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소원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유동익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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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사람이 그립지만 두렵기도 한, 소심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우화 소설. (현실적인 위로나 해결책은 없음)
(재미-하, 난도-중하)

의사로 일하면서 시집을 발간하다가, 동화 작가로 활약하며 다수의 문학상을 받기도 한, 네덜란드의 동화 작가 ‘톰 텔레헨‘의 우화 소설.
2017년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에서 1위, 2017년 키노쿠니야 서점 베스트 도서 선정 등 일본 문단에서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일본의 ‘키노쿠니야 서점‘은 한국에서 ‘교보문고‘와 같은 위상을 가진 대표적/대중적인 서점이다.)
원제 ‘Het verlangen van de egel‘를 직역하면 ‘고슴도치의 욕망(desire)‘이다.

(줄거리) 고슴도치가 동물들에게 초대장을 보낼지 말지 망설이며, 선뜻 편지를 보내지 못한다.
다른 동물과 보내는 시간을 부정적으로 상상하거나 자신의 뾰족한 가시를 탓하면서, 포기하기 일쑤다.
하지만 계속해서 외로움과 쓸쓸함을 느끼면서, 어떤 동물에게 편지를 쓰면 좋을지 고민한다.

고슴도치의 1인칭 시점에서, 다양한 동물들과의 ‘불편한‘ 만남을 상상하는 플롯이 반복된다.
(고래, 코끼리, 메뚜기, 오소리, 해파리 등 서식지와 크기를 가리지 않는다.)
고슴도치의 과대한 상상 속에서 동물들은 고유한 특성을 드러내고, 겁을 먹은 고슴도치는 만남을 포기하게 된다.

필자는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독서했는데,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나름대로 캐치한 것 같다.
‘어른을 위한 동화‘인 만큼 책이 쉽기도 하지만, 소심하고 내성적이고 수동적인 고슴도치의 심리가 필자의 그것과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혼자 생활하면서 외로움과 쓸쓸함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타인(소설에서는 다른 동물)을 만나면서 생기는 불안감과 두려움에, 선뜻 움직이지 못하는 심리를 필자는 잘 알고 있다. 또한 소설에서는 ‘가시‘로 표현되는 개개인의 성격, 결점, 외모 등 다양한 요소에 혼자서 지레 겁먹는 심리 역시 잘 알고 있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은 현시대에,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진입한 건 우연이나 마케팅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히키코모리, 아웃사이더, 왕따, 은따, 관태기, 회피성 인격장애 등의 면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고슴도치의 심리에 심심찮은 공감을 하며 독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공감 이상의 위로를 받지는 못했다.
고슴도치 혼자 끙끙대면서 상상하고 고민하는 모습과 분위기에 공감은 하지만, 책을 읽는 필자의 기분도 축 처지고 가라앉는다.
무작정 ‘그래도 괜찮아‘ 또는 ‘적정한 때와 상대가 있다‘라는 식의 결말도 이제는 식상할뿐더러, 필자에게 별다른 위안을 주지 못했다.
(꾸준히 등장하는 거북이와 달팽이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약간은 수수께끼 같은 우화 소설이다.
이 소설에 관심이 있다면, 동물들의 언행에서 각각의 특성을 생각하고 분석하면서 독서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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