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브 (양장) 소설Y
단요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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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지 못할 행복은 생생한 만큼 슬픔이 되고,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은 그대로 남아 후회가 된다.

이윽고 선율은 자신이 플라스틱 큐브에서 꺼내 온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달았다. 그건 내기 물품이 아니라, 멀쩡하게 움직이는 기계 인간이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과거였다.

창비를 통해서 특별한 소설 작품을 만나본다. 대본집 형식이라는 겉모습도 색다르지만 지은이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K 영 어덜트 소설의 새로운 시작 소설 Y 대본집 #5 <다이브>는 겉모습만큼이나 속내용도 특별함을 뿜어내고 있다. 막연한 아주 먼 미래가 아니라 2057 년이라는 가까운 미래라는 시간적인 배경도, 물에 잠긴 서울의 높은 산 봉우리라는 공간적인 배경도 색다르고 특별하다. 또 가족이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새로운 공동체 개념으로 뭉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도 특별함을 더해준다.

기후 변화로 수위가 높아진 바다를 막아주던 댐이 전쟁으로 무너지면서 서울을 비롯한 온 나라가 물에 잠긴다. 고지대였던 강원도는 철책을 두르고 사람들의 유입을 막고 있다. 남산이나 북악산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노고산의 물꾼 선율이 남산의 물꾼 우찬과 말다툼 끝에 내기를 하게 된다. 그렇게 이야기는 물속에 잠긴 서울에서 누가 더 쓸만한 물건을 건져올리냐는 내기로 시작한다. 멀쩡하게 작동하는 '기계 인간' 수호를 건져올리게 된다. 그런데 기계 인간 수호의 기억이 조금 이상하다. 서울이 물에 잠긴 것은 2042년인데 수호의 기억은 2038년까지밖에 없다.

4년이라는 기억의 간극을 매우기 위한 수호와 선율의 잠수가 시작된다. 수호의 잃어버린 기억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있을까? 비밀을, 4년의 기억을 되찾게 된다면 수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아니 수호의 현재는 어떻게 될까? 인간 선율과 기계 수호의 우정은 또 어떻게 될까? 시작부터 강렬한 흥미와 재미를 느끼게 해준 매력적인 작품이다. 그런데 2042년이면 20년 뒤인데... 아무래도 수영장에 등록해야겠다.

"창비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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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사 TOP10 -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인류 문화의 걸작
제라르 드니조 지음, 배영란 옮김 / 미술문화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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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예술사학자이자 음악이론가 제라르 드니조가 보여주는 예술사 랭킹쇼를 만나본다. 물론 <예술사 TOP 10>는 순위를 정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책은 아니다. 각 소주제에 어울리는 10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하지만 예술사라는 광범위한 이야기에서 각 소주제에 해당하는 작품이나 예술가, 이슈를 10개만을 선정한다는 것도 순위를 정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웠을것같다. 예술사를 139개의 소주제로 자세하게 나누고 각 소주제에 10개씩의 이야기를 담아서 정말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139개의 소주제에는 '아찔한 착시 효과가 두드러진 작품 10','예술계에 파문을 일으킨 사건 10'등 정말 흥미롭고 재미난 이슈들을 보여준다. 또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는'프란시스코 데 고야의 걸작 10','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걸작 10'등도 있다. 그리고 부제'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인류 문화의 걸작'에서 알수있듯이 '고대 문명의 주요 연대 10','17세기의 주요 연대 20'등을 통해서 예술사의 이슈들을 시대순으로 보여주고 있다. 원시 미술에서 현대의 창작 예술까지 정말 긴 시간을 보여주고 있고 공간적으로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와 아시아에 걸치는 넓은 범위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예술사의 흐름을 알려주는 '로마네스크 건축 걸작 10','고전주의 미술 걸작 10'등도 좋았고 사진술이나 무용, 영화 등의 영역도 보여주고 있어서 예술 백과 사전을 만나보는듯했다. 아시아 예술의 소개가 너무나 적었다는 점은 아쉬웠다. 물론 자포니즘이나 일본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 영화감독 오즈 야스지로 등을 언급하고 있지만 일본에 국한된듯 보여서 안타까웠다. 하지만 '경이로운 행위 예술 10'에서 소개하고 있는 백남준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어쩌면 서양 예술사에서 변방 일수밖에 없는 아시아의 한계인지도 모르겠다.

예술사를 시대순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예술사조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예술을 배우는 입문서로 만나면 좋을 듯하다. 또 흥미로운 소주제들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재미난 예술 이야기를 접하고 싶을 때 만나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정말 광범위한 서양 예술사를 잘 정리해서 요약해 놓은 핵심 노트 같아서 예술사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도 커다란 도움이 될 듯하다.



"미술문화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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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과 몸을 살펴 건강을 안다 - 옛 그림으로 본 동의보감
윤소정 지음 / 페이퍼로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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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8. 코는 폐와, 입은 비장과 관련이 있듯이 귀는 신장과 관련이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유일한 의학서라는 점만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동의보감東醫寶鑑 을 색다른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있는 특별한 책을 만나본다. 서울대를 졸업한 직장인이 한의학의 매력에 빠져 한의사가 되었다는 저자의 독특한 이력만큼이나 독특하고 색다른 관점을 만날 수 있어 흥미롭다. 한의학이 가진 매력들을 널리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한의사 윤소정의 문장은 간결하고 글은 따뜻하다. 편안하게 읽으면서 한의학이 가진 특히 동의보감이 가진 매력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얼굴과 몸을 살펴 건강을 안다 옛 그림으로 본 동의보감東醫寶鑑>이라는 제목이 알려주듯이 동의보감으로 대표되는 한의학에 대한 책이다. 그런데 저자는 한의학이라는 오래된 학문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오래전 우리 조상들이 남긴 '그림'을 선택했다. 어떤 그림에서 한의학의 어떤 내용을 끄집어낼지 자연스럽게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표지 그림만 보고 얼굴에 드러나는 안색 정도로 예상하고 책을 접한다면 아마 더 큰 재미와 흥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이 책이 담은 내용은 광범위하다. 한약, 침술, 뜸 등의 다양한 한의학을 접할 수 있고 동의보감이라는 빛나는 보석도 만날 수 있다.

허준이 만들어 조선을 넘어 동양의 보석이 된 동의보감을 그림을 통해서 만나는 즐거움을 주는 책은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몸의 겉을 들여다보다로 시작해서 한의학으로 들여다보다로 본문은 끝을 맺는다. 본문 내용의 흐름은 몸의 겉에서 몸의 속으로 그리고 한의학의 중심인 한약 재료로 향하고 있다. 그런데 본문이 끝나고 만난 '부록'에 담긴 내용이 본문만큼이나 매력적이다. '나는 어떤 체질일까?','사상체질별 공부법'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쉽고 편안한 한의학과의 만남의 중심에는 그림이 있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자 특징이다. 책이 담고 있는 그림들과의 만남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할듯하다. 하지만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그림에 담긴 한의학적인 요소들을 끄집어내서 흥미롭고 재미나게 한의학의 매력을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 큰 사람이 건강하다?',

'신장, 노화를 결정하다',

'물의 종류가 33가지',

'토끼의 간을 약으로 쓸 수 있을까?',

'일월오봉도 속 음양오행의 원리',

'사상체질별 음식' 

등 정말 흥미로운 내용들을 많이 담고 있다.


동의보감을 통해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 주변의 한약재를 알려주고 김홍도와 장승업 같은 옛 조상들의 그림들을 통해서 한의학을 만나보는 특별한 즐거움을 주는 의미 있는 책이다. 치아가 약해서 임플란트를 많이 시술받은 경험이 '신장이 약하면 이빨도 약하다'라는 내용에 꽂혀 신장 기능을 체크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어렵고 지루한 한의학을 재미나고 흥미로운 그림으로 쉽고 편안하게 그려낸 멋진 책이다. 한의학이 결코 진부한 학문이 아니며 한약재가 단순한 풀뿌리가 아님을 알려주는 소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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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밤에 대하여 - 우리가 외면한 또하나의 문화사 교유서가 어제의책
로저 에커치 지음, 조한욱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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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88. 어둠이 줄어들면서 사생활과 친밀감과 자아 성찰의 기회도 훨씬 드물어질 것이다.


정말 흥미로운 책을 만나보았다. 먼 옛날부터 근대 초기의 '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는 밤에 관한 모든 것을 들려주고 있다. 저자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벌어진 다채로운 밤의 일상을 보여준다. 횃불이나 등잔불에 의존했던 시대의 밤은 인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바로 그 점을 파헤쳐서 넓고 깊게 들여다본 책이다. 정말 엄청난 양의 자료를 디테일하게 분석하고 조사해서 만든 이야기라는 점을 알게 해주는 많은 증거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산업혁명 이전 유럽의 어두운 밤은 많은 위협으로 가득 차 있었고 이 책은 그런 '밤의 역사'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총 4부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죽음의 그림자에서는 밤이라는 어둠이 가진 위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육체와 영혼에 대한 위협은 어둠이 깔리고 나서 확대되고 심화되었다. 초기의 많은 문명에서 어둠은 죽음을 의미했듯이 서양의 역사에서는 밤이 근대 초기에 가장 위험시되었다. 유럽에 불어닥쳤었던 마녀 광풍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제2부 자연의 법칙은 밤 시간에 대한 국가나 교회가 보인 통행금지나 야경꾼 같은 억압적인 모습에 대해 들려주고 개인이나 가정이 밤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면 국가는 밤의 위협을 피해 가려 했고 개인들은 종교 등에 기대 맞서려 했던 것 같다.


p.250. 제임스 클레이턴 목사는 "하루의 일 중 가장 고된 부분은 신이 우리에게 쉬라고 준 시간에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닥친다."


제3부 밤의 영토에서는 밤에 일어나는 전반적인 것들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 모두가 쉬며 즐기는 밤에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부터 밤의 주인까지 들려준다. 어둠이 위험이던 시대에 '밤의 주인'은 누구였을까?'번들링(bundling)'이라는 밤의 관습이 지금도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귀족, 평민 등 계급에 따라 달라지는 밤의 모습을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제4부 사적인 세계는 제목처럼 지극히 사적인 영역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침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보여준다. 그중에서 가장 큰 흐름은 '잠'이다. 오래전 그때는 밤에 잠을 두 번 잤다고 한다.


12장 우리가 잃어버린 잠: 리듬과 계시에서는 근대 초기까지 이어졌던 서유럽 사람들의 잠에 대해 들려준다. '첫잠(first sleep)'과 '두 번째 잠'사이에 잠시 깨었다가 다시 잠들었다고 한다. 자정이 지나 잠시 깨어 기도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중간에 깨어 있는 시간은 야경(watching)이라 불렀다. 그런데 20세기에도 일부 종족에서 찾아볼 수 있는 수면 형태라는 점이 더 놀라웠다. 중간에 깨는, 두 번 자는 잠의 까닭은 무엇일까?

정말 재미나게 만나보았다. 요즘은 인공조명으로 밤과 낮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밤과 낮의 경계를, 수면 시간을 각자가 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공조명을 끄면 밤이 되고, 인공조명을 키면 한밤중도 대낮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밤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밤은 어둠을, 어둠은 죽음을 떠올리던 '밤'은 사라졌다. 이제 나 혼자만의 고독을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간이 된 '밤'이 남은 듯하다.


p.335. 몽테스키외는 아침에 대해 "때로는 남편의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이 아내의 하루가 끝나는 시작"이라고 했다.


밤의 흥미로운 역사를 만나볼 수 있는, 잠과 꿈에 대한 색다른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가 준비해놓은 방대한 자료들을 읽고 있으면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했다. 많은 자료들만큼이나 다양한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다. 또 자료들 속에서 작가나 사상가를 접하는 것은 저자 에커치가 주는 덤인 듯하다. 오래전 밤에 일어났던 놀랄만한 색다른 사건사고들을 만나보는 재미는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인듯하다.



"교유서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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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밤에 대하여 - 우리가 외면한 또하나의 문화사 교유서가 어제의책
로저 에커치 지음, 조한욱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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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어둠을 극복한 인류가 떠안은 새로운 문제를 보여준 소중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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