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은 박사논문을 ‘피를 주신 어머니, 젖을 주신 어머니, 꿀을 주신 어머니’라고 표현한 세 분의 어머님께 바쳤다. 낳아주신 분, 키워주신 분, 가르쳐주신 분. 어머니가 세 분이나 계셔서 삶이 풍요롭다고 여긴다. 세 분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피, 젖, 꿀로 이루어진 불가분의 삼체이며, 꽃과 나무와 숲 그 자체이다. 

   

세 어머니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세 분 모두 숲과 꽃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다는 것입니다. 저에게는 그분들과 함께했던 잊을 수 없는 삶의 장면들이 있습니다.

제게 삶에 대한 원대한 꿈을 심어 주셨던 영적인 어머니도 나무와 숲 사랑이 유별나셨습니다. 해마다 교정에다 사랑하는 학생의 입학이나 생일을 기념하며 나무를 심으셨고, 새벽에 교정을 산책하며 그 나무들을 만지고 기도하시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선생님은 그 나무가 우리의 수호천사나 되는 것처럼 나무를 잡고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불러 가며 우리를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저의 영적 어머니처럼 삶이 너무 슬프거나 기쁠 땐 나무를 심습니다. 저도 이제 그분처럼 나무를 안고 기도합니다. 나무는 지친 마음을 항상 어루만지고 새 생명의 기운으로 저를 소생시켜 줍니다.

"화무는 십일홍이다. 꽃은 열흘밖에 붉지 않은데 그 젊은 날 왜 매일 도서관에 틀어박혀 공부한다고 난리냐? 꽃이 붉은 젊은 날엔 실컷 연애를 하고 늙어서 더 이상 꽃이 붉지 않을 때, 그때 도서관에 박혀 공부해도 늦지 않다. 남자가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는 때는 인생의 아주 짧은 순간이다."(생모의 말씀)

세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꽃, 나무, 숲 사랑은 제 삶의 소중한 유산입니다. 이제 저는 길러 주신 어머니처럼 삶이 힘들고 출구가 없는 듯 느껴질 때는 혼자 깊은 숲으로 들어가 춤추고 노래합니다. 숲은 한 번도 예외 없이 저를 치유해 줍니다.

꽃, 나무, 숲이 있으니 삶은 믿고 살아 볼 만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이 든 현경은 이 책에서 초기작과 다른 변화를 보여준다. 깊고 길었던 분노를 승화하려는 몸짓을 경어체로 서술한다. 열심히 사랑하고자 했던 현경은 자신의 지난 사랑을 떠올리며 본인과 타인을 끌어안는다. 

Self Portrait, 1948 - Frida Kahlo - WikiArt.org






저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이 감당할 수 없었던 진실의 순도를 요구해서
당신을 다그친 것 미안합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용서합니다.
나의 그림자를 용서해 주십시오.
사랑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늦게 커피를 마시고 잠이 안 와 단편 하나 읽고 자기로 하고 요즘 읽는 백수린 작가의 첫 작품집 '폴링 인 폴' 중 '밤의 수족관'을 읽었다. 독자 내맘대로 주인공의 상상에 기반한 악몽이라고 해석해본다. 흠모하던 유명인과 막상 결혼하니 이런 악몽이 펼쳐지네. 예상보다 더 힘든, 수습되지 않는 결혼. 그러니 결혼은 됐고 팬으로 남는 게 나아, 무의식 속 여우의 신포도 이론. 이른바 신뢰할 수 없는 화자가 맞닥뜨리는 열린 결말의 스릴러 팬픽.

Bride and Groom (The Couple), c.1915 - Amedeo Modigliani - WikiArt.org






어느새 나는 어항 속을 맴도는 물고기처럼, 전시실을 몇 바퀴째 맴돌고 있어. 내가 당신과 밥 한끼를 먹기 위해 이렇게 시간이나 때우는 한심한 여자가 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거야. 누군가는 유명인 남편이 무섭긴 무섭구나, 빈정거리기도 하겠지. 하지만, 당신이 유명인이든 아니든 상관은 없었어. 나는 다만 당신이라는 사람 자체를 열렬히 사랑했던 것뿐이니까. 어쩌면 당신을 내 마음대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내 사랑을 지속시켜주었는지도 모르지. 어쨌든, 은색 비늘을 반짝이며 쏟아지듯 헤엄쳐다니는 정어리떼 앞에 세번째로 멈춰 설 때까지도 당신에게서는 연락이 없었어.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당신이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란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나는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지.

알고는 있지만, 있잖아, 아주 가끔은 가슴이 아파. 때로는 당신이 그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 밤의 수족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르키소스 By Gyula Benczúr - Fine Arts in Hungary:,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커먼즈







나르시시즘의 심리적 뿌리는 유아적 전능감이다. 유아기에 아무 근거 없이 자신이 옳고 우월하고 특별하다고 느끼는 아기의 감정이 현실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유지되면서 성인 나르시시스트를 만들어낸다. 또한 나르시시스트 부모에게 양육되면서 동일한 감정을 물려받기도 한다. - P1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쓰메 소세키의 '춘분 지나고까지'에 점을 치러 가니 점술가가 나이와 생일을 묻고 동전점을 치는데, 동전점은 영화나 사극에서 본 적 있는 것 같긴 한데 어떤 건지 궁금해져 찾아 보았다아래 포스트(수유너머로부터 출발한 문탁네트워크)에 꽤 자세히 나온다. 


* 점을 쳐서 지수사괘를 얻다 http://moontaknet.com/?page_id=165&mod=document&uid=26174


동전점이란 노래가 있다. 나온지 한 달도 안 된 신곡. 아티스트는 코인도트. 진짜 동전점이다(웃음)! 노래 동전점의 영어제목은 coinflip - 동전던지기, 가장 단순한 동전점이다. 

https://lyricstranslate.com/ko/coin-dot-dongjeonjeom-lyrics.html


"당신은 지금 망설이고 있어요. 나아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그건 손해입니다. 설사 일시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도 일단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결국은 이득이 될 테니까요."

"나아가도 실패하는 일은 없을까요?" "네. 그러니 되도록 얌전히, 성급하게 굴지 않도록 하세요."

"나아가다니 대체 어느 쪽으로 나아간다는 거죠?" "그건 당신이 잘 알텐데요. 저는 그저 좀 더 앞으로 나아가시라, 그러는 편이 도움이 될 거라고 말씀드리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길이 두 갈래라 그중 어느 길로 나아가면 좋을지를 묻는 겁니다." "뭐, 마찬가지네요." 100~10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