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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 선생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남진희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스포 조금 있습니다★★
독특한 제목에 이끌려, 대작가 ‘로베르토 볼라뇨‘와의 첫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초반부를 읽을 때는 문체가 굉장히 난잡하게 느껴져서 조금 버거웠지만 곧 적응해서 주인공 팽이 마주치는 묘한 사람들이 풍기는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감상할 수 있었다. 팽을 중심에 두고 주변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1938년 프랑스 파리에서 최면요법가 피에르 팽(44)은 마음에 두고 있던 레노 부인의 부탁으로 멈추지 않는 딸꾹질로 고생하고 있는 바예호를 치료해 주려고 하지만, 정체불명의 인물이 나타나 거액의 돈을 건네주며 그를 치료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후 팽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나는데...
나도 이해를 못 했다. 딱히 개연성 없이 이야기가 흘러가고 그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지 못했다. ‘볼라뇨식 탐정 소설‘이라는 문구에 속아(?) 후반부에 반전과 맞춰지는 퍼즐을 기대했지만, 내 기준으로 그런 건 없었다. ‘멈추지 않는 딸꾹질‘이라는 흥미로운 설정도 이야기의 흐름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중반부부터는 물음표만 늘어갔고, 스쳐 지나가는 듯한 등장인물들을 기억해둬야 하나 생각도 했지만, 딱히 그럴 필요도 없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팽이 <숲>이라는 카페에서 수족관 속의 미니어처를 보면서 제작자인 두 청년들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가장 큰 반전이라면, 그다지 제대로 매듭지어진 것 없이 갑자기 이야기가 끝나버렸다는 것이다.
정말로 ˝어?! 이게 끝이라고?!˝ 하면서 뒤 페이지를 넘겨보았다. 당혹스러움과 허탈한 웃음이 남는 반전이었다. (그나마 결론나는 것이 있다면, 20살 가까이 차이 나지만 마음에 두고 있던 레나 부인에게 새로운 남자가 생겨서 팽 본인은 체념하게 되고, 바예호는 죽었단다. 그저 불쌍한 팽...)
에필로그로 등장인물들의 생애(훗날)을 간단히 보여주는데, 별 감흥이 없었다.
그리고 해설을 통한 이해를 기대했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해설을 봐도 그냥 그렇구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왜 내가 이 책을 즐기거나 이해하지 못한 걸까.
① 스페인 내전에 대한 지식 부족 -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스페인 내전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조만간에 관련 역사서를 찾아 읽어보자.
② 핀트를 잘못 잡아서 - 추리 소설을 기대했지만, 책 속의 등장인물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읽는 소설이다.
③ 내공&이해력 부족 - 가장 설득력 있다. 솔직히 역사적 상황을 모르더라도 내공이 탄탄했다면 내포된 흐름과 뜻을 알아챌 수 있지 않았을까.
대작가와의 첫 만남을 이렇게 씁쓸하게 마무리해서 괜히 찝찝하다.
다른 독자들의 리뷰를 찾아보며 나름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해 봐야겠다. 볼라뇨의 소설을 더 읽고 그의 작품을 좋아하게 된다면, 차후에 다시 도전해 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