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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
이사카 고타로 지음,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3년 6월
평점 :
총평 : 마일드하게 전해져오는 일상적인 위로. 잔잔한 만큼 임팩트는 없는 슴슴한 맛.
(재미-중하, 난도-하)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소설가 ‘이사카 코타로‘의 2022년 연작 소설.
추리소설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특정 장르로 국한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유형의 소설을 쓰는 작가로, 2000년 데뷔 이후 꾸준히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필자의 최애 작가이기도 하다.)
원제 『Micro Spy Ensemble』를 그대로 번역한 이 작품은 음악 페스티벌을 위한 단편 소설이었지만, 이후 매년 한편씩 집필하게 되어 장편 연작소설로 변모했다.
(줄거리) 보통 세계와 작은 세계가 교차되면서, 총 7년 동안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보통 세계 : 우리가 살고 있는 크기의 세상. 신입사원 ‘마쓰시마‘의 직장 생활과 연애사가 주를 이룬다.
작은 세계 : 곤충을 탈것으로 사용하는 세상. 스파이들의 임무와 여정을 다룬다.
보통 세계와 작은 세계에서의 행동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마일드하다. 그래서 맘 편하게, 소소하고 잔잔하게 읽을 수 있다.
판타지적인 요소 또한 대개 상황을 타개하는 등의 긍정적인 역할을 할 뿐이다.
위기의 순간에서도 딱히 맘 졸일 필요가 없는데, 그런 만큼 임팩트가 약하고 심심한 편이다.
한창 빛나던 시기의 작품들에 비하면,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떡밥 회수의 개연성은 빛이 바랜 느낌이다.
작가 특유의 재기발랄한 분위기와 극적인 반전을 기대했다면 실망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만큼, 걱정근심 없는 마음으로 읽기에는 괜찮다.
˝여기에서는 별것 아닌 내 행동이, 저곳에서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라는 레퍼토리가 반복되는데, 은근하고 따뜻한 위로가 된다. 나의 평범한 일상과 사소한 행동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사카 코타로의 여러 저작들을 읽어본 팬이라면, 이야기의 구성적인 측면에서 『밤의 나라 쿠파』를 떠올렸을 텐데, 이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안도감과 위로와 유사하다.
(저자 후기에서 이에 대해 간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한다.)
그래서 평상시보다 꽤 짧게, 과거의 내 작품에서 쓴 적이 있는 아이디어를 응용하여 이나와시로 호수를 무대로 한 동화같은 소설을 써보았다. (231~232쪽)
해당 소설을 ‘음악 소설‘이라고 홍보하는 만큼, 꾸준하게 일본의 밴드 ‘더 피즈‘와 가수 ‘Tomovsky‘ 노래를 언급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전혀 유명한 가수가 아닌 만큼, 일본어에 능숙한 게 아니라면 직접 노래를 찾아들어보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힘을 주거나 생각의 전환점을 이끌어주는 가사는 일품이니만큼, 소설의 의도와는 잘 들어맞는다.
일본어를 모르는 필자로서는, 직접 찾아듣기 어려운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전반적으로도 아쉽다.
2~3번째 이야기부터는 이야기의 구조가 비슷해서 마음 놓고 편하게 읽었는데, 잔잔하게 따스함을 전해주기는 하지만, 그런 만큼 마음을 크게 울리는 이야기는 없다.
필자의 기대와 달랐던 것이지, 그렇다고 특정한 단점이 도드라지는 그런 소설은 결코 아니다.
준수한 캐릭터와 상황 설정, 그리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는 우연이 많기는 하지만 개연성도 충분하다.
어쩌면 요즈음 걱정이 많은 필자가 편하게 읽기에는 안성맞춤이었던 소설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