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 산문집 '긴 봄날의 짧은 글'에 수록된 '유리문 안에서'(1915)로부터 옮긴다. 방문객과의 대화이다. 나쓰메 소세키는 1916년에 별세한다.

Early march, 1900 - Isaac Levitan - WikiArt.org






"저는 처음 선생님을 뵈었을 때 선생님의 마음은 그런 점에서 보통 사람보다 정돈되어 있는 것 같았어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제게는 그렇게 보였어요. 내장의 위치까지 잘 정돈되어 있는 것으로밖에 안 보였어요." "내장이 그렇게 잘 조절되고 있다면 몸이 이렇게 내내 아프지는 않을 겁니다." "저는 몸이 아프지는 않아요." "그건 당신이 나보다 훌륭하다는 증거입니다." 여자는 방석에서 미끄러지듯 내려와 이렇게 말하고 돌아갔다. "건강관리 잘하세요." - 유리문 안에서 1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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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3-03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긴 봄날의 짧은 글, 을 오디오북으로 들었지요. 저는 고양이로소이다, 를 가장 좋아합니다.^^

서곡 2025-03-03 14:39   좋아요 0 | URL
영일소품 오디오북 좋겠네요 이야기 듣는 느낌이 나겠어요 나쓰메 소세키 안/못 읽은 작품들 마저 읽고 싶은데 세상에 책은 많고 제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매순간 선택을 해야 될 상황입니다
 

'작가의 계절'에 실린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피아노'로부터 옮긴다. 주택가를 걷다가 공터에 버려진 피아노를 보고는 아무도 없는데 피아노 소리가 나 놀란 장면으로부터 이어지는 대목이다. "지난해 대지진"은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서 1924년에 쓴 글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14a2478a 관동대지진 당시 자경단으로 활동했고 조선인 학살을 목격했다고 한다.

사진: UnsplashIvan Kuznetsov






그 피아노 소리에 초자연적 해석을 보태기엔 난 지나치게 현실주의자였다. 정녕 사람 그림자가 없었다고 한들 허물어진 벽 근처에 고양이라도 숨어 있었을지 모른다.

길로 되돌아가 폐허를 쭉 둘러봤다. 그제야 슬레이트 지붕에 눌린 채 비스듬히 피아노를 덮고 있는 밤나무를 알아챘다. 그건 어찌 되든 좋았다. 나는 그저 명아주수풀 속 피아노만 유심히 바라봤다. 지난해 대지진 이후 아무도 모르는 소리를 간직해온 피아노를. - 피아노 _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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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02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3-02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와인잔에 담긴 인문학'(황헌)으로부터 옮긴다. 언론인 출신 저자는 파리특파원을 지냈다.

By Angela Huster - Own work






뱅쇼의 ‘쇼chaud’는 ‘따뜻하다’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 형용사입니다. 독일에서 먼저 시작됐다는 설도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데운 레드 와인을 ‘글뤼바인Glühwein’이라고 부릅니다.

뱅쇼를 만들려면 레드 와인 2병, 오렌지, 레몬, 사과, 파인애플 등의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에 마지막으로 생강과 계피까지 같이 준비합니다. 그러고는 준비한 재료를 한꺼번에 큰 냄비에 넣고 뚜껑을 덮지 않은 상태로 끓입니다. 술을 끓이면 알코올 성분이 많이 날아가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료가 됩니다. 취향에 따라 술기운을 즐기고 싶다면 끓이는 시간을 20분 이내로 짧게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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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엔 뱅쇼를 집에서 만들지 않았다. 밖에서 딱 한 번 사 마셨구나. 오늘로 3월이 되었고 뱅쇼는 이제 다음 겨울을 기약하자.


박연준 시인이 쓴 단편소설 '한두 벌의 다른 옷'('겨울간식집' 수록)에서 그녀들은 처음 만나 뱅쇼를 마셨었다.

By Loyna - Own work, CC BY-SA 2.5







—영혜 언니와 왜 멀어졌어?

성희가 물었을 때 대답하지 못했다.

영혜와 나 사이에 큰불이 일고, 타버리고, 재만 남았을 때. 재 위에서 다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내 선택은 달아나는 거였다.

그러나 어느 겨울, 카페 앞을 지나다 누군가 유리창에 이렇게 써 붙인 글을 마주하면 울고 싶어지는 건 사실이다.

‘따뜻한 뱅쇼 팔아요. 직접 끓였습니다.’(박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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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오늘의 포스트로부터: '겨울 간식집' 수록작 '한두 벌의 다른 옷'(박연준)이 아래 글의 출처이다.

By Sabrina Spotti - Own work, CC0







성희에게 들은 이야기는 이랬다. 영혜는 우리보다 다섯 살이 많다. 몸이 약해 학교에 자주 못 나온다. 수업 중에 쓰러진 적도 있다. 영혜와 친한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혼자 지내고, 신비감에 휩싸여 있다. 부잣집 외동딸이다. 까다롭고 고급스러운 취향을 가졌다. 진짜 문학도다. 학부 때 시 잘 쓰는 애로 유명했다.

—너가 여름이구나. 이리로 와볼래?

영혜가 웃었다. 웃을 때 코에 주름이 잡혔다. 영혜는 왼손으로는 허리를 짚고 오른손으로는 아무렇게나 토막 낸 사과와 배, 오렌지를 냄비에 넣었다.

—너네 오기 전에 완성해 놓으려고 했는데 미안. 뱅쇼를 끓이려고 하거든. 마셔본 적 있어?

영혜는 미리 따놓은 와인 두 병을 과일이 든 냄비에 쏟아부었다. 냄비 밖으로 몇 방울, 붉은 와인이 튀었다.

—사실 나 뱅쇼 처음 끓여봐. 맛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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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01 22: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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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01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