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끝'(리디아 데이비스)을 읽었다. 지금으로서는 이 작가의 유일한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1995년 출간작이다. 한 여자가 한 남자와 헤어지는 과정이 담겨 있다.

Lydia Reading on a Divan, 1880 - 1881 - Mary Cassatt - WikiArt.org








그는 우리 사이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은 게 분명했다. 대신 자신이 읽고 있던 책에 대해 말해주었다. 그는 이 사무실의 책상에 앉아 포크너의 소설을 읽고 있었다. 몇 달 전 예이츠의 작품을 모조리 찾아 읽었던 것처럼 지금은 포크너의 작품을 모조리 완독하는 중이었다. 그는 포크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했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고, 대화는 아무 소용이 없게 되었다. 나는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그는 내가 원하는 걸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틀림없이 모든 잡념을 잊게 할 만한 책을 읽자고 다짐했을 터였다. 그래놓고 그날 밤 내가 읽던 책은 헨리 제임스의 책이었다. 내가 왜 그런 때에 헨리 제임스를 골랐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아마도 그 당시의 나는 더 야심 찼던 모양이다.(중략)하지만 그때의 나는 관심을 잡아끌 만한 책은 고르지 않고, 읽다가 마음이 정처 없이 다른길로 새서, 오래된 뼈다귀처럼 익숙하게 곱씹을 수 있는 생각거리를 계속 찾아다니게 할 책만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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