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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의 기술 - 먼저 찾고, 차지하고, 지켜라!
밀렌드 M. 레레 지음, 오기영 옮김 / 페이지2(page2) / 2022년 2월
평점 :
경제원론에서 배운 '독점'이라는 용어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다. 기업 입장에서는 독점만큼 좋은 전략은 없다. 그러나 독점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이 곱지 않고, 그로 인해 기업은 정부의 다양한 규제에 직면하게 된다.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기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무도 그런 사실을 공공연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저자는 기업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독점이라고 한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 경영진의 능력, 가격 정책 등 다양한 이유를 댈 수 있지만 강력한 독점적 지위를 능가하는 전략은 없다.
쿠팡의 전략을 보면서 의아했던 적이 있었다. 쿠팡은 몇 년 째 조 단위에 육박하는 적자를 내고도 계속 피튀기는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보면 매출이 늘어도 적자가 계속 누적되면 파산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쿠팡의 전략은 국내 유통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쿠팡은 이미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면 지금의 손실을 회복하는 것은 순식간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저자는 "수요는 충족되지 않았는데, 경쟁자들은 타성에 젖어 있고, 산업 역학에 따라 이런 기회를 현존 기업들이 무시하는 상황이 조합된다면 독점이 가능하다."라고 말한다.
비즈니스 시장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 오랫동안 승자의 지위를 누려온 회사는 결국 타성에 젖게 되고, 다른 기업들은 끊임 없이 1등 기업을 따라잡으려고 노력한다. 추천사에 나오는 농심, 오뚜기라면, 삼양식품의 경쟁을 보면 자명하다.
라면 시장의 부동의 1위는 삼양식품이었다. 불미스런 사건으로 삼양식품은 농심에게 1위 자리를 내준다. 라면 시장에서 가장 오래 1등을 수성한 기업은 농심이다. 신라면은 농심에 20년 이상 독점적 지위를 부여해 주었다. 하지만 농심이 방심하고, 신라면을 넘어선 매운 맛 시장의 기회를 무시하는 사이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으로 놀라운 성과를 보인다.
책에 나온 사례들이 미국의 다소 오래된 기업들의 사례이지만 독점의 기술을 분석하는데는 문제가 전혀 없다. 2005년에 나와서 한 동안 절판된 책을 재출간한 것이라고 하니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기업의 측면에서 독점의 장점과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어서 기업이 왜 독점의 지위를 추구해야 하고, 독점적 지위 전략을 제시한다. 아마도 나처럼 경제학원론으로 독점을 배운 사람이라면 약간의 혼란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스타벅스, 코카콜라, 사우스웨스트 항공, CNN 등을 통해 독점적 지위의 사례를 분석하고, 왜 기업들이 결국에는 독점 전략을 추구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제시한다. 특히 신경쟁과 상황적 독점이라는 이론적 배경을 통해 독점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한다.
특히 '고객 섬'과 '상황적 독점'이라는 개념이 흥미롭다.
강력한 독점은 고객 섬, 즉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다른 업체들이 있음에도 유독 한 업체에만 집착하는 거의 광신자적 집단에 기반한 경우가 많다.
컴퓨터 시장의 대부분을 윈도우즈가 차지하고 있지만 일부 컴퓨터 분야에서 애플은 고객 섬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일부 경제 분석가들은 아직도 휴렛팩커드의 HP-12C 계산기에 집착에 가까운 충성을 보이고 있다. 고객 섬은 완벽한 독점적 지위를 누리지 못한다 하더라도 일부 계층의 광적인 지지로 인한 독점 시장을 차지할 수 있다.
독특한 브랜드, 독특한 제품, 독특한 특성이 없어서 독점이 가능하다. 저자는 이를 상황적 독점이라고 한다. 독점을 보유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스타벅스는 다른 경쟁 기업들과는 달리 꾸준하고 좋은 맛의 커피를 만들어 내는 상황에 자본을 집중시키면서 상황적 독점을 만들어 냈다. 다른 기업들이 커피를 캔에 담아 판매하는 것에 몰두한 상황과 대조적이다.
신경쟁 시대가 도래하면서 천연자원, 규제, 담합, 특허 기술 등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던 기업들이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대신 변화하는 시대적 환경을 가장 잘 반영하는 상황적 독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상황적 독점을 잘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신생 기업들도 기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2010년대 이후 아마존,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미국의 거대 기업들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이런 기업들이야말로 상황적 독점을 가장 잘 활용한 기업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