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프 말러의 마이에르니히 오두막 By Johann Jaritz / CC BY-SA 4.0, CC BY-SA 4.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899053
[여름의 새벽을 일깨운 선율](20230622)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62214320005617?did=DA *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5번4악장 아다지에토에 대한 피아니스트 조은아의 글이다.
'말러 - 경계 위의 방랑자 | 클래식 클라우드 31'(노승림 저) 중 '08_두 번째 오두막'이 아래 옮긴 글의 출처이다.
*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가 연주하는 말러의 아다지에토(기타 편곡)
말러는 이 오두막에서 일곱 번의 여름을 보냈다. 인생 최고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궁정오페라극장 음악감독으로 일할 때 찾아왔다가 첫째 딸 마리아가 사망하는 최악의 비극을 경험한 뒤 이곳을 정리했다. 그 사이 그는 알마를 만났고, 결혼해서 두 딸을 낳으며 가정을 꾸리는 행복을 맛보았다.
말러는 아무리 바빠도 여름에는 이곳 마이에르니히로 돌아왔다. 호숫가 외진 별장에 일단 발을 디디고 나면 불가피한 일이 아니고서는 시내 외출조차 하지 않았다. 꼭 필요한 가구만 갖추어 놓은 이 소박한 오두막 안에 은둔하며 그는 철저하게 자신을 고립시켰다.
마이에르니히에서 작곡한 4~8번 교향곡은 당시 인간 말러가 경험한 인생에 대한 충실한 음악적 기록이다. 그 가운데는 언뜻언뜻 행복한 순간도 엿보인다. 가령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는 말러가 연애 시절 알마에게 보낸 러브 레터다. 동시대 지휘자 빌럼 멩엘베르흐의 증언에 따르면 말러로부터 이 악장의 자필 악보를 받아 든 알마는 음표에 담긴 사랑 고백을 알아차리고 즉각 응답했다.
말러의 교향곡은 순종을 거부한다. 팡파르나 팀파니를 앞세우는 출발부터 그리 고분고분하게 끌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처럼 들린다. 군대 행진, 집시 댄스, 궁정 왈츠, 농부들의 투박한 춤곡이 개연성 없이 나열되거나 겹치는 본론은 다음 스텝을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교향곡을 듣고 나면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다운 선율로 일관된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가 지극히 예외적인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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