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쨌거나 황당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Rip Van Winkle, 1829 - John Quidor - WikiArt.org 이 그림은 시카고에 있다고 한다.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6039267&cid=46727&categoryId=46986






어쨌든 그는 자작나무, 사이프러스, 조롱나무 수풀을 헤쳐가며 골짜기 가장자리를 힘들게 기어올랐다. 가끔 야생 포도나무 덩굴에 발이 걸려 쓰러지기도 했는데, 포도 덩굴은 나무와 나무 사이를 휘감아 마치 그물이라도 쳐놓은 것 같았다.

"누가 알겠어요! 난 내가 아닌가 봐요.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저기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에요. 누군가 다른 사람이 내가 됐나 봐요. 어젯밤까지만 해도 난 분명히 나였는데, 산에서 잠들었다가 깨어보니 이상한 사람들이 내 총을 바꿔놓고 모든 것을 바꿔버렸어요. 나도 바뀌었어요. 나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대체 난 누구란 말입니까!"

이제 립은 예전처럼 어슬렁거리며 살았다. 금세 옛친구들을 다시 만났지만 다들 세월에 찌들어 건강이 좋지 못했다. 그래서 립은 떠오르는 세대들과 더 친해졌고, 금세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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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on the Hudson (Rip Van Winkle), 1845 - James Hamilton - WikiArt.org


작년 오늘 읽은 워싱턴 어빙의 '립 밴 윙클'로부터 옮긴다.


[네이버 지식백과] 립밴윙클 [Rip Van Winkle]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090025&cid=40942&categoryId=40507





립이 산을 막 내려가려고 하는데 멀리서 울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립 밴 윙클! 립 밴 윙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산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까마귀 한 마리뿐 아무도 없었다. 환청을 들었나보다 생각하고 다시 내려가려고 고개를 돌리자 다시 고요한 저녁 공기를 뚫고 똑같은 외침이 들렸다."립 밴 윙클! 립 밴 윙클!"

낯선 사람이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천천히 바위를 올라오고 있었다. 인적 드문 이런 곳에서 사람을 보게 되어 깜짝 놀라면서도 그는 곧 그 사람을 도와주려고 급히 아래로 내려갔다.

산을 타고 올라가는 동안 립은 가끔 멀리서 천둥소리처럼 뭔가 길게 구르는 울림소리를 들었다. 깊은 계곡이나 높다란 바위 사이 갈라진 틈에서 생겨나서 두 사람이 올라가고 있는 울퉁불퉁한 길 쪽으로 울리는 것 같았다. 립은 잠깐 멈추어 섰지만 이내 천둥을 동반한 일시적인 소나기 소리라고 생각하고 계속 걸어갔다. 산 정상 부근에서는 그런 소나기가 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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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서양철학사를 덮어둔지 꽤 되었구나. 작년 7월 초 라이프니츠 편을 읽고 있었다. 라이프니츠의 생일이 마침 7월 1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05r3611b


A page from Leibniz's manuscript of the Monadology


[네이버 지식백과] 모나드 [monad] (종교학대사전, 1998. 8. 20.)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629193&cid=50766&categoryId=50794




사람들은 우주가 선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나머지, 우주가 선하다고 입증하는 나쁜 논증에 대해서도 너그러워진다. 반면에 우주가 악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논증은 면밀히 검토한다. 사실 세계는 부분적으로 선하고, 부분적으로 악하다. 이러한 명백한 사실을 부정하게 되어서 ‘악의 문제’가 발생한다.

내가 라이프니츠의 단자론에서 최고로 생각한 것은 두 종류의 공간이다. 하나는 주관적 공간으로 각 단자의 지각들과 관계가 있으며, 다른 하나는 객관적 공간으로 다양한 단자들의 관점이 모여서 이루어진다. 나는 라이프니츠의 공간론이 지각과 물리학을 연결할 때 여전히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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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경험'(김형경)으로부터 옮긴 아래 글 속 '정체성'은 에릭 에릭슨의 개념이다.

출처: Unsplash의 Europeana


에릭슨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15a1847a




정체성 형성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양육 환경의 변화이다.

핵가족 사회에서 부모와 긴밀하게 관계 맺으며 자라는 자녀들은 부모로부터 정서적 침해를 당하기도 쉬워진다.

그런 환경에서 젊은이들은 자기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을 포기한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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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거대한 서점, 진보초'(박순주)는 일본에서 공부한 우리 나라 저자가 도쿄 책방거리 진보초의 여러 서점들을 취재한 책이다.


* 야기서점(八木書店) YAGI BOOKS OLD BOOK DEPARTMENT - BOOK TOWN JIMBOU https://en.jimbou.info/bookstores/ab0162/ YAGI Book STORE LTD.|ABAJ(The Antiquarian Booksellers Association of Japan) https://abaj.gr.jp/en/shop_info.php?shopid=24

八木書店古書部 (2015년 6월) By 運転太郎, CC BY 3.0






야기서점 고서부는 주로 문학과 어학을 다루며 1년에 2회 고서 목록을 발행한다. 1층은 메이지시대부터 쇼와시대까지의 근대문학과 연구서, 2층은 고대부터 근세까지의 고전문학과 어학, 3층은 서로서로 도서를 판매하는 즉매회, 기획전, 강좌 등 다양한 행사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그중 1층은 일본 근대문학의 보고나 다름없다.

히라가나순으로 진열된 서가는 국민 작가라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 책이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했다. 그다음은 당연히 다자이 오사무. 책장 사이를 거닐다가 나가이 가후나 에도가와 란포 같은 낯익은 작가나 작품과 만날 때면 나도 모르게 반가워 꺼내 펼쳤다. 시대별 문예사조와 문학개론 관련서가 진열된 서가는 일본 문학사가 한눈에 들어왔고, 책장 옆면에 붙은 『사랑하지도 않으면서』의 저자 다케히사 유메지가 그린 미인화 포스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 언어가 켜켜이 쌓인 문학 성지 야기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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