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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양장)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총평 : 서사적 재미는 잘 모르겠지만, 하루키의 문장과 구성에서 오는 잔잔한 매력은 알 것 같다.
(재미-중하, 난도-하)
한국에서 문학 좀 읽는다면 모를 수 없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첫 번째 장편소설.
이 작품으로 ‘군조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다.
흔히 하루키의 ‘쥐 3부작‘의 첫 번째 소설로 일컬어진다.
원제 ‘風の歌を聽け‘를 직역했다.
(줄거리) 1970년 8월 8일부터 8월 26일까지, 18일간의 ‘나‘의 일상과 과거 회상을 다룬다.
20대 초반의 대학생 ‘나‘는 부자 친구 ‘쥐‘와 함께 바에 가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바의 화장실에 쓰러져있던 여자를 집에 데려다주면서 그녀와 인연을 쌓기도 한다.
중간중간에 ‘쥐‘와의 첫 만남, 만났던 여자들, 라디오, 친구 등 과거 등을 언급하기도 한다.
역자 후기에서 작가가 아무 생각 없이 쓴 소설이라고 시인하듯이, 일기라도 쓰는 것처럼 생각이 흐르는 대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하루키는 무엇을 말하려고 했던 걸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일상적인 허무와 공허함? 지금도 정확하게 콕 집어서 단언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중요한 건, 특정 주제의식이 아닌 것 같다.
소설 전체에서 풍겨오는, 하루키 특유의 문장에서 풍겨 나오는 분위기를 감상하는 게 우선이다.
이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필자는 이 소설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책을 한번 더 훑어보는 지금, 그만의 매력을 어렴풋이 알 것만 같다.
어째서 하루키만의 탄탄한 팬층이 있는지, 그의 글에 열광하는지 알 것만 같다.
기승전결의 업 앤 다운 폭도 좁고 주인공의 감정 변화도 미미한, 어찌 보면 심심하다고 할 수 있는 이야기에서 풍겨 나오는, 특유의 담담하지만 감상적인 언어가 주는 매력이 있다.
대놓고 힐링해주겠다고 광고하는 ‘힐링 소설‘과는 다른, 잔잔하게 스며드는 듯한 일상적인 감성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위로가 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
과거의 인연과 추억은 그리움과 미련을, 지금 연을 맺고 있는 사람들과 평범한 일상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떤 감정을 전한다. 화자이기도 한 주인공이 감정의 변화 없이 무미건조하게 이야기해서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이제 막 하루키의 소설을 처음 읽은 필자는 가까스로 하루키의 매력을 느낄랑 말랑하고 있다.
다음 작품에서는 그의 문장에서 오는 분위기는 물론, 이번에는 느끼지 못했던 그의 서사적 역량도 꼭 느껴보고 싶다.
(이번 리뷰에서 이야기의 서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이유도 동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