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erkeley By John Smibert 1730


올해는 이 책 - 러셀 서양철학사를 꼭 다 읽어야지......





그의 주장에 따르면 물체material objects는 오로지 지각됨으로써 실존한다. 그러면 가령 나무 한 그루는 아무도 보고 있지 않으면 실존하지 않는 셈이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버클리는 신이 언제나 모든 것을 지각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로널드 녹스Ronald Arbuthnott Knox(1888~1957)의 오행시는 답시와 함께 버클리의 물체 이론에 대해 설명해 주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 젊은이가 말했다네,
"안뜰에 아무도 없을 때
이 나무가
계속 존재하면
신은 분명 굉장히 이상하게 생각하시겠지."

│답시│
친애하는 선생,
그대가 놀란 것이 이상하군.
나는 언제나 안뜰에 있었지.
나무가 계속 존재하는 이유는 지켜보았다는 것,
그대의 충실한 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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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이 지났다. 춥지만. 아무튼, 입춘대길!


박완서 작가가 쓴 '엄마의 말뚝' 수록작 '창밖은 봄'(1977)으로부터 옮긴다.

탐라국 입춘 굿 놀이 중 오방각시춤(2008년2월4일) By leigh cooper - CC BY-SA 2.0


올해의 신간인 박완서 산문집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을 십년전 책 '잃어버린 여행가방'과 함께 담는다. 그리고 이름이 봄소리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의 앨범과 더불어 아직 많이 추우니 핫팩도 찾아둔다.




강추위는 한 달을 넘고 두 달째로 접어들었다.

신문의 만화란에선 삼한사온을, 석 달 춥고 넉 달 따뜻하기로 새롭게 풀이했다. 이런 방정맞은 말장난은 뜨뜻한 구들목에서 자고 난 사람들이나 읽고 좋아할 것이지 신문을 보지 않는 정 씨나 길례하곤 상관 없는 일이었다.

신문에는 또 시내 곳곳에서 수도관이 동파되어 물난리를 겪고 있단 보도와 함께 수도국에선 쇄도하는 고장 신고의 반의 반도 나와봐 주지 못할 뿐더러, 기껏 나와봤댔자, 한다는 소리가 봄을 기다리는 하느님 같은 소리가 고작이라는 비꼬는 기사도 났다.

추위가 석 달째로 접어들었다. 아무도 겨울 다음엔 봄이라는 걸 믿으려 들지 않았다.

수도관은 사방에서 매일매일 얼어 터지고, 수도국만이 봄에의 믿음으로 겨우겨우 그 체면을 유지하려 들었다. - 창밖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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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형 소설집 '러브 레플리카'(2016) 해설로부터 옮긴다.


cf. '러브 레플리카' 독후감 [이곳에 살기 위한 상상] https://v.daum.net/v/20160130012821053 (신형철)


우리가 ‘삶’이란 표현을 부여할 수 있는 시기는 언제부터인가. ‘내’가 ‘내’ 곁에 있는 이를 향해 ‘당신’이라고 칭할 때부터, 어떤 존재가 어떤 존재들 사이에 머물러 있음이 확인될 때부터다. 그리고 이쯤에서, 우리는 ‘인간에게 생명(삶)이란, 사람들 사이에 머문다는 것을 의미하며, 죽음은 사람들 사이에 머물기를 중단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던 한나 아렌트의 말을 떠올려볼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희망’은 의지가 허락되지 않은 채 출발한 인간의 삶이 ‘인간다운’ ‘삶다운’ 정의를 얻기 위해 필요한 의지를 표현하기 위한 다른 말이다.

윤이형은 이 말을 ‘살 만큼 살아본’ 이의 입에서가 아닌, 앞으로 ‘살아갈 만큼 살아야 할’ 이의 입에서 꺼내게 한다. "희망은 좋은 것일까"를 묻고,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하게 한다. 그이가 앞으로 감당해야 할 막막함이 너무나 뻔한데, 그럼에도 그이로 하여금 끝내, 물음과 답을 지속하게 만드는 것이다. 중요한 건 그 사이에 놓인 말이다. 순진하기 짝이 없고 허약하기만 한 ‘희망’이라는 말을 앞에 두고 "아주 천천히 숨을 쉬어"보는 이가 자신의 태도를 고르며 "당신에게 집중하기로 한다"고 할 때 우리는 ‘나’의 이야기와 ‘당신’의 이야기가 함께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 해설 | 양경언(문학평론가) 가망 없는 세계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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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아래 글의 출처이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butterflyarc님의 이미지


[윤이형 '쿤의 여행'https://v.daum.net/v/20131107204514119?f=o 실천문학 2013년 가을호 발표작이다.





윤이형의 「쿤의 여행」에서 등장인물들은 ‘쿤’이라는 존재에 업혀(붙어) 살아간다. 그것이 나 대신 살아가는 셈이니 편리하다고 여기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도 한다. 읽다보면 어쩔 수 없이 ‘쿤’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자기 삶의 주체가 되기를 원하지 않으며 세상의 본질적인 영역과 대면하려고도 하지 않는, 즉 어른이 되기를 스스로 유예한 커쿤(cocoon, 누에고치)으로서의 인간. 특수하게는, 1976년생인 작가가 ‘386세대’와 ‘88만원 세대’ 사이에 끼어 있는 자기 세대의 어떤 특수한 결함에 대해 성찰하는 소설로 읽히고, 보편적으로는, 어느 시대 어느 누구건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일은 지난한 것임을 말하고 있는 소설로도 읽힌다. 몇 가지 이유로 놀라운 소설이지만, 이 소설을 윤이형이 썼다는 사실은 별로 놀랍지 않다. - 신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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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2-06 1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신뢰하는 신형철 님이 과찬해 주셨네요.^^

서곡 2025-02-06 13:15   좋아요 1 | URL
신형철 평론가가 윤이형 작가와 동갑이고 또 같은 해에 등단했더라고요 (공개적인 글에서 스스로 밝혔습니다) 그래서인지 윤 작가의 작품을 읽고 동질감과 우애 같은 감정을 느끼는 듯합니다
 


Jellyfish at the Fort Fisher Aquarium in Fort Fisher State Recreation Area, NC.(2021) By DiscoA340






저 자신을 돌아보니, 사십대 정도 되면 제가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경험치, 안정감, 여유, 세상에 대한 지식, 감정적 강인함, 자신감, 물질적 자원, 자신을 돌보는 노하우 같은 것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았고, 여전히 십대 중반에서 이십대 중반에 느꼈던 정서, 그러니까 불안함, 공허함, 내가 해파리처럼 이리저리 떠다니고 있다는 느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막함 같은 것들이 더 많은 거예요. 저 자신이 단단하게 느껴지지 않고 물렁물렁한 덩어리처럼 느껴졌어요. 아직 세상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감각. 그래서 많이 배우고 싶다는 다짐.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 긍정적이지만, 이런 건 이십대에 하는 생각이잖아요. 초심자의 마음. 그런데 저는 이십 년 동안 계속 거기에 머물러 있었던 거예요. 밖에서 보기에는 어땠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경험치가 쌓이지 않았어요. 그렇다는 자각이 드니까 어느 순간 너무 무서웠어요. - 윤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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