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강수연 배우가 3년 전 오늘 별세했다. 석가탄신일이 최근이었는지라 그녀의 주연작들 중 '아제아제 바라아제'에 눈길이 간다. 임권택 감독이 연출하고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가 원작을 썼다. 내용이 두 비구니 스님의 대조적인 역정인데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떠오른다. https://www.kmdb.or.kr/db/kor/detail/movie/K/04193 이 링크에 연결된 한국영상자료원 채널에서 무료 감상 가능하다.


한승원 산문집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불광출판사) 9장 '내 영혼에 드리운 그윽한 그림자들'이 아래 글의 출처이다.

강수연, 2017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레드카펫 By sj - http://sjcontents.tistory.com/949, CC BY 4.0


한승원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60XX69700115 (장석주)




나는 나의 장편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에서 주인공에게 삼천 번의 절을 하라는 벌이 내려지는 이야기를 쓴 적이 있지만, 나는 삼천 번의 절을 해본 적이 없다. 그것은 하루 내내 땀을 뻘뻘 흘리며 하지 않으면 해낼 수 없는 중노동에 해당하는 벌이라고 들었다. 그렇지만, 삼천 번의 절은 뜻 있는 젊은 스님들에게 용맹정진의 한 방법이자 참회의 기도이기도 하다고 들었다. - 절하고 싶어 절에 갑니다

나를 그곳으로 안내한 신문사의 대구 지사장이 스님의 상좌에게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쓴 소설가가 인터뷰를 하려 하는데 응하게 해달라고 청했다. 상좌의 말을 들은 스님이 거실로 나왔고, 지사장이 "삼배를 해야 인터뷰에 응하십니다" 하고 나에게 속삭였으므로, 인터뷰를 얻어갈 생각에 얽매여 있는 나는 얼떨결에 스님에게 삼배를 했다. - 부처님의 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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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캐츠 [Cats] (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 영미문학, 2013. 11., 권오숙, 이동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996893&cid=41773&categoryId=44395


'뮤지컬 익스프레스 슈퍼스타'의 '캣츠' 편으로부터 옮기며 -  스포일러: '캣츠'의 결말이 나온다 - '메모리'를 듣는다.

At the Chowdiah Memorial Hall, Bangalore (2014) By Mike Prince from Bangalore, India - Cats The Musical, CC BY 2.0






《캣츠》의 대표 넘버인 〈Memory〉를 부르는 고양이는 늙어버려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그리자벨라’이다. 그리자벨라는 지나가버린 아름다운 과거를 회상하며 외로운 처지에 놓인 자신의 모습을 한탄하지만 또다시 찾아올 새로운 날을 노래하며 다른 고양이들에게 자신을 바라봐달라고 호소한다. 결국 모든 고양이가 그리자벨라의 이야기에 감동하고,‘젤리클 캣’으로 선정해 새로운 묘생을 시작할 수 있는 고양이들의 천국 ‘헤비사이드 레이어’로 올려보낸다.

원작 시에는 그리자벨라에 대한 이야기가 없지만 엘리엇의 부인이 그리자벨라의 이야기가 담긴 미발표 시 하나를 앤드류 로이드 웨버에게 보여주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원작에 없던 ‘그리자벨라 고양이’와 세상에 없던 명곡 〈Memory〉를 뮤지컬에 함께 등판시키는 신의 한 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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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경험'(김형경)은 내 '알라디너 인생네권'(알라디너가 된 후 읽은 책 중 특별한 책 네 권) 중 하나이다. 황금연휴가 끝나간다.


여성 초현실주의자들의 '역대급 전시' https://v.daum.net/v/20240909113805823 작년 9월에 우리 나라에서 레메디오스 바로를 포함한 초현실주의 여성화가들의 전시회가 열렸다.





이야기하는 동안 내 슬픔은 서서히 가라앉았고, 내게서 떠난 감정은 그녀에게 되돌아갔다. 회피했던 슬픔을 받아안은 후 그녀는 오래 눈물을 흘렸다. 그녀와 나를 울린 슬픔은 그녀의 것도 나의 것도 아니었다. 그녀 아버지의 슬픔이 그녀에게 대물림된 것이고, 잠시 내게 전염되었던 것이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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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오월에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셀린 송)를 보았다. 이민을 왜 가고 싶냐는 친구의 질문에 노벨상 타러 간다고 대답하는 어린 나영의 패기가 돋보인다. 나영은 이민 이후 이름을 노라로 바꾸고 퓰리처 상으로 목표도 바꾼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노벨 문학상을 못 타"란 대사는 이제 과거에 속하는 것이 되었다.

Han Kang, The Korean Cultural Centre UK, London (2025년 2월) By Fry72 - Own work, CC BY-SA 4.0


올해 3월에 출간된 영문판 '흰'(한강 / 데버러 스미스)을 발견했다.





친구 #1 [왜 가는 거야?]
 
나영 [가고 싶어서.]
 
친구 #3 [왜 가고 싶은데?]

나영 [한국 사람들은 노벨 문학상을 못 타.]
 
벙찐 표정의 친구들.


노트북 앞에서 해성과 통화 중인 노라.
 
해성 [넌 노벨상 타야 돼서 간다고 그랬잖아. 아직도 타고 싶어?]

노라 [요즘은 퓰리처에 꽂혀 있어.]
 
웃음을 터뜨리는 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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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라스의 글쓰기'가 아래 글의 출처이다.

F. Mitterrand's burial place: plaque, flowers and symbolic artificial rose, Jarnac, Charente, France. By Photo: JLPC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나는 이 책을 1997년 프랑스에서 막 돌아온 선배가 건네준 귀국 선물로 받았다(그 선배는 지금 그 사실을 기억조차 못 한다). 이 책의 첫 문단을 읽는 순간 푹 빠져들었다. 마치 저자가 뒤라스를 만나면서 뒤라스라는 작품 속으로 들어간 것처럼. 틈틈이 번역하던 중 저자에게 뒤라스에 대한 강의를 듣고 싶다며 편지를 썼다. 마침 한국연구재단의 박사후 연구 지원을 받은 터라 바로 파리로 떠났다. 저자는 당시 파리가톨릭대학ICP에서 뒤라스의 ‘『고통』에 나타난 시적 앙가주망’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었다. 나 역시 뒤라스의 자전적 글쓰기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고통』의 앙가주망 문학의 특성을 계속 연구하려던 참이었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또 저자의 소개로 만난 낭시대학의 도미니크 드네스 교수는 뒤라스와 함께 레지스탕스로 활동했던 미테랑 대통령과의 친분에 대해서도 상세히 알려주었다. 뒤라스는 미테랑 대통령을 만나러 갈 때 옷차림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으며, 그녀 주변에는 늘 젊은 군단들이 따라다녔다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었다. -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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