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독파하는 타락론.백치 만화세계문학 (독서논술 만화 필독선) 16
사카구치 안고 지음, 조경미 옮김, 버라이어티 아트워크스 그림, 정채기 해설 / 신원문화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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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구치 안고의 타락론과 백치를 만화로 볼 수 있다. 글의 분위기와 만화의 그림체가 꽤나 잘 어울린다. 더군다나 백치의 경우 단편이기 때문에 줄글의 많은 부분을 살리면서도 만화에 이야기를 충분히 담아낸다. (타락론은 아직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타락론 전편 - 백치 - 타락론 후편‘이라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타락론> 안고가 직접 등장하여 이야기를 안내한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의 가미카제를 ‘공허한 아름다움‘이라고 칭한다. ‘천황제‘를 이용하면서 책임 회피의 수단으로 사용함에 일침을 가한다. 1945년 8월 15일 항복 이후, 미국의 지배하에 놓이게 된 일본의 장군들은 할복하지 않고 특공대 젊은이들은 암거래 상이 되고, 미망인은 새로운 남자를 물색하며, 아무것도 없는 여자들은 미군에게 몸을 판다. 안고는 이러한 ‘타락‘을 긍정한다. ˝타락하라! 가짜 기모노를 벗어던져라!˝
˝살아라, 그리고 타락하라.˝
˝타락할 길을 온전히 타락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구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일본이 패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타락론을 설파한 안고. 당시의 파급력은 상당히 컸을 것 같다. 패배감으로 물들어있던 일본 국민의 가슴을 요동치게 만들어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러한 사카구치 안고의 철학은 작금의 시대에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강요되는 기존의 질서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타락의 길을 걸어가는 태도 말이다.

<백치> 타락론을 소설화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지금의 나로서는 아직 긴가민가하다. 기존의 소설과는 다르게 다소 각색되었다. 상황에 알맞게 익살스럽게 또는 그로테스크하게 잘 그렸다.
한창 전쟁 중인 시기에 일본 본토에서 ‘이자와‘는 ‘200엔‘의 급료와 징용에 대한 공포에 자신의 젊음을 희생하며 살아간다. 그런 그는 ‘사요‘라는 이웃집 백치 여자를 방에 들이면서 자신의 비참한 처지에 둔감해져간다. 물론 공습으로 인해 금방 현실을 직시하게 되지만..
- 공습으로 인해 마을이 파괴된 후에 사요와 함께 미래를 바라보는 이자와의 모습은 기존의 소설에서는 느끼지 못했었다. 그래도 <백치>는 줄글이 더 좋긴 하다.

이전의 리뷰가 마음에 안 들어서 다시 읽고 기록한다.
안고의 글을 조금이나마 읽어보고 다시 읽으니 좀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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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 치바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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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포 있습니다★★

3번째로 읽는 <사신 치바>.

죽음의 여부를 결정하는 사신 ‘치바‘가 6명의 인간과 함께 한다. 독자인 우리는 치바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따라간다.
매사 침착하며 인간으로 보이기 위해 연기하지만 인간 세상에 낯선 사신 치바의 엉뚱한 행동에 종종 웃음이 난다. 조사관으로서 일에 충실하면서 인간사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듯한 태도의 치바가 꽤나 매력이 있다.
6개의 단편에서 사신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단편마다 스타일이 달라 여러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다.

6개의 단편들 중에서 2개가 특히 마음에 든다.

두 번째 단편 <사신의 하드보일드 : 치바와 후지타 형님>에서는 치바는 ‘후지타‘라는 야쿠자의 죽음의 여부를 조사한다. 여타 야쿠자와는 다르게, 후지타는 우직하게 정의와 도리를 우선시하는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 후지타를 믿고 따르는 한편, 조직의 명령으로 후지타를 감시하며 그를 함정에 빠뜨리라는 명령을 받은 ‘아쿠츠‘의 말과 행동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특히 이야기의 마무리는 은근히 희망차며 감동적이다.

다섯 번째 단편 <사신의 로드무비 : 살인 용의자와 동행하다>는 반우발적으로 자신의 어머니와 길거리 젊은이를 살해한 ‘모리오카‘가 치바의 차를 타면서 시작된다. 어쩌다 보니 치바는 모리오카의 살해 동기를 차례로 알게 되며 모리오카가 마지막으로 살해할 사람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서 운전수와 물주 노릇을 하게 된다.
이전에 읽은 경험이 있기에 이야기가 대강 어떤 식으로 풀려가는지 알고 있었음에도, 이야기의 말미에서 뭉클, 눈물이 고였다. (안타까움, 슬픔, 드러나는 진실 등의 끝 맛이 훌륭하다.)

다른 단편들 역시 재미있고 감동도 있지만, 마지막 단편은 좀 아쉽다. 갑자기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다. 좀 더 개연성 있게 살을 더 붙였으면 어땠을까 한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설정과 함께 하는 이야기가 꽤나 매력 있다. 가독성도 괜찮으며 죽음에 대해 소소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사신 치바>가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들 중 가장 대중적이고 접근성이 좋은 작품이라고 감히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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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특별한 스페인어를 부탁해 - 첫걸음 내게는 특별한 스페인어 시리즈
조혜진 지음 / 다락원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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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의 기초를 위한 공부 책으로 20개의 챕터가 <문법 - 대화 - 어휘/표현 - 문제>로 구성되어 있다.
첨부된 CD에는 저자의 동영상 강의와 mp3 파일이 저장되어 있다. (CD의 파일을 빼낼 수 있다!)
동영상은 대부분 간단한 문법 위주의 강의로, 스페인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꽤나 유용할 거라고 생각한다.

스페인어의 기초를 다지기 위한 책으로 무난하다고 생각한다.
본인은 몇 년 전에 스페인어의 기본적인 문법을 쭉~ 훑은 경험이 있는데, 각 잡고 ‘스페인어 기초 다지기‘에 이 책이 썩 괜찮았다.
어렵거나 복잡한 부분을 배제하여 20강에 걸쳐 스페인어 문법의 핵심을 잘 알려준다.
일단 이 책의 세부내용까지 익힌다면, 스페인어의 기본 문법은 마스터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개인적인 이야기)
역시 스페인어의 시제, 그중에서도 불규칙 변화는 너무나 많다. 무수히 반복하면서 외우는 수밖에 없다. ㅠㅠ
어느 정도 복습한 후에, 이미 구매해둔 다른 스페인어 기초 도서들을 공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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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7 1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성석 2021-01-07 12:34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에요 영성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괴담 (양장) 기담문학 고딕총서 1
라프카디오 헌 지음, 심정명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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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민담과 설화 등을 정리, 편집, 각색하여 엮은 책이다.
특이한 점은 그 주체가 영국인이라는 사실이다.

일본의 전통스러운 특유의 분위기가 이야기마다 녹아있다.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일본스러운 느낌.. 고요하면서 은근히 싸릅하고 으스르르한...
170페이지에 19개의 짤막한 단편들이 모여있어서, 분위기를 느끼면서 간편하게 읽기에 좋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물론, 요괴가 등장하는 이야기들이다. 일본하면 역시 다양한 요괴들 아니겠나!
그 중에서도 ‘귀 없는 호이치‘와 ‘설녀‘가 기억에 남는다. 특히 ‘귀 없는 호이치‘는 마음을 졸여가며 읽었다.

근대 일본에 온 영국인이 일본과 사랑에 빠져 일본의 옛날 이야기를 모아서 이렇게 책을 만들었다.
조선과 사랑에 빠져 조선의 민담과 설화를 엮은 외국인은 있었을까? 없었겠지? 문득 궁금해진다.

일본의 민담과 설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특색 있는 이 책을 일독하기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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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7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카구치 안고 단편집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사카구치 안고 지음, 유은경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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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습니다★★

만화로 간단하게 읽어봤던 사카구치 안고를 이번에 각 잡고 읽어보았다.
5개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진 단편집이다.

<백치>
전쟁 중의 일본 본토. 기자 ‘이자와‘가 얹혀살고 있는 집으로 이웃집에 살던 백치 ‘사요‘가 숨어들어서 함께 살게 된다. 이자와는 육체적 쾌락밖에 모르는 여자와 함께 살면서, 본인의 궁핍한 현실에 대한 고뇌를 차츰 잊어간다. 그런 와중에 미군의 공습으로 동네는 불타고 사람들은 피난을 간다. 이자와와 백치 여인 역시 피난을 간다.
- 돈 때문에 의무적으로 일을 하는 이자와가 굴러들어온 여자의 육체에서 위안을 찾는 한편, 사고 수준이 극히 낮은 이 여자를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태도가 마치 지금의 현실과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공포에 정신줄을 놓아버린, 옷장 속의 사요의 묘사는 강렬하다. (더군다나 만화에서 본 그 이미지는 지금도 떠오른다.) 그래서 그런지 피난을 갈 때, 이자와의 말에 사요가 처음으로 자신의 의사를 보이는 모습은 은근 감동적이다.

<외투와 푸른 하늘>
삼류 작가 ‘오치아이 다이헤이‘는 기원에서 알게 된 ‘우부카타 쇼키치‘라는 사람과 친해지고, 그의 모임에 함께하게 된다. 그는 게이샤 출신인 쇼키치의 아내 ‘기미코‘와 불륜을 저지른다. 그럴수록 성욕에 지배당한다.
- 제목은 다이헤이가 기미코를 떠올리게 하는 소재이다. 외투를 입은 기미코와 관계를 가지기 시작했고, 쇼키치를 떠나 푸른 하늘 아래 야외에서 관계를 가지기도 했다.

<돌의 생각>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 13남매 중 12번째, 막내아들인 ‘나‘는 연이 없다시피한 냉정한 아버지와 서로 증오하던 어머니 아래에서 막 살았다. 가슴속의 슬픔(애달픔)과 불쌍하게 죽은 백치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벚꽃이 만발한 벚나무 숲 아래>
아름다움이 아닌 공포의 존재인 벚꽃. 과거에는 그랬다며 시작하는 설화 소설이다.
벚꽃을 제외하고는 무적인 산적이 아름다운 여자를 발견하면서 삶이 바뀐다. 여자를 위해 헌신하면서, 결국 산을 떠나 도읍지로 간다. 여자의 요구에 따라 사람들의 머리통을 따서 여자에게 주고, 여자는 머리통을 가지고 논다. 이런 일상에 지친 남자는 산으로 되돌아갈 것을 요구하는데 의외로 여자가 수긍한다. 산속 벚나무 숲 아래서 여자를 업은 남자는 여자를 귀신으로 느껴 여자를 죽인다. 이후 벚꽃에서 느끼던 두려움과 불안은 없어진다. 본인도 없어진다.
- 불교 괴담 같다는 개인적인 의견. 독특하고 단순한 플롯이다. 이야기 전개에 막힘이 없다.

<파란 도깨비의 훈도시를 빠는 여자>
특이하고 단순한 ‘사치코‘라는 여자의 사고를 따라 쓰인 인생 이야기이다. 순결을 강조하던 어머니가 공습으로 죽고, ‘구스미‘라는 회사 전무의 첩으로 살아간다.
사치코는 굉장히 단순 명료한 캐릭터이다. 해설에서 작가가 42살에 만난 ‘가지 미치요‘라는 여자를 형상화한 소설이라고 한다. 뭐라고 확실하게 표현을 하지는 못하겠는데, 무심하면서 나름 주관은 있는..
이야기의 말미에 제목의 의미가 은연히 드러난다. (도깨비 : 구스미, 다른 남자들?)

사카구치 안고의 글을 요설체라고 한단다. 글을 막힘없이 술술 쓴 느낌이며 잘 읽힌다.
이야기들이 깔끔한 뒷맛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특히 <파란~여자>는 감탄스러웠다.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읽어볼 의향이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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