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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데이비드 코퍼필드 2 (체험판)
찰스 디킨스 / 비꽃 / 2020년 2월
평점 :
2권은 코퍼필드의 선배 스티어포스의 집에서 시작하고, '돌격 아가씨'란 별명이 있는 독특한 여성, 스티어포스의 친척 다틀 양이 나온다. 스티어포스는 데이비드를 요상하게도 '데이지'라고 부른다.
Steerforth from David Copperfield by Frank Reynolds (1876-1853) - From The Personal History of David Copperfield, pg. 288-89, Toronto : Musson Book Co., 1910.,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스티어포스란 인물에 대해 어디에선가 조금 읽었는데, 더 알고 싶어 검색한 결과 발견한 논문에 아래의 내용이 있다. 이를 다 읽고 밑줄긋기로 옮긴 부분을 읽으니 흥미롭다.
[다틀 양은 “오직 질문만을 던지”고, “의견을 말하지 않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녀는 마치 날이 선 칼처럼 데이비드의 인식이 지니는 환상성을 찢어 놓지만, 그것에 대한 대안적 서사를 마련해 주지는 않는다.
그녀는 데이비드에게 끊임없이 불편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데이비드와 스티어포스 사이에 오가는 암묵적인 계급 이데올로기를 폭로하는 한편, 데이비드에 대한 스티어포스의 부당하고 위선적인 대우를 서사의 표면 위로 떠올린다.
다틀 양의 기이하지만 날카로운 질문은 데이비드의 환상으로 점철된 스티어포스의 이미지의 이면에 내재한 진실성을 드러내 준다.
또한 다틀 양은 스티어포스가 데이비드를 “데이지”라고 부르는 것에 반응하며 “왜 그가 그런 이름을 너에게 줬지? … 네가 어리고 순수하다고 생각해서?”라고 캐묻는다.
데이비드가 얼굴을 붉히며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하자 다틀 양은 “그는 네가 어리고 순수하다고 생각하는구나. 그리고 넌 그의 친구라는 거지. 글쎄, 이거 정말 재미있는
걸!”이라 말한다.
이로써 다틀 양은 스티어포스와 데이비드의 관계가 결코 권력에 기반한 것이 아니며 오직 소년들 간의 순수한 애정에 기초해 있다는 서술자
데이비드의 설명과는 상반된 해석을 내놓는다.
학창 시절 자신과 스티어포스의 불균등한 관계에 대해 데이비드는 이와 같이 변명한다. “그러나 공정하게 말하자면, 나는 이해관계나 이기적인 목적에 이끌리지도, 그에 대한 두려움에 휘둘리지도 않았다.”
나아가 이는 데이비드가 저지르는 여러
해석 실수를 미숙함의 결과라는 이유로 용서하는 지점들에 대한 은근한 폭로이기도 하다.
스티어포스 등의 경우에서 엿볼 수 있듯 가끔씩 데이비드의 해석의 실패는 타인의 치명적인 불행과 연관되지만, 데이비드의 서사 내에서 그러한 실패는 미숙함의 결과인 것으로 여겨지며, 용서되고 봉합된다.
이처럼 다틀 양의 끊임없는 질문은 데이비드의 서사의 표면에서는 당연시되던 것들이 의문시되도록 만들며, 이를 통해 발생하는 균열 사이로 서사가 감추고 있던 리얼리티가 모습을 드러내도록 만든다.]서사의 균열이 드러내는 무의식의 리얼리티 : 한솔지, 찰스 디킨스의 『데이비드 커퍼필드』https://s-space.snu.ac.kr/handle/10371/92457
"아주 똑똑한 것 같은데, 아닌가요?"
"똑똑하다니! 무엇이든 회전 숫돌에 대고 날카롭게 갈아대는 여자야, 자기 얼굴과 몸매를 오랜 세월에 걸쳐서 갈아댄 것처럼. 끊임없이 날카롭게 갈아대다 보니 몸뚱이는 사라지고 칼날만 남았지."
선배가 나를 노리개처럼 대담하게 다루는 방식은 어떤 행동보다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예전에 친하게 지냈던 기억을 떠올리다 보니 그 후속 과정이란 생각도 들고, 선배 능력과 나를 비교하면서 서로 동등한 자격으로 교류할 수 있을까 고민할 때마다 떠오르던 불안감도 누그러졌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선배가 나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애정 어린 태도를 이렇게 끝없이 보여준 적은 없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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