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령술사 - 개의 영혼을 만나다
마티아스 아레기 지음, 김모 옮김 / 이숲 / 202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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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강아지의 사랑을 창의적인 말풍선과 프레임으로 그려낸, 잔잔한 그래픽 노블.
(재미-중, 난도-하)

원제 『Le nécromanchien』.
‘nécromancien(강신술사, 무당)‘과 ‘chien(개)‘를 이용한 제목을 『견령술사』로 적절하게 잘 옮겼다.
1984년 프랑스에서 출생한 저자는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이후, 신문사에서 일하다가, 현재는 어린이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5년 『시작/다음(Avant/Apres)』로 볼로냐 라가치상 논픽션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으나, 현재 한국에 소개된 작품은 이 작품뿐이다.

(줄거리) 같은 미술대학을 나왔지만 승승장구하는 ‘뒤보뇌르‘와 달리, 주인공 ‘모로즈‘는 이름답게 ‘우울‘한 인생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모로즈는 강아지를 입양 받게 되고 그의 인생에는 ‘기적‘이 생긴다.
하지만 희망찬 일상도 잠시, 강아지는 교통사고로 죽고 모로즈는 실의에 빠진다.
이때 강아지의 영혼은 ‘견령술사‘를 만나게 되고, 다시 한번 기적이 일어나는데...

제목처럼 ‘견령술사(영매)‘를 통해, 인간에 대한 강아지의 사랑과 강아지에 대한 인간의 사랑을 창의적으로 잘 드러낸다.
전반적으로 잔잔한 이야기의 분위기에서 클라이맥스의 역할을 해내며, 독자에게 과하지 않은 감동을 선사한다.
영매를 통해 모로즈에게 말하는 강아지의 영혼으로부터 무해하고 무한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반려견과의 추억이 있거나 반려견과 함께 지내고 있는 독자라면, 더 강렬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일러스트레이터인 만큼, 작중 뒤보뇌르와 모로즈가 그린 미술 작품을 보는 맛이 있다.
창의적인 만화 컷과 말풍선은 칭찬할만하다. 프레임에 제한되지 않고, 자유롭지만 깔끔하게 종이 위를 뛰논다.
필자가 많은 만화를 본 건 아니지만, 이 정도로 말풍선과 프레임을 잘 활용한 만화는 처음이다.
눈을 편하게 해주는 둥글둥글한 그림체도 이야기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시원하지 않은, 다소 열린 결말은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다.
강아지와 함께하는 짧은 시간을 제외하고는 끊임없이 고통받는 모로즈에게, 작은 성공이라도 맛보게 해줬다면 어땠을까. 조금은 찝찝하게 책을 덮는다.
3만 원이라는 무시무시한 가격도 놀랍지만, 필자는 도서관에서 빌려봤으므로 말을 아끼겠다.

이 그래픽 노블을 읽으면서, 훗날 은퇴하고 나서 개와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그럼 사회생활을 많이 하지 않아도, 외로움과 우울감에 잠식되지 않고 행복하고 따뜻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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