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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의 시간 - 서태지와 아이들부터 뉴진스까지, 히스토리로 읽는 케이팝 이야기
태양비 지음 / 지노 / 2023년 1월
평점 :
총평 : ‘사조‘로 보는 케이팝 역사. 아이돌 그룹의 전체적인 흐름과 큰 변화를 알아보기에 괜찮다.
(유익-중상, 난도-하)
저자 ‘태양비‘는 케이팝 웹 소설 『회귀가왕』의 작가이자 케이팝 저널리스트다.
30년 정도 되는 케이팝의 역사를 단순히 시대별로 구분하지 않고, 4개의 사조로 세대를 구분하여 보여준다.
(사조 : 한 시대의 일반적인 사상의 흐름)
저자가 구분한 사조와 대표적인 아이돌, 특징을 나름대로 정리해 본다.
- 0세대 (신세대 댄스 가요) : ‘서태지와 아이들‘로 시작해서 끝나는 시대. 시스템의 부재로 표절 논란과 활동 수명이 짧았다.
- 1세대 (시스템 주의) : SM 기획의 ‘H.O.T.‘와 함께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우후죽순 생겨난다. 분업형 기획으로 아이돌은 플레이어 역할에만 충실하며, 음악 작업에 대한 주체성은 적은 편이다. 1세대의 완전체는 ‘동방신기‘.
- 2세대 (뮤지션 주의) : YG의 ‘빅뱅‘, 특히 ‘지드래곤‘처럼 직접 프로듀싱하고 노래한다. 음악에 대한 주체성을 가지고 활동한다.
- 3세대 (커뮤니티 주의) : 빅히트의 ‘방탄소년단‘으로 대표되는 아이돌의 형태로, 음악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상과 주장, 세계관과 리더십을 보이며 특정한 공동체를 형성한다.
- 미래 (아이콘 주의) : SM의 ‘에스파‘로 대표되는 형태로, 버추얼 세계 등으로 아이돌과 사생활을 구분 지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저자 나름의 구분법은 케이팝의 큰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보통은 아이돌의 활동 시기로 세대를 구분하지만, 저자는 사조(두드러지는 변화와 특징)으로 세대를 구분한다. 이 방식이 케이팝의 큰 흐름을 이해하기에는 더 용이하다.
저자만의 구분법으로 2000년대 중반에 활동했던 대표 아이돌의 세대를 나누면 이러하다.
- 1세대 :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원더걸스, 소녀시대, 카라 등
- 2세대 : 빅뱅
필자는 저자의 세대 구분법은 새로운 변화와 시대를 이끌어가는 아이돌의 등장을 알기에는 적합하지만, 세대를 구분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각 세대를 대표하는 아이돌의 활동 시기에는 절대적인 표본이 부족하며, 2020년 이후에도 1세대 아이돌로 구분해야 하는 아이돌 그룹이 많기 때문이다.
빅뱅의 지드래곤처럼, 아이돌의 멤버가 직접 만든 음악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그룹은 지금도 드물다.
저자의 구분법을 적용하면, 아이즈원(2018), 뉴진스(2022)와 같은 많은 아이돌들이 1세대로 구분된다.
또한 ‘3세대 커뮤니티 주의‘의 경우에는, 그 경계가 굉장히 모호하다. H.O.T.부터 존재했던 팬덤과 BTS의 공동체(?) 사이에는 (규모를 제외하고) 어떤 특별한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재하다.
저자의 세대 구분법은 진화, 변화 또는 발전의 과정으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주어지는 노래와 안무에만 충실하던 가수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작곡/작사에도 참여하는 일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기준으로 아이돌 그룹의 우열을 나눌 수는 없다. SM 엔터테인먼트가 이를 뚝심 있게 반증한다.
빅뱅의 등장으로 많은 아이돌이 작게나마 작곡/작사에 참여하는 흐름에 동참하지만, SM은 고도화된 분업화를 통해 SM 아이돌만의 실력과 독창성을 배경 삼아 연달아 성공한다.
기획사와 프로듀서마다 갖가지 방법으로 아이돌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만큼, 그들의 이야기도 절반 정도 된다.
이수만, 김창환, 양현석, 김형석, 지누 등 많은 프로듀서에 대한 이야기가 있지만, 그중에서 팔방미인 박진영의 끝없는 열정과 도전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케이팝의 전반적인 역사와 흐름을 알아보기에 괜찮은 책이다.
세대를 나누는 것에 더해, 각 세대에서 발생하는 문제점과 보완점과 한계,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케이팝 시장에서 일어났던 굵직한 사건도 알 수 있다.
기획사별 케이팝 계보와 케이팝 연표도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