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전설 용지호 - 제4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21
김봉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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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자전거를 타고 싶어지는 소설. 자전거를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커뮤니티에서 오는 즐거움과 성장.
(재미-상, 난도-하)

‘문학동네 청소년‘ 시리즈 중 21번째 도서.
제4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한양대학교에서 연극영화학과를 전공한 ‘김봉래‘의 데뷔작이다. 저자는 2015년 12월에 여러 소설가들과 청소년 테마 소설 단편집 『중독의 농도』를 출간한 이후, 별다른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는 않다.

(줄거리)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 봄이 찾아오고, 반에서 별다른 존재감 없는 학생 용지호는 중3이 된다.
어느 날 아버지가 회사에서 자전거를 한 대 받아오면서, 용지호의 밋밋하던 인생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자전거에 마음을 빼앗긴 용지호는 용돈으로 용무늬 저지와 버프를 비롯한 자전거 용품을 사고, 등하교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자전거를 즐겨 타게 된다.
자전거를 매개로 양재천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으며, 우여곡절 많은 한 해를 보내게 된다.

이야기 전개와 문체가 가볍고 귀엽고 유쾌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필자도 수차례 웃으면서 이야기를 즐겼다.
2014년 당시에 유행했던 표현과 트렌드를 중학생 용지호의 말을 빌려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2010년대 초반에 대한 기억이 있다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이 소설의 오버스러운 도입부를 읽으면, 이 소설에 대한 호기심이 동하고 구미가 당길 것이다.
(즐겁고 따뜻한 마음으로 독서하고 나서 필자의 리뷰를 발견했다면, 프롤로그를 다시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양재천에 드래곤이 있다!˝
˝길을 잃고 양재천을 헤매고 있을 때 그를 만난 거야. 그는 마치 광야의 초인처럼 홀연히 나타났어. 드래곤이 그려진 두건을 쓰고 붉은빛의 자전거를 탄 그 사내는 바람처럼 내 옆을 스쳐 지나갔고, 나는 귀신에 홀린 듯 그의 뒷모습에 이끌려 페달을 밟았지. 어디를 향해 달렸는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몰라. 그를 따라 달리다 보니 어느덧 나는 익숙한 길 위에 있었고, 그는 유유히 밤안개 속으로 사라졌어.˝
이야기가 이쯤 되면 모두가 배를 잡고 낄낄거릴 법도 하지만, 라이더들은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드래곤을 칭송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드래곤이 나타나자 양재천의 살진 비둘기들이 학익진을 펼치며 드래곤의 머리 위로 호위 비행을 했다는 둥, 영역을 다투던 토끼와 너구리가 싸움을 멈추고 그에게 고개를 조아렸다는 둥, 드래곤이 자전거를 타고 양재천으로 뛰어들자 모세의 기적처럼 물길이 양 갈래로 갈라졌다는 둥……. ‘등신 같지만 왠지 멋있는‘ 드래곤의 전설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PROLOGUE RACE 전설의 시작 중에서)

상세하고 활력 있는 자전거에 대한 묘사는, 용지호를 통해 간접적으로 자전거를 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단순히 자전거를 타면서 느끼는 감각뿐만 아니라, 다른 라이더들과의 은근한 경쟁심리를 비롯한 다양한 감정도 느낄 수 있다.
구舊 라이더들이 자전거에 진심인 용지호의 이야기를 읽게 된다면,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보고 싶은 마음이 근질근질 올라올 것이다. 그만큼 실감 나게 잘 쓴다.

이 소설의 중심은, 용지호가 자전거를 타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 냄새나는˝ 인연들이다.
자발적 자전거 모임 ‘무지개 다리‘는 용지호의 인생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온다.
나이/직업 불문하고 자전거로 뭉친, 유쾌하고 재미난 별명을 가진 멤버들의 모임은, 그들의 평범한 일상과는 다른 탈출구이자 상담소이자 놀이터이자, 또한 새로운 자아 발견의 장場이 된다. 특히 반 아이들과 말도 몇 마디 못 나누던 중학생 용지호는 라이더들 사이에서는 실력자로 인정받는다.
개개인의 사연이 있는 멤버들이 서로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성장하는 모습은, 독자들로 하여금 즐거움은 물론, 은근한 부러움도 느끼게 만들 것이다. (일상의 고민이나 이야기를 걱정 없이 할 수 있고, 그에 대해 진심으로 반응하고 소통하는 것이 특히 그랬다.)
모임의 성격과 멤버들의 캐릭터성, 이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와 문제 해결은 정말로 훌륭하다.

필자는 이 소설을 ‘현실성 있는 드라마‘라고도 칭찬하고 싶다.
2010년대 초중반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주름잡았던 ‘첼시 FC‘, 온라인 게임 ‘피파온라인‘ 등 남학생들의 추억을 바탕으로, 따돌림, 왕따, 집단 괴롭힘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학생의 입장에서 직접적으로 다룬다. 학교폭력의 폭력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실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피해자에게 적절한 용기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머니의 치맛바람과 아버지의 실직, 여동생의 탈선 등 일반적인 가정 내적인 문제와 비정규직과 파업, 4대강 사업과 같은 시대적인 문제를 간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한다.
꽤나 많은 주제를 다루는 것 같지만, 사회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그리 깊지는 않으며, 특유의 유머와 함께 과함 없이 자연스럽게 융화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도서이지만, 지금의 청소년들보다는 2010년대에 대한 추억이 있는 성인 남성에게 추천하고픈 책이다. (학창 시절을 비교적 조용히 보낸 사람에게 더 추천한다.)
추억을 회상하면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재미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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