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수의 꽃 2 - 위대한 고구려의 전쟁
윤선미 지음 / 목선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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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은 접할 때마다 놀랍다. 특히 고대사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은 늘 놀랍기만 하다. 이번에 접한 《살수의 꽃 1,2》도 그 놀라움을 바탕으로 재미와 흥미를 넘치게 담고 있다. 살수대첩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을지문덕 장군이 주인공으로 고구려와 중국의 수나라 와의 전쟁이 배경이다. 그런데 역사에 을지문덕 장군에 대한 기록이 얼마나 존재할까? 살수 대첩에 관한 역사 기록은 얼마나 찾을 수 있을까? 아마 몇 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몇 줄 안되는 역사 기록에서 장편소설을 끌어낸 윤선미 작가의 대단한 능력이 놀랍다.


을지문덕 장군은 언제 태어났는지도 언제 죽음을 맞이했는지도 모르는 전설과 같은 인물이다. 그런 인물에게 자식의 앞날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를 만들어내고 의문의 죽음을 맞은 아버지를 만들어낸다. 거기에 평생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게 될 연인도 만들어 놓는다. 자식을 위한 어머니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상상하기 쉬울 수 있다. 하지만 의문의 죽음을 당한 아버지를 끌어들여 또 다른 이야기를, 인연을 만든다. 거기에 고구려의 녹족 부인 전설을 덧붙여 가리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역사에서 찾을 수 없으니 다양한 고구려 전설을 이야기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바보 온달이 등장하고 평강 공주도 등장한다. 살수대첩이라는 전쟁이 배경이다 보니 을지문덕 장군의 신출귀몰하는 뛰어난 지략을 도운 이들도 등장한다. 또 연개소문의 아버지 연태조도 등장한다. 실제 그들과의 관계는 알 수 없지만 이 소설 속에서 그들은 너무나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연이 인연이 되고 그 인연이 멋진 이야기가 되는 정말 뛰어난 소설이다.


소설의 스토리는 어느 곳을 이야기하든 스포가 될듯해서 이번에는 담지 않으려고 한다. 그저 너무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훌륭한 작품이라는 것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을지문덕 장군이 천민이라는 신분을 극복하고 그가 장군이 되어 활약하는 이야기가 담긴 1권과 살수 대첩 이후 고구려의 역사에서 살아진 그의 삶을 상상한 2권 모두 정말 재미나다. 단 두 권의 책으로 만들어진 소설이지만 대하드라마를 본듯한 감동과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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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 - 피터에서 피터 2.0으로
피터 스콧-모건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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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라는 제목만 보고 무척이나 흥미로운 SF 소설을 만난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소설이, 픽션이 아니다. 논픽션이다. 그것도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 '나'를 이야기하는 자서전이다. 영국의 로봇공학자 피터 스콧 모건이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이다. 누군가에게 병이 발병한다면 그에 대처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생존율이 낮고 2년의 시한부 판정을 받은 루게릭병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그렇게 많지 않을 듯하다. 그래서일까? 읽는 내내 나라면이라는 가정을 놓지 못했다.


p.104. 치료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 의학적 치료가 아니라 첨단 기술을 이용한 치료라서 아직 아무도 그 잠재력을 모를 뿐이야.


그런데 주체성 만랩의 로봇 공학자가 선택한 루게릭병 대처 방법은 상상을 초월한다. 병의 진행에 따라 쓸모없게 될 신체 기관들을 기계로 교체해서 스스로 사이보그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녹녹하지만은 않다. 마치 부인 프랜시스와의 결혼 생활처럼 이기적인 편견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이해와 포용보다는 이용과 이익만이 우선인 못돼먹은 인간의 욕심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감동적인 인물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조금은 위안이 된다. 


루게릭병이라는 불치병에 걸린 한 사람의 투병기를 담고 있다. 병의 진행에 자신의 삶을 맡기지 않고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맞서는 힘겨운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는 27년 가까이를 부부로 살아온 두 남성의 사랑이 존재한다. 두 사람의 사랑에는 현재는 조금 나아졌지만 당시에는 엄청 큰 걸림돌이 있었을 것이다. 사회. 소수에 대한 편견이 차고 넘치는 사회. 그런 사회를 정면 돌파한 두 사람의 주체적인 삶이 루게릭병에 로봇으로 맞서는 주체적인 결정을 하게 했을 것이다. 그 결정의 가장 큰 원동력은 '사랑'일 것이다.


투병의 아픔보다, 인조인간이라는 흥미보다 두 사람의 사랑이 더 크게 다가오는 까닭은 무엇일까? 목차에 흥미로운 제목을 붙인 저자가 3부의 제목을 사랑은 최종적으로 모든 것을 이긴다로 한 까닭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편견을 넘을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 그것이 어쩌면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죽음을 앞둔 과학자가 이성이 아닌 감성이 최고라고 한 까닭도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차이가 차별이 된 세상을 치유할 방법으로 사랑을 제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김영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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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된 표현형 - 출간 40주년 기념 리커버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장대익.권오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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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리처드 도킨스가 자신의 저서 중에서 자신 있게 추천한 책《확장된 표현형》을 출판 40주년을 기념한 리커버판으로 만나보았다. 이 책은 진화생물학이라는 낯선 학문을 대중에게 널리 알린 저자의 변명 아닌 변명이 담고 있다. 『이기적 유전자』에서 펼친 주장을 학계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어느 분야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아마도 긍정과 부정이 혼재했을 것이다. 《확장된 표현형》은 일부의 부정적인 의견에 답하고 다시한번 자신의 의견을 논증하는 책이다. 즉 표면적으로는 『이기적 유전자』의 후속작이다.


후속작이라는 말에 속았다. 『이기적 유전자』를 너무나 재미나고 흥미롭게 읽은 연유로 다음 이야기가 무척 궁금했다. 그래서 재미와 흥미가 함께하는 생물학 이야기를 만났다. 하지만 '서문'에서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생물학자 즉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다. 그래서 어렵고 난해하다. 완벽한 이해는 포기하고 완독을 목표로 읽었다. 그래도 저자는 책 뒤편에 생물학 전문 용어 사전이라는 친절을 베풀고 있다. 그런데 그 사전도 난해하다. 능력도 모르고 도전한 대가를 호되게 치른 책이지만 새로운 지적 만남이 주는 즐거움이 더 큰 책이었다.


『이기적 유전자』에서 저자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이며 그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려는 단순한 전달자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제 《확장된 표현형》에서 저자는 유전자의 새로운 모습을 주장하고 있다. 유전자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외부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의 핵심 내용인 '확정된 표현형'이다.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계속해서 보여주는 논거들과 사례들이 조금씩 흥미와 재미를 돋운다. 그렇게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확장된 표현형'이라는 개념 정도는 이해하게 만들어 주었고 그렇게 이 책이 가진 의미와 재미를 만날 수 있었다. 훨씬 더 진화할 수 있는 데 진화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비버가 쌓은 나무댐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냥 지나치는 거미줄이 담은 진화 이야기는 무엇일까? 딱딱한 논문을 보는듯한 시작을 버티고 넘어서면 흥미로운 지적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의 내용을 조금 더 깊게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에서 저자가 들려주는 전문가들의 반론에 다시 반박하는 반론을 만나보길 바란다. 물론 어렵고 난해할 것이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물론 리처드 도킨스가 들려주는 '확장된 표현형'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 유전자와 진화의 새로운 개념을 맛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꼭 한번 만나보길 바란다. 새로운 지적 만남의 즐거움이 완독하며 느낀 피로를 한 번에 날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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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상상력 공장 - 우주, 그리고 생명과 문명의 미래
권재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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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하면 떠오르는 학문은 물리학이다. 끝을 알 수 없는 무한한 공간인 우주의 시작을 아주 작은 원자에서 찾아내려는 물리학자들의 노력은 오늘 이 시간에도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노력을 알기 쉽고 편안하게 풀어내고 있는 재미있는 과학 책을 만났다. 《우주, 상상력 공장》은 상대성이론과 양자학,유전자와 진화 그리고 정신과 의식까지 과학 전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물리, 화학, 생물, 종교 등 하나 만으로도 지루하고 난해한 이야기를 정말 폭넓게 다루고 있다. 


원자들이 세상이라는 건물의 벽돌이라면 분자는 건물의 색상이자, 질감입니다.


정원을 텍스트적인 존재라고 한다면 아름다움은 콘텍스트적인 존재입니다.


그런데 400여 페이지가 넘는 과학 책이 난해하지도 지루하지도 않다. 아마도 저자가 물리교육을 전공하고 과학교육을 강의했던 까닭인듯하다. 문장의 호흡이 길지 않고 흥미로운 예시들이 가독성을 높이고 있다. 책의 시작이 열역학법칙인데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물리학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시작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주가 시작되고 생명이 탄생하는 과정을 과학을 통해서 들려주고 인류의 종말(태종太終)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다. 과학자가 들려주는 인류 종말의 원인은 무엇일까?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에서 만나는 휘어진 공간 끈이론은 처음 접했을 때 지면에 한참을 머물게 했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번 만남에서는 저자의 친절함으로 쉽게 지나갈 수 있었다. 물리학이나 유전학을 다루는 책의 특징은 언제 만나도 새롭다는 것이다. 읽을 때는 이해한듯한데 돌아서면 잊게 되는 참 묘한 학문이다. 물론 개인 역량이 모자란 탓이지만 그 덕분에 늘 새로운 즐거움을 맛보고는 한다. 진화를 다룬 책에서 국회의원을 만나본 적이 있는가? 국회의원이 과학 책에 등장한 까닭을 이 책을 통해서 만나보길 바란다.


저자는 머리말을 통해서 "이 책은 우주의 시작과 끝을 논하면서 그 사이의 텅 빈 시간과 공간을 생명과 문명의 이야기로 채웠습니다."(p.9)라고 말한다. 물리학을 시작으로 유전학 그리고 인공지능, UFO까지 과학에서 만나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들려주고 있다. 과학을 이렇게 재미나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만들어낸 저자 권재술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놀랍기만 하다. 정말 다양한 과학 이야기가 재미와 흥미로 차서 넘치는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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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엔 니체, 퇴근길엔 장자 - 회사 앞 카페에서 철학자들을 만난다면?
필로소피 미디엄 지음, 박주은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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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책은 언제 만나도 즐겁다. 역량이 안되는 탓에 읽을 때마다 새로워서 좋다. 이번에 만나본 는 직장인들의 번뇌를 잠재워 줄 사유를 만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그동안 만나보았던 철학자들도 있었지만 새롭게 만나보는 철학자들도 있어서 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느끼게 되는 감정들을 하나씩 풀어내고 그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유용한 책이다. 특히 동서양의 철학 사유를 함께 접할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로웠다.


이 책 《출근길엔 니체 퇴근길엔 장자》는 철학 책이다. 그런데 난해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저자들이 들려주는 예시가 짧은 콩트를 보는 듯해서 편안하다. 14명의 철학자들의 깊이 있는 사유로 걱정, 부조리, 소진, 긍정, 자신감, 낙담 등의 15가지 감정을 풀어내고 있다. 공자나 니체 한 사람의 철학적 사유만으로도 가득 메울 지면에 철학자 14명의 사유를 담아내고 있다. 전문점의 갈비탕처럼 깊이 있는 맛은 없지만 분식집의 갈비탕처럼 가볍게 먹기에는 충분하다. 철학자들의 깊이 있는 다양한 사상을 만나볼 수는 없지만 그들의 생각 하나 정도는 편안하게 알 수 있게 해준다.


《출근길엔 니체 퇴근길엔 장자》라는 제목처럼 출퇴근 길에 눈에 담기에 충분한 분량으로 철학에 재미와 흥미를 가지게 해주고 있다. 짧은 만남 속에서 가장 좋았던 만남은 '짜증'을 통해서 만난 순자였다. 공자나 장자만큼 접해보지 않았던 철학자였기에 그의 '허일이정虛一而靜'이라는 사유는 조금 더 흥미롭게 만날 수 있었다.


p.139. 허일이정은 '허(텅 비움)''일(하나로 모음)''정(고요함)의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가볍게 읽다가 원문의 한자가 궁금하다면 책의 뒤편에 담은 '주'를 찾아가면 된다. 원문을 해설과 함께 싣고 있어서 조금 더 깊이 있는 만남을 가질 수 있는 배려도 잊지 않은 책이다.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철학 책을 만나고 싶다면 주저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고는 하지만 삶에 지친 이들이라면 누구나 커다란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한국경제신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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