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부활'에 베토벤 5번 교향곡을 피아노로 치는 장면이 나온다. 민음사 '부활'(연진희 역) 2권으로부터 옮긴다. 톨스토이답게 가차 없이 면밀하다. (1982년 10월 4일에 별세한 글렌 굴드가 연주하는 베토벤 교향곡 5번 2악장 안단테 콘 모토를 듣는다. RIP.)

네흘류도프에게 익숙하고 부유층과 고관들의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호화로움을 한껏 더한 지방관의 만찬은 오랫동안 사치는커녕 가장 원초적인 편의 시설마저 없이 지낸 그에게 유난히 기분 좋게 다가왔다.

여주인은 니콜라이 1세의 궁정에서 궁인으로 있던 페테르부르크식의 고풍스러운 상류층 귀부인이었다. 프랑스어를 자연스럽게 하는 데 반해 러시아어는 부자연스러웠다. 그녀는 매우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으며 손짓을 할 때도 허리에서 팔꿈치를 떼지 않았다. 남편에게는 조용히, 다소 우울하게 정중한 태도를 취했지만 손님들에게는 비록 사람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식으로 대하긴 해도 대단히 살갑게 굴었다. 그녀는 눈에 띄지 않는 매우 세련된 아첨을 하며 네흘류도프를 자기 사람인 양 맞이했다. 그 때문에 네흘류도프는 자신의 모든 가치를 새삼스럽게 의식하며 기분 좋은 만족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를 시베리아로 이끈, 특이하긴 하지만 성실한 그 행동을 자신도 이미 알며 그를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한다는 분위기를

풍겼다.

음악을 몹시 사랑하고 스스로도 매우 뛰어난 피아니스트인 여주인은 현지사가 훌륭한 음악가인 데다 그녀와 함께 연탄곡을 치기도 한다는 이유로 그를 높이 평가했다.

영국인의 요청으로 여주인이 전직 국장과 함께 피아노 앞에 앉아 둘이 열심히 연습한 베토벤의 5번 교향곡을 연주하기 시작하자 네흘류도프는 오랜만에 자신에 대해 충분히 만족감을 느끼는 정신 상태를 경험했다. 마치 자신이 얼마나 좋은 인간인지 지금 막 깨달은 것 같았다.

그랜드 피아노는 훌륭했고, 교향곡 연주도 좋았다. 적어도 이 교향곡을 잘 알고 좋아하는 네흘류도프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아름다운 안단테를 들으면서 그는 자신과 자신의 모든 선행에 대한 감동으로 콧날이 시큰거리는 것을 느꼈다. - 3부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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