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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 이야기 - 독서중독을 일으키는 진짜 벌레들의 유쾌한 반란
스티븐 영 지음, 우스이 유우지 엮음, 장윤선 옮김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총평 : 책을 애정하는 마음을 재미있는 컨셉으로 쓴 책.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책.
(재미-상, 난도-중)
부제 : 독서중독을 일으키는 진짜 벌레들의 유쾌한 반란.
작가 ‘스티븐 영‘에 대한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다. 1949년 미국에서 출생했다는 정보밖에 없다.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우스이 유우지‘는 미국의 황야를 운전하다가, 황야에도 책벌레가 사는지 조사 중인 작가를 만나, 책을 엮게 되었다고 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작가가 존재하는지도 의문이다.)
2001년 3월 루마니아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책벌레에 관한 ‘의학 및 생물학 전문 연구서‘이다. (73쪽)
책을 갉아먹는 책벌레가 아닌, 책과 관련된 중독 증상을 일으키는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있는 불가사의한 존재 말이다.
책벌레의 발견, 연구 역사, 문헌, 역사, 생태 등에 대한 개론에 이어, 읽기 벌레와 쓰기 벌레로 분류되는 책벌레의 종류를 알려준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컨셉에 굉장히 충실하고 진지한 책이다.
‘책벌레‘라는 (가상의) 존재를 과학적/생물학적으로 분석한다. 끝끝내 책벌레를 사육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학술적인 문체로 인명과 문헌, 사례 등을 언급하니 꽤나 그럴듯하다. 각종 전문지식과 책에 대한 정보에 난해한 단어가 더해지니 더욱 그렇다. (주사형전자현미경, 화씨 451도, 토마스 만, 니체의 르상티망 등)
책벌레가 종이책 시대에만 활동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최근 전자책 시장의 매출이 늘고 있는 이유는 전자책구입벌레 감염자들 때문이다. 특히 아마존닷컴의 설립자이자 CEO인 제프 베조스가 실제 아마존 강 유역에서 비밀리에 킨들다운로드벌레를 대량 사육하여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퍼뜨린다는 설까지 있으나 공식 확인된 바는 없다.
아울러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초특급 비밀 프로젝트로 아이패드용 책벌레를 개발 탑재했다는 제보가 있었으나, 그것은 한입 베어 먹은 사과 속에 서식하는 벌레였을 뿐이라는 해명도 함께 떠돌았다. 그러나 가장 유력한 설은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을 통해 전 세계에 유포되었고, 일명 아이(i)책벌레라고 하며, 생김새는 사과벌레를 닮았고, 눈은 500만 화소, 배꼽이 하나, 입은 ‘밀어서 잠금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95~96쪽)
출판사마저 컨셉에 진심이니까, 독자도 컨셉에 푹 빠져 보기를 권한다.
소위 ‘뇌절‘에 ‘뇌절‘을 거듭하는 책이지만, 결코 지겹다거나 지루하지 않다.
재미난 컨셉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독자의 웃음을 빵빵 터뜨린다.
저자도 웃음을 참아가며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쓰고 편집했음에 틀림없다.
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집어 들지도 않겠지만, 읽어봐야 별다른 재미가 없을 것이다.
(필자의 관심사 밖인 마라톤, 원두, 판소리와 같은 소재를 재미있게 써봐야, 필자에게 무슨 읽는 재미가 있을까.)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타깃층이 확실한 책이다.
본인이 어떤 책벌레에 감염되었고 공생하고 있는지, 어떤 증후군을 앓고 있는지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책벌레 사육과 후기에 이르러서는,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찡하기도 했다.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책을 읽는 절대적인 독자 수가 감소함에 따라, 책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20여 년 전에도 이랬는데, 스마트폰, 각종 OTT 플랫폼과 숏폼 미디어 등의 파이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는 작금에는 책벌레가 서식하기 얼마나 어려운 환경일지 걱정스럽다.
먹어서, 아니, 읽어서 응원하자!
지금까지 책벌레에 대한 생태와 감염경로, 병세는 충분히 전달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행복하게 감염된다˝는 것의 중요성도 느꼈을 것이다. 나쁜 벌레도 있지만 잘 사귀어보면 책을 접하는 즐거움을 가르쳐주는 좋은 벌레가 압도적으로 많다.
처음에 말했듯이 최근 책벌레의 수는 안타깝게도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특히 좋은 벌레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그 수가 줄고 책의 수도 줄고 책을 읽는 사람도 따라서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책벌레를 멸종 위기종으로 인정하려는 움직임까지 있다. 세계유산으로 지정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것은 아마 무리일 것이다.
책벌레는 인간과 잘 공존하면 그렇게 무서운 존재는 아니다. 그 애교 있는 얼굴과 미워할 수 없는 동작을 본다면 책벌레를 키워보고 싶어 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멸종 위기인 책벌레는 개인도 간단히 사육할 수 있다.
그 방법을 숙달하여 집이나 직장이나 학교에서 책벌레를 증식시켜 다시 한 번 자연으로 방사하는 것은 어떨까? 세계를 책벌레로 가득 차게 하는 것이 바로 책벌레 감염자들의 바람이다. (142~143쪽)
˝그 벌레는 살아있어요. 싫어하지 말아주세요.˝ (저자 후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