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무소유, 산에서 만나다 - 우수영에서 강원도 수류산방까지 마음기행
정찬주 지음 / 열림원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법정 스님의 재가제자 정찬주 작가는 '소설 무소유'를 통해 스님의 인생 일대기를 한 편의 장편소설처럼 다루었다. 스님으로부터의 가르침이 컸던 것일까? 아니면 스님과의 추억이 깊었던 것일까? 제자는 입적하신 스님의 흔적을 잊지 못해 생전 스님이 수행을 하신 길을 찾아 순례길을 떠난다. 스님을 따라가는 길에서 스승의 흔적을 통해 다시 한 번 가르침을 되새긴다.


스님이 불일암에서 세상에 물들지 말라며 내리신 '무염'이란 법명과 팔만대장경의 뜻을 담은 휘호를 통해 꽃 피듯 물 흐르듯 사는 것을 무소유의 삶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스님의 무소유 삶은 '버리고 떠나기'인 것 같고, 본질은 '집착하지 않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스님의 평소 행적을 보면 한 곳에 머무른 적이 많지 않다. 집착하지 않음으로 훌훌 털고 홀가분하게 버리고 떠날 수 있지 않았을까?


스님은 길상사를 통해 평생 배운 깨우침을 세속에 나누어 주려고 노력했고, 그 전부터 인세수입을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모두 나누어 주셨다. 저자는 이를 통해 '무소유는 나눔이다'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스님이 입적하신지 10년이 지난 지금 제자로서 저자가 깨달은 무소유의 진짜 의미는 '버리고 떠나고 나누기'이다.


마음기행 산문집 <법정스님 무소유, 산에서 만나다>는 저자가 스님을 처음 뵈었던 송광사 불일암부터 태어난 고향인 해남 우수영을 거쳐 진도 쌍계사, 미래사 눌암, 쌍계사 탑전, 가야산 해인사, 봉은사 다래헌, 강원도 오두막 수류산방, 길상사까지의 여정을 다룬다.


스페인에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있고, 일본 시코쿠에는 사찰들을 참배하는 순례길이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에는 기독교인들이 예수의 흔적을 따라 참배하는 순례길도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 오래된 사찰과 유명한 사찰이 많이 있다. 아직 사찰들을 참배하는 순례길은 없지만 법정스님의 무소유 성지순례길을 따라가보면 어떨까?


인혁당 사건의 충격으로 법정스님은 불일암을 지어 혼자만의 수행에 정진하게 된다. 불일암에는 법정스님께서 굴참나무를 잘라 만든 '빠삐용 의자'가 있다. 법정스님이 영화 <빠삐용>을 보고 인생을 낭비한 죄를 묻는 의자를 만드신 것이다.


대원사 주지스님인 현장스님은 책 추천사에 '빠삐용 의자'의 빠삐용으로 삼행시를 지어 가르침을 준다. 내용이 너무 좋아 적어본다. 집착하지 말기를 바라며 '빠, 빠지지 맙시다', 무소유 성지순례길에서 '삐, 삐지지 맙시다', 서운한 말을 들어도 '용, 용서하며 삽시다'. 너무나 마음에 와 닿는 가르침이다.


정찬주 작가의 책은 깊이가 있다. 요즘은 누구나 책을 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의 깊이가 너무 얇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내가 읽어도 저자의 사유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생각의 깊이뿐 아니라 저자가 사용하는 단어들도 사뭇 다르다.


우리나라에는 참 많은 올레길, 둘레길, 산책길이 있다. 그러나 순례길은 없는 것 같다. 저자와 현장스님의 바람처럼 우리나라에도 무소유 성지순례길이 생기면 좋겠다. 길을 걸으면서 평소 스님의 행적을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면 금상첨화 아닐까? 전세계인들이 몰리는 무소유 성지순례길이 되길 소망해 본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