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 - 피터에서 피터 2.0으로
피터 스콧-모건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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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라는 제목만 보고 무척이나 흥미로운 SF 소설을 만난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소설이, 픽션이 아니다. 논픽션이다. 그것도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 '나'를 이야기하는 자서전이다. 영국의 로봇공학자 피터 스콧 모건이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이다. 누군가에게 병이 발병한다면 그에 대처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생존율이 낮고 2년의 시한부 판정을 받은 루게릭병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그렇게 많지 않을 듯하다. 그래서일까? 읽는 내내 나라면이라는 가정을 놓지 못했다.


p.104. 치료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 의학적 치료가 아니라 첨단 기술을 이용한 치료라서 아직 아무도 그 잠재력을 모를 뿐이야.


그런데 주체성 만랩의 로봇 공학자가 선택한 루게릭병 대처 방법은 상상을 초월한다. 병의 진행에 따라 쓸모없게 될 신체 기관들을 기계로 교체해서 스스로 사이보그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녹녹하지만은 않다. 마치 부인 프랜시스와의 결혼 생활처럼 이기적인 편견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이해와 포용보다는 이용과 이익만이 우선인 못돼먹은 인간의 욕심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감동적인 인물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조금은 위안이 된다. 


루게릭병이라는 불치병에 걸린 한 사람의 투병기를 담고 있다. 병의 진행에 자신의 삶을 맡기지 않고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맞서는 힘겨운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는 27년 가까이를 부부로 살아온 두 남성의 사랑이 존재한다. 두 사람의 사랑에는 현재는 조금 나아졌지만 당시에는 엄청 큰 걸림돌이 있었을 것이다. 사회. 소수에 대한 편견이 차고 넘치는 사회. 그런 사회를 정면 돌파한 두 사람의 주체적인 삶이 루게릭병에 로봇으로 맞서는 주체적인 결정을 하게 했을 것이다. 그 결정의 가장 큰 원동력은 '사랑'일 것이다.


투병의 아픔보다, 인조인간이라는 흥미보다 두 사람의 사랑이 더 크게 다가오는 까닭은 무엇일까? 목차에 흥미로운 제목을 붙인 저자가 3부의 제목을 사랑은 최종적으로 모든 것을 이긴다로 한 까닭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편견을 넘을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 그것이 어쩌면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죽음을 앞둔 과학자가 이성이 아닌 감성이 최고라고 한 까닭도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차이가 차별이 된 세상을 치유할 방법으로 사랑을 제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김영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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