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밤에 대하여 - 우리가 외면한 또하나의 문화사 교유서가 어제의책
로저 에커치 지음, 조한욱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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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88. 어둠이 줄어들면서 사생활과 친밀감과 자아 성찰의 기회도 훨씬 드물어질 것이다.


정말 흥미로운 책을 만나보았다. 먼 옛날부터 근대 초기의 '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는 밤에 관한 모든 것을 들려주고 있다. 저자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벌어진 다채로운 밤의 일상을 보여준다. 횃불이나 등잔불에 의존했던 시대의 밤은 인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바로 그 점을 파헤쳐서 넓고 깊게 들여다본 책이다. 정말 엄청난 양의 자료를 디테일하게 분석하고 조사해서 만든 이야기라는 점을 알게 해주는 많은 증거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산업혁명 이전 유럽의 어두운 밤은 많은 위협으로 가득 차 있었고 이 책은 그런 '밤의 역사'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총 4부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죽음의 그림자에서는 밤이라는 어둠이 가진 위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육체와 영혼에 대한 위협은 어둠이 깔리고 나서 확대되고 심화되었다. 초기의 많은 문명에서 어둠은 죽음을 의미했듯이 서양의 역사에서는 밤이 근대 초기에 가장 위험시되었다. 유럽에 불어닥쳤었던 마녀 광풍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제2부 자연의 법칙은 밤 시간에 대한 국가나 교회가 보인 통행금지나 야경꾼 같은 억압적인 모습에 대해 들려주고 개인이나 가정이 밤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면 국가는 밤의 위협을 피해 가려 했고 개인들은 종교 등에 기대 맞서려 했던 것 같다.


p.250. 제임스 클레이턴 목사는 "하루의 일 중 가장 고된 부분은 신이 우리에게 쉬라고 준 시간에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닥친다."


제3부 밤의 영토에서는 밤에 일어나는 전반적인 것들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 모두가 쉬며 즐기는 밤에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부터 밤의 주인까지 들려준다. 어둠이 위험이던 시대에 '밤의 주인'은 누구였을까?'번들링(bundling)'이라는 밤의 관습이 지금도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귀족, 평민 등 계급에 따라 달라지는 밤의 모습을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제4부 사적인 세계는 제목처럼 지극히 사적인 영역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침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보여준다. 그중에서 가장 큰 흐름은 '잠'이다. 오래전 그때는 밤에 잠을 두 번 잤다고 한다.


12장 우리가 잃어버린 잠: 리듬과 계시에서는 근대 초기까지 이어졌던 서유럽 사람들의 잠에 대해 들려준다. '첫잠(first sleep)'과 '두 번째 잠'사이에 잠시 깨었다가 다시 잠들었다고 한다. 자정이 지나 잠시 깨어 기도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중간에 깨어 있는 시간은 야경(watching)이라 불렀다. 그런데 20세기에도 일부 종족에서 찾아볼 수 있는 수면 형태라는 점이 더 놀라웠다. 중간에 깨는, 두 번 자는 잠의 까닭은 무엇일까?

정말 재미나게 만나보았다. 요즘은 인공조명으로 밤과 낮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밤과 낮의 경계를, 수면 시간을 각자가 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공조명을 끄면 밤이 되고, 인공조명을 키면 한밤중도 대낮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밤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밤은 어둠을, 어둠은 죽음을 떠올리던 '밤'은 사라졌다. 이제 나 혼자만의 고독을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간이 된 '밤'이 남은 듯하다.


p.335. 몽테스키외는 아침에 대해 "때로는 남편의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이 아내의 하루가 끝나는 시작"이라고 했다.


밤의 흥미로운 역사를 만나볼 수 있는, 잠과 꿈에 대한 색다른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가 준비해놓은 방대한 자료들을 읽고 있으면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했다. 많은 자료들만큼이나 다양한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다. 또 자료들 속에서 작가나 사상가를 접하는 것은 저자 에커치가 주는 덤인 듯하다. 오래전 밤에 일어났던 놀랄만한 색다른 사건사고들을 만나보는 재미는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인듯하다.



"교유서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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