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은 블루다 - 느릿느릿, 걸음마다 블루가 일렁일렁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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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 기자와 편집장을 역임한 저자 조용준을 처음 만난 것은 『메이지유신이 조선에 묻다』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메이지유신의 원동력을 도자문화에서 찾고 있다. 그러니 선진 도자문화를 가지고 있었던 조선 침략은 당연한 것이었다. 역사를 도자 문화 관점에서 바라보던 저자의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롭고 신선했다. 저자와의 두 번째 만남은 『유럽 도자기 여행(북유럽 편)』 을 통해서이다. 이 책을 통해서도 도자문화를 중심으로 북유럽의 역사를 재미나게 풀어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난 책들과는 다른 관점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아줄레주를 몰라서 벌어진 단순한 해프닝이다. 역시 이번 여행도 도자문화와 함께한다. 

아줄레주 : 포르투갈의 대표적 공예품인 장식 타일

<포르투갈은 블루다>를 통해서 어쩌면 저자의 색다른 관점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역시나로 바뀌었다. 하지만 '아줄레주'라는 독특한 도자타일 문화는 책을 읽는 내내 흥미롭게 자리 잡았다. 포르투갈의 많은 기차 역사들을 멋지게 꾸미고 있는 '아줄레주'의 블루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저자는 포르투갈 여행에 앞서서 알아두면 좋을 것으로 아줄레주 외에 두 개를 더 알려준다. 하나는 포르투갈인의 종교이고 다른 하나는 '파두'라는 포르투갈의 노래이다. 인구의 88%(2012년)가 가톨릭교도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소개해 주는 곳도 수도원이나 수녀원이 많았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 민족의 '한恨' 과 비슷한 정서가 포르투갈에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한, 사우다지를 담은 노래가 '파두'라고 한다. 너무나 가난해서 바다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포르투갈 남자들과 돌아오지 않는 남자들을 기다리는 여자들. 그들이 품었던 사우다지가 노래로 승화한 것이 파두인 것이다. 파두의 느낌을 느껴보고 싶어서 찾은 노래들은 비 오는 날 감성주의보 속에서 들으면 정말 어울릴 것 같은 곡들이 많았다. 듣는 순간 먹먹함이 밀려오는 묵직함이 정말 매력적이다. 파두에서 우리의 한恨이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한동안은 파두의 매력에 빠져 지내게 될 것 같다.


포르투갈 여행의 기본 세 가지를 숙지하고, 이제 책이 소개하고 있는 너무나 멋진 곳들을 만나본다. 정말 많은 사진들이 포르투갈의 매력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물론 실제로 만나게 된다면 정말 환상적일 것 같은 곳들을 자세하게 많이 소개해 준다. 특히 여행 가이드북에는 등장하지 않는 아주 작은 마을을 소개해 주고 있어서 너무나 좋았다. 포르투갈에 우리 문화의 한 축인 '한恨'이 있다면 아마도 우리 문화의 바탕인 '정情'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책에서 보여주는 모든 곳들이 낯설지가 않다. 한때는 스페인과 함께 세상을 양분했던 포르투갈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블루 타일을 품은 곳을 중심으로 포르투갈의 주요 도시와 아름다운 시골을 보여주고 있다. 파란색의 타일들이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를 따라서 와인도 만나고 정어리도 만난다. 물론 가장 먼저 그리고 많이 만난 이들은 포르투갈 역사의 시작을 연 귀족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수련수녀의 사랑 이야기보다 흥미롭지 않다. 포르투갈의 와인은 어떤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을까? 도서관이라면 그 정도는 되어야 될 것 같은 유서 깊은 주아니나 도서관의 고급스러움을 만났고, 얼핏 보면 장난감 블록 같은 재미난 페나 궁전도 만났다.

아름다운 때론 흥미롭고 재미난 장소들을 둘러보면서 포르투갈의 역사를 접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포르투갈의 아름다운 겉모습을 둘러보는 여행도 좋겠지만 포르투갈의 역사와 정서까지 둘러보는 여행이 더 의미 있는 여행일 것이다. 이 책은 여행의 재미와 인문학적 의미를 모두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너무나 재미나게 포르투갈을 둘러볼 수 있었다. 정말 멋진 여행을, 품격 있는 여행을 원한다면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길 바란다. 가슴 촉촉이 적시는 파두를 만나게 될 것이다.



"도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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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 마인드셋 - 감정 왜곡 없이 진실만을 선택하는 법
줄리아 갈렙 지음, 이주만 옮김 / 와이즈베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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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에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너무나 많이 등장하고 있다. 사회 분열은 이제 더욱더 세분화되고 있는듯하다. 작은 집단 내에서도 내 편이 아니면 모두가 적이 되는 정말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분열을 보이고 있다. 왜일까? 왜 점점 더 통합이나 조화는 멀어져 가고 있는 것일까? '신념'을 받아들이는 방법에서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흥미로운 책을 만나보았다. 

신념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합리성과 의사결정에 관한 연구와 강연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줄리아 갈렙이 <스카우트 마인드셋 Scout mindset>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새롭다'일 것 같다. '스카우트 마인드셋scout mindset'이라는 용어를 저자가 처음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데 그것부터 새롭고 신선하다. 저자는 스카우트 마인드셋을 '정찰병 관점'으로 풀이하고 있다. 정찰병관점의 상대적인 관점은 '전투병 관점'이다. 전투병관점이 '자신이 바라는 대로 대상을 보는 것'이라면 정찰병관점은 '사실 그대로를 직시하는 것'이다. 

책의 부제는 '감정 왜곡 없이 진실만을 선택하는 법'이다. 부제가 보여주듯이 이 책은 누구나 쉽게 빠지게 되는 자기 기만 등의 심리적인 편향을 최대한 배제하고, 진실을 회피하지 않고 인정하면서 무언가를 결정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자신을 자기도 모르게 속이는 자기 기만을 멈추고 세상을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 방법이 스카우트 마인드셋, 정찰병관점이다.

5개 PART, 15개 Chapter로 구성된 책은 저자가 내세우고 있는 스카우트 마인드셋과 전투병관점에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두 관점을 비교 설명하고 있어서 처음 접하는 이론들이지만 쉽고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각 챕터들의 제목부터 시선을 사로잡아 흥미를 유도하고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Chapter 2. 당신의 신념은 무엇을 지키는가? Chapter 10. 틀리는 것도 방법이 있다. Chapter 15. 따끔하게 나의 정체성 갈아입기 등의 식이다. 또 많은 도식圖式들이 각 챕터가 다루고 있는 내용들의 이해를 돕고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각 챕터들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각'과 정찰병관점의 '적용'방법 그리고 정찰병관점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훈련'을 담고 있다. 특히 심리적인 테스트를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전투병관점에서 벗어나 정찰병관점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보여주는 Chapter 5. 편애하는 합리주의자에게 와 Chapter 6. 얼마나 확신하세요?는 너무나 흥미로웠다. 이중잣대 테스트, 외부인 테스트, 선택적 의심 테스트 등을 만나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확신 정도와 실제 결과를 일치시키는 연습'은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매력적이다. 열심히 체크하고 '부록 B'에 실린 답안을 만나보기 바란다. 놀라운 결과를 만나게 될 것이다. 




"와이즈베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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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2 - 호랑이덫 부크크오리지널 5
무경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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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들 중에서 이렇게 유쾌한 이야기를 만나본 적이 있었던가 싶은 재미난 추리 소설<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2>를 만나보았다. 유쾌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들을 알고 있기에 마냥 즐겁게 읽을 수는 없었지만 에드가 오라는 주인공의 이름부터 웃음을 자아낸다. 에드가 오의 본명은 오덕문이다. 스토리의 흥미로운 전개와 개성 넘치는 주인공들의 활약들이 입가의 미소를 지울 수 없게 만드는 유쾌한 소설이다. 


p.107. "도련님(세루게 홍) 오심 선생님(에드가 오)왔다꼬 말 전하겠슴다. 애두 알 낳은 선생님이라캤슴까?"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은일당 사건 이야기를 담은 두 번째 소설이다. 그런데 '호랑이 덫'이라는 부제가 눈에 띈다.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 읽고 있었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알게 된 그 평범한 단어가 가진 깊은 의미가 이야기의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요즘도 가끔 접하게 되는 억울함이 당시에는 더 심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게 된 친구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던 보이 오덕문 아니 에드가 오의 활약이 눈부시다. 


아니 이렇게 말하는 건 좀 과장된듯하다. 에드가 오가 정말 바쁘게 돌아다닌 건 맞지만 그의 캐릭터는 '허당'에 가깝다. 그래서 이 소설의 전편이 더 읽고 싶어진다. 아마도 전편에서도 모던만 외치고 있지 않을까 싶지만 전편에서의 에드가 오의 모습이 어떤 모습일지 무척 궁금하다. 너무나 인간적인 에드가 오는 사건에 휘말릴 뿐 주위의 여성들이 문제를 해결한다. 물론 여성들은 뒤에서 에드가 오에게 도움을 주는 조력자들이다. 


남산에 호랑이가 나타나 순사들이 깔려있으니 밖에 나가지 말라는 선화의 말을 무시하고 창문으로 외출을 감행한 에드가 오는 길에서 뜻밖의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렇게 시작한 이야기는 도망치듯 창문으로 나온 에드가 오의 걸음을 따라 숨 가쁘게 전개된다. 그날 만나기로 한 세루게 홍의 행적에 의심을 품으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세루게 홍을 만나 자초지종을 듣고 싶지만 둘의 만남은 자꾸만 어긋난다. 그리고 드디어 은일당에서 둘의 만남이 성서 되지만 그곳으로 많은 일본 경찰들이 들이닥친다. 


p.416. "이상한 일은 이상해야 할 이유가 있기에 이상해 보이는 것이니까요."


이야기의 흐름은 얼핏 탐정으로 오해하기 쉬운 에드가 오라는 모던 숭배자가 끌고 있지만 조금씩 주인공은 따로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선화, 계월, 옥련. 이 소설에서는 세 여인의 지혜가 에드가 오를 돕고 있지만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에서는 조선을 돕고 독립운동을 도울 것 같다. 그때 에드가 오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이번 소설에서 만난 에드가 오의 모습은 웃음을 주는 허당에 가까웠지만 그때는 조금 더 치밀하고 계획적인 멋진 탐정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벌써 세 번째 이야기가 기대된다.



"부크크오리지널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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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2 - 호랑이덫 부크크오리지널 5
무경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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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가 오 가 펼치는 허당기 넘치는 유쾌한 활약상이 너무나 재미난 추리소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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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도시
임우진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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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03. 다른 곳과의 비교는 부족함을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아지기 위한 새로운 영감을 주는 용도일 때 의미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을 방문하면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일 것이다. 그런 익숙함이나 일상이 주는 편안함은 새로운 변화 자체를 불편하게 받아들이게 하곤 한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도시>를 더욱 흥미롭고 재미나게 만날 수 있었다. 너무나 익숙했던 공간들의 새로운 의미를 접할 수 있었고 그 공간들이 만들어지고 이어져온 까닭을 만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살아온 세월만큼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건축가 임우진이 들려주는 인문학 도시 이야기는 서울과 프랑스의 도시를 바탕으로 동서양의 도시 시스템을 비교하며 설명하고 있어서 몰입감을 더해준다. 두 문화권의 도시 생성 과정과 그로부터 파생된 다양한 모습의 도시를 보여준다. 너무나 익숙해서 볼 수 없었던 도시의 보이지 않던 부분들을 편안하게 둘러보게 해준다. 

총 2부 10장으로 구성된 책은 10개의 주제로 도시의 보이지 않던 공간과 도시 시스템에 대해 들려준다. 그리고 많은 사진들과 그림들은 해당 이야기를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공간으로서 도시가 가지는 의미를 들려주며 우리와 서양의 시스템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데 근본적인 차이는 우리는 사람들이 '지킬 것'이라는 선한 행동에 초점을 맞춘듯하고 서양은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춘듯하다. 흥미로운 접근이 지루할 틈 없이 책장을 넘기게 한다. 


p.199. 한국인에게 '방'이란 이렇게 '남'과 '우리'를 구분해 주는 공간적이면서도 동시에 사회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저자는 두 문화권의 도시 생성 과정의 차이를 '길'에서 찾는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에서 느낄 수 있듯이 서양의 도시는 '길'이 먼저 생기고 그 길을 따라 생성되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도시는 집이 먼저 생기고 집들을 연결하는 '길'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두 문화권은 길을 대하는 것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고 흥미로운 사실들을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그런 도시 생성 과정은 '광장'이라는 의미도 다르게 다가선다. 우리에게는 광장은 없었지만 동네 어귀마다 평상은 있었다. 


p.146. 그래서 한국의 길은 또한 광장이기도 하다.


저자와 함께 한 즐거운 도시 여행은 '사람이 먼저인 도시'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게 했다. 이제는 한강변 도로를 지나면서 푸른 산을 볼 수 있는 구간은 그리 많지 않다. 그 자리는, 그 공간은 아파트와 빌딩들이 들어섰다. 공간의 변화가 삶의 변화를 만들고 있다. 그 변화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기를 바란다. 사람이 먼저인 도시를 꿈꾸게 하는 멋진 책이다.



"을유문화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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