뿐만 아니라 부의 확대나 이를 위한 식민지 지배도 인정하고 있다. 이는 훗날 미국이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내걸고 외국과의 전쟁에 끊임없이 개입하고, 또 유색인종에 대한 지배마저도 정당화하는 논리적 근거가 되고 있다. ‘민주주의야말로 명백한 천명‘을 내세운 미국 독립전쟁은 고스란히, 미국이 이후에 일으키는 전쟁의 모델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111쪽)

아무튼, 서유럽을 통일국가로 만들려는 목표는 고대의 로마제국, 중세의 카를 대제, 나폴레옹, 히틀러에 의해 반복되면서 오늘날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으로 실현되기에 이른다. (119쪽)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로 패전국 독일과 일본은 정권이 해체되지만, 이와 동시에 세계 각지에서 민족자결과 민주주의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전승국도 식민지 지배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2차 세계대전에 의해서 제1차 세계대전의 전후 처리가 겨우 끝나고, 수백 년에 걸쳐 후진국을 침탈했던 제국주의 시대 또한 종언을 고하게 되었던 것이다. (171쪽)

거창한 제목에 비해서는 부족한 책이다.
어떻게 이걸 ‘전쟁사 도감‘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적어도 도감이라는 제목을 쓰려면, 양측의 전력과 상황 등을 간단명료하게 비교하면서 정리해 주거나, 때때로 필요한 정보가 있을 때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도록 깔끔해야 하지 않느냐 이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제목으로 과대포장했다고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다!

아쉬움이 남지만, 여러 전쟁에 대해 개략적으로나마 알아볼 수 있음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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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포노포노의 지혜 - 하와이에서 전해지는 비밀의 치유법
이하레아카라 휴 렌.사쿠라바 마사후미 지음, 이은정 옮김, 박인재 외 감수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총평 : 비현실적인 이야기처럼 보여도 효과 있는 하와이의 자가 치유법을 소개한다. 『호오포노포노의 비밀』을 읽었다면 굳이 읽을 필요는 없는 책.
(유익-중하, 난도-하)

호오포노포노 서적들 가운데 3번째로 번역되었다.
현재는 절판된 도서이지만, 2013년에 『하루 한 번 호오포노포노』로 재간되었다.
(읽는 순서는 크게 상관없지만, 스토리텔링이 있는 『호오포노포노의 비밀』을 먼저 읽기를 권한다.)
SITH(셀프아이덴티티 스루 호오포노포노)의 전문가이자 권위자인 휴 렌 박사가 집필에 참여한 일본 출간작이다.
호오포노포노에 대한 설명과 해결책, 체험담, 휴 렌 박사와의 대담 등이 수록되어 있다.

모르나 여사에 의해 개발된 현대판 호오포노포노의 핵심은 심플하다.
(모르나 날라마쿠 시메오나는 휴 렌 박사의 스승이자 하와이의 인간문화재이다.)
① 내 인생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100% 내 책임이다.
② 내 안에 있는 기억이 모든 일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③ 따라서 기억을 정화해야 한다.
④ 기억이 제거되면, 신성에서 내려오는 영감을 받을 수 있다.

이 세상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이 100% 나의 책임이라는 말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회에서 겪는 부조리한 일들, 현재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쟁과 전쟁, 수많은 범죄, 환경문제, 차별과 갈등 등이 어떻게 전부 내 책임일 수가 있을까?
하지만 호오포노포노의 세계관에서는, 각각의 사건에 대한 표면적인 원인은 다를지언정, 근본적인 원인은 태초부터 쌓여온 기억이 재생되기 때문이다.
내 안에 있는 기억을 정화하고 제거해서, 반복되는 상황을 멈출 수 있는 주체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기억을 정화하고 제거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아주 간단한 해결책을 제공한다.
‘미안해, 용서해줘, 고마워, 사랑해‘ 이 네 가지 말을 반복하면 된다.
그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긴 한데...

책을 읽다 보면, 약을 파는 것 같다는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소개되는 여러 가지 정화 방법에는 오컬트적이면서도 미신적인 요소가 많다. (아래 사진 참고)
전반적으로 현대 과학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많아, 허무맹랑하다고 느끼기 쉽다.
- 블루 솔라 워터는 무의식에 직접 작용해 과거에 일어났던 불행한 사건에 대한 기억을 모두 제거해 준다.
- 블루 솔라 워터에 씨와 묘목을 담가두면 썩거나 병에 걸리지 않는다.
- 백합은 죽음에 대한 기억을 제거해 준다.
- 억압당해온 여성의 기억이 유방암과 전립선암으로 나타난다.
- 동식물뿐만 아니라 무생물과도 대화할 수 있다.

필자 역시도 호오포노포노를 알게 된 지 13년이 다 되어가지만,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이런저런 의문이 들었다.
책의 난도 자체는 낮지만, 중반부부터 ‘도대체 뭐라는 거야‘라고 하면서 책을 집어던질 수도 있을만한 비현실적인 이야기와 비과학적인 방법이 이 책의 최고 장애물이다.
호오포노포노를 알고 있는 필자조차도 ‘진짜?‘, ‘굳이 왜?‘라는 생각을 했는데, 호오포노포노를 처음 접하는 독자는 얼마나 당황스럽겠는가.

왜 저런 오컬트적인 요소를 포함한 걸까? 설마 돈을 벌기 위함인가?
특정 정화 방법에 많은 사람들의 기억이 쌓이면서 정화의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계속 새로운 정화 방법을 개발하는 걸까?
비현실적이고 허무맹랑하게 들리지만, 어쩌면 효과가 있고 이게 숨겨진 현실인 것은 아닐까?
근데 왜 휴 렌 박사가 하와이 주립 정신 병동을 치유했다는 사건에 대한 실질적인 기록은 없는 걸까? 논문도 없던데...

호오포노포노에 대한 개개인의 입장은 다르겠지만, 확실히 효과는 있다고 말하고 싶다.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 특히 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말이다.
- 내 주변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남탓 또는 비난을 하지 않게 된다.
- 만트라처럼 네 가지 말을 반복하면서 내면의 평온함을 찾을 수 있다.
- 잡념이 덜 생겨서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침착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 호오포노포노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일생을 비교적 무탈하게 보내고 있다.

삶이 힘들다면, 평온한 마음을 가지고 싶다면, 굳이 이 책이 아니더라도 호오포노포노 관련 서적을 일독하고 잠깐이라도 실천해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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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령술사 - 개의 영혼을 만나다
마티아스 아레기 지음, 김모 옮김 / 이숲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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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강아지의 사랑을 창의적인 말풍선과 프레임으로 그려낸, 잔잔한 그래픽 노블.
(재미-중, 난도-하)

원제 『Le nécromanchien』.
‘nécromancien(강신술사, 무당)‘과 ‘chien(개)‘를 이용한 제목을 『견령술사』로 적절하게 잘 옮겼다.
1984년 프랑스에서 출생한 저자는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이후, 신문사에서 일하다가, 현재는 어린이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5년 『시작/다음(Avant/Apres)』로 볼로냐 라가치상 논픽션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으나, 현재 한국에 소개된 작품은 이 작품뿐이다.

(줄거리) 같은 미술대학을 나왔지만 승승장구하는 ‘뒤보뇌르‘와 달리, 주인공 ‘모로즈‘는 이름답게 ‘우울‘한 인생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모로즈는 강아지를 입양 받게 되고 그의 인생에는 ‘기적‘이 생긴다.
하지만 희망찬 일상도 잠시, 강아지는 교통사고로 죽고 모로즈는 실의에 빠진다.
이때 강아지의 영혼은 ‘견령술사‘를 만나게 되고, 다시 한번 기적이 일어나는데...

제목처럼 ‘견령술사(영매)‘를 통해, 인간에 대한 강아지의 사랑과 강아지에 대한 인간의 사랑을 창의적으로 잘 드러낸다.
전반적으로 잔잔한 이야기의 분위기에서 클라이맥스의 역할을 해내며, 독자에게 과하지 않은 감동을 선사한다.
영매를 통해 모로즈에게 말하는 강아지의 영혼으로부터 무해하고 무한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반려견과의 추억이 있거나 반려견과 함께 지내고 있는 독자라면, 더 강렬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일러스트레이터인 만큼, 작중 뒤보뇌르와 모로즈가 그린 미술 작품을 보는 맛이 있다.
창의적인 만화 컷과 말풍선은 칭찬할만하다. 프레임에 제한되지 않고, 자유롭지만 깔끔하게 종이 위를 뛰논다.
필자가 많은 만화를 본 건 아니지만, 이 정도로 말풍선과 프레임을 잘 활용한 만화는 처음이다.
눈을 편하게 해주는 둥글둥글한 그림체도 이야기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시원하지 않은, 다소 열린 결말은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다.
강아지와 함께하는 짧은 시간을 제외하고는 끊임없이 고통받는 모로즈에게, 작은 성공이라도 맛보게 해줬다면 어땠을까. 조금은 찝찝하게 책을 덮는다.
3만 원이라는 무시무시한 가격도 놀랍지만, 필자는 도서관에서 빌려봤으므로 말을 아끼겠다.

이 그래픽 노블을 읽으면서, 훗날 은퇴하고 나서 개와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그럼 사회생활을 많이 하지 않아도, 외로움과 우울감에 잠식되지 않고 행복하고 따뜻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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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
이사카 고타로 지음,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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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마일드하게 전해져오는 일상적인 위로. 잔잔한 만큼 임팩트는 없는 슴슴한 맛.
(재미-중하, 난도-하)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소설가 ‘이사카 코타로‘의 2022년 연작 소설.
추리소설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특정 장르로 국한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유형의 소설을 쓰는 작가로, 2000년 데뷔 이후 꾸준히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필자의 최애 작가이기도 하다.)
원제 『Micro Spy Ensemble』를 그대로 번역한 이 작품은 음악 페스티벌을 위한 단편 소설이었지만, 이후 매년 한편씩 집필하게 되어 장편 연작소설로 변모했다.

(줄거리) 보통 세계와 작은 세계가 교차되면서, 총 7년 동안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보통 세계 : 우리가 살고 있는 크기의 세상. 신입사원 ‘마쓰시마‘의 직장 생활과 연애사가 주를 이룬다.
작은 세계 : 곤충을 탈것으로 사용하는 세상. 스파이들의 임무와 여정을 다룬다.
보통 세계와 작은 세계에서의 행동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마일드하다. 그래서 맘 편하게, 소소하고 잔잔하게 읽을 수 있다.
판타지적인 요소 또한 대개 상황을 타개하는 등의 긍정적인 역할을 할 뿐이다.
위기의 순간에서도 딱히 맘 졸일 필요가 없는데, 그런 만큼 임팩트가 약하고 심심한 편이다.
한창 빛나던 시기의 작품들에 비하면,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떡밥 회수의 개연성은 빛이 바랜 느낌이다.
작가 특유의 재기발랄한 분위기와 극적인 반전을 기대했다면 실망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만큼, 걱정근심 없는 마음으로 읽기에는 괜찮다.
˝여기에서는 별것 아닌 내 행동이, 저곳에서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라는 레퍼토리가 반복되는데, 은근하고 따뜻한 위로가 된다. 나의 평범한 일상과 사소한 행동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사카 코타로의 여러 저작들을 읽어본 팬이라면, 이야기의 구성적인 측면에서 『밤의 나라 쿠파』를 떠올렸을 텐데, 이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안도감과 위로와 유사하다.
(저자 후기에서 이에 대해 간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한다.)
그래서 평상시보다 꽤 짧게, 과거의 내 작품에서 쓴 적이 있는 아이디어를 응용하여 이나와시로 호수를 무대로 한 동화같은 소설을 써보았다. (231~232쪽)

해당 소설을 ‘음악 소설‘이라고 홍보하는 만큼, 꾸준하게 일본의 밴드 ‘더 피즈‘와 가수 ‘Tomovsky‘ 노래를 언급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전혀 유명한 가수가 아닌 만큼, 일본어에 능숙한 게 아니라면 직접 노래를 찾아들어보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힘을 주거나 생각의 전환점을 이끌어주는 가사는 일품이니만큼, 소설의 의도와는 잘 들어맞는다.
일본어를 모르는 필자로서는, 직접 찾아듣기 어려운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전반적으로도 아쉽다.
2~3번째 이야기부터는 이야기의 구조가 비슷해서 마음 놓고 편하게 읽었는데, 잔잔하게 따스함을 전해주기는 하지만, 그런 만큼 마음을 크게 울리는 이야기는 없다.
필자의 기대와 달랐던 것이지, 그렇다고 특정한 단점이 도드라지는 그런 소설은 결코 아니다.
준수한 캐릭터와 상황 설정, 그리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는 우연이 많기는 하지만 개연성도 충분하다.
어쩌면 요즈음 걱정이 많은 필자가 편하게 읽기에는 안성맞춤이었던 소설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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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양장)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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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총평 : 서사적 재미는 잘 모르겠지만, 하루키의 문장과 구성에서 오는 잔잔한 매력은 알 것 같다.
(재미-중하, 난도-하)

한국에서 문학 좀 읽는다면 모를 수 없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첫 번째 장편소설.
이 작품으로 ‘군조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다.
흔히 하루키의 ‘쥐 3부작‘의 첫 번째 소설로 일컬어진다.
원제 ‘風の歌を聽け‘를 직역했다.

(줄거리) 1970년 8월 8일부터 8월 26일까지, 18일간의 ‘나‘의 일상과 과거 회상을 다룬다.
20대 초반의 대학생 ‘나‘는 부자 친구 ‘쥐‘와 함께 바에 가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바의 화장실에 쓰러져있던 여자를 집에 데려다주면서 그녀와 인연을 쌓기도 한다.
중간중간에 ‘쥐‘와의 첫 만남, 만났던 여자들, 라디오, 친구 등 과거 등을 언급하기도 한다.
역자 후기에서 작가가 아무 생각 없이 쓴 소설이라고 시인하듯이, 일기라도 쓰는 것처럼 생각이 흐르는 대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하루키는 무엇을 말하려고 했던 걸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일상적인 허무와 공허함? 지금도 정확하게 콕 집어서 단언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중요한 건, 특정 주제의식이 아닌 것 같다.
소설 전체에서 풍겨오는, 하루키 특유의 문장에서 풍겨 나오는 분위기를 감상하는 게 우선이다.

이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필자는 이 소설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책을 한번 더 훑어보는 지금, 그만의 매력을 어렴풋이 알 것만 같다.
어째서 하루키만의 탄탄한 팬층이 있는지, 그의 글에 열광하는지 알 것만 같다.
기승전결의 업 앤 다운 폭도 좁고 주인공의 감정 변화도 미미한, 어찌 보면 심심하다고 할 수 있는 이야기에서 풍겨 나오는, 특유의 담담하지만 감상적인 언어가 주는 매력이 있다.
대놓고 힐링해주겠다고 광고하는 ‘힐링 소설‘과는 다른, 잔잔하게 스며드는 듯한 일상적인 감성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위로가 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
과거의 인연과 추억은 그리움과 미련을, 지금 연을 맺고 있는 사람들과 평범한 일상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떤 감정을 전한다. 화자이기도 한 주인공이 감정의 변화 없이 무미건조하게 이야기해서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이제 막 하루키의 소설을 처음 읽은 필자는 가까스로 하루키의 매력을 느낄랑 말랑하고 있다.
다음 작품에서는 그의 문장에서 오는 분위기는 물론, 이번에는 느끼지 못했던 그의 서사적 역량도 꼭 느껴보고 싶다.
(이번 리뷰에서 이야기의 서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이유도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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