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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의 7일 ㅣ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스포 있습니다★★
원제 <사신의 부력>.
전작 <사신 치바>를 먼저 읽은 후에, 이 소설을 읽기를 권한다.
등장인물 치바를 제외하고는 겹치는 인물이나 사건은 없지만, ‘사신‘이라는 설정을 알고 읽는다면 좀 더 즐길 수 있다.
10살 딸 나쓰미를 잃은 야마노베 부부. 하지만 나쓰미를 살해한 사이코패스 청년 혼조 다카시는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된다. 야마노베 부부는 혼조 다카시에게 복수하기 위한 계획을 실행하려고 하는데, 치바가 야마노베 료를 담당하게 된다. 7일간의 조사 기간. 야마노베 료는 가일까, 보류일까.
독서 슬럼프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중, 재독하려고 선택한 책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만족스럽다.
더디게 읽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이 소설을 좀 더 즐길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매번 <사신 치바>를 넘지는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후속작 역시 훌륭하다고 느꼈다.
딸을 잃은 야마노베 부부의 상황은 가슴 아프고 쓰리지만, 사명감이 투철한 치바가 개입하면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치바가 입을 열 때마다 독자는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상황에 맞지 않는 대화를 보고 있노라면, 유쾌하기 그지없다. (사진으로 몇 개 첨부했다.)
인간이 아닌 사신 치바는 인간의 감정에 무신경하고,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엉성하다. 음악을 너무나 사랑하는 치바가 일을 그르치기도 하지만, 압도적인 신체 능력으로 야마노베 부부의 복수를 돕기도 한다. 혼조의 덫에 걸려든 야마노베 부부와 희생자들을 무심하고 의도치 않게 구하는 치바를 보는 재미가 아주 그만이다.
혼조는 <오듀본의 기도>의 시로야마와 <마리아 비틀>의 왕자와 더불어, 악당 top3로 꼽을만한 캐릭터이다.
타인이 고통받는 모습을 즐기고 지배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용의주도하게 행동하는 사이코패스. 그의 의도를 알고는 감탄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계획에 변수가 있었으니. 치바는 가/보류를 결정하기 위해 야마노베를 따라다니며 조사를 한 것뿐이지만, 번번이 혼조의 계획이 틀어지고 만다. (이 점이 특히 재밌다. 치바는 야마노베의 복수에는 관심도, 도울 생각도 없었다.)
수많은 명장면이 있지만, 그중 최고는 아무래도 자전거를 타고 차를 쫓아가는 치바가 아닐까 한다.
숨결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기계처럼 페달을 밟아 다른 차들을 추월해서 결국 혼조의 차까지 쫓아가는 장면은 의도치 않은 한판 뒤집기랄까!
˝아저씨, 진짜 빠르다! 대단하다!˝ 조수석 창문을 열고 아이가 신나게 떠들어댔다. 어머니가 비 들이치니까 창문 닫아, 하고 야단을 쳤다.
나는 물론 대답 따위 할 수도 없었다. 치바 씨가 ˝내가 대단한 게 아니라 자전거가 대단한 거야˝라고 대답했다. 몸을 이토록 혹사시키며 달리고 있는데 호흡이 전혀 흐트러지지 않은 것에 내 귀를 의심했다.
(485p. 다른 차를 추월하는 치바의 자전거)
전방을 보니 자전거로 달리고 있는 치바 씨의 움직임에 변화가 있었다. 자세는 그대로였지만 자전거가 달달거리며 상하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펑크가 나거나 자전거 부품이 빠진 걸까. 가뜩이나 길이 젖어서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500p. 야마노베가 혼조의 차에서 뛰어내리려고 할 때)
이 외에도 작가는 이 소설에 다양한 요소들을 녹여냈다.
사이코패스, 팡세, 파스칼, 와타나베 가즈오, 산킨 교대, 죽음 등 참고문헌을 보면 작가가 꽤 노력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죽음에 관한 내용은 야마노베와 그의 아버지에 대한 회상에서 많이 등장한다.)
코타로 상이 언제나 건강하게 좋은 소설들을 많이 써주길 바란다. (너무 애정합니다. 어떻게 안 좋아할 수가 있겠어)
언젠가 나에게도 죽는 날이 찾아올 것이다. 그때 치바가 날 찾아왔으면 좋겠다. 사신인 걸 알아도 모른 척하고, 내가 아는 좋은 음악들을 들려주며 이런저런 대화를 해보고 싶다. 음악 듣는데 방해된다고 대화하기 귀찮아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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