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백세희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에 실린 글로부터 옮긴다.

오늘 쓸 수 있을까? 아니. 무조건 써야 해. 근데 따뜻하고 좋네. 뜨거운 물로 씻을 수 있다는 건 정말 축복이야. 할머니 말처럼 화장실이 집 안에 있다는 거 자체가 대박이지. 이상하다. 무언가를 쓰고 있기는 한데, 전부 구리다. 문장 하나하나 건질 게 없어. 일단 많이 쓴 다음에 고치고 걸러내야 하지만, 그러면서도 쓴 문장들이 다 내 새끼들 같아서 아깝다. 지우기가 아까우니까 쓰는 것에도 신중해지는데, 누군가가 마치 "쓰지 마!" 하면서 손을 묶어버리는 것 같다. 왜 이러지? 그래도 일단 쓰자. 몇 줄이라도. - 백세희 • 무리하기, (마)무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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