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권력의 비밀, 지도력(地圖力) - 지도를 읽으면 부와 권력의 미래가 보인다
김이재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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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 있는 제목을 읽었다. 지도력. 리더십을 다룬 책인가 보다. 부제는 부와 권력의 비밀이다. 리더십에 어울리는 부제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에 표지의 한자를 다시 읽어보았다. <지도력地圖力> 내가 알고 있던 지도와는 다른 건가? 지도가 가진 힘은 도대체 무엇일까? 시작부터 호기심 게이지가 상승한다. 그렇게 상승한 호기심 게이지는 책을 덮을 때까지 사그라들지 않았다.


지도력地圖力

현장에서 수집한 정보를 판단하는 능력이자, 일상의 경관을 새롭게 해석하고 발굴하는 창의력 이다. 글로벌 리더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필수 역량으로,ICT 기술을 활용해 공간 빅데이터를 처리·분석·체계화하는 지리 정보과학을 뜻하기도 한다.


영국 왕립지리학회에 초청된 세계적인 지리학자 김이재 교수가 들려주는 지도, 지리에 관한 이야기는 새로웠고 그 신선함은 흥미와 재미를 유발한다. 물리적인 지정학적 위치보다는 인문학적 연결 역할로서의 지리학의 중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지도가 가진 능력을 다양한 증거들을 제시하며 보여주고 있고, 지리학이 가진 능력을 재미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흥미롭게 들려주고 있다.

총 3개의 파트로 구성된 책의 시작은 '권력의 지도'가 맡는다. 기원전부터 만들어진 지도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재미나고 흥미롭다. 백신 개발의 주역 중에 유독 유대인이 많은 이유(p.91)와 지도가 어떻게 연결될까? 처음 접한 '지도력'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즐겁게 이어진다. 두 번째 파트 '부의 지도'에서는 시장을 선점하는 능력이 어려서부터 훈련된 지도력에서 나온다고 이야기한다. 에르메스, 루이 비통, 그리고 구찌 등의 명품 시장의 탄생과 변화를 보여준다. 거기에 배달의 민족, 삼성, 현대 등 우리나라 성공한 기업들의 이야기가 흥미를 더해준다.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고 있는 듯해서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세 번째 파트 '미래의 지도'에서는 지도력을 갖춘 세계적인 리더들이 보여주는 '미래'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저자가 미래를 위한 투자 지역으로 눈여겨보자고 주장한 지역은 어디일까? 실리콘밸리에 이어 떠오르고 있는 실리콘 와디실리콘 사바나를 만나는 즐거움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일본과 대만의 지진은 삼성 반도체 성장에 어떤 역할을 했을까? 또, 인도네시아의 화산 폭발은 유럽에서의 자전거 발명과 어떤 연결을 보여줄까? 지리적인 연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 흥미로웠다.

 

 

 

지리 교육의 중요성을 주장하며 마무리하고 있는 <지도력>은 지도가 가지는 인문학적인 의미를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리를 '위치'가 아닌 '연결'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면서 '지리적 상상력'을 훈련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지리적 상상력이 부족한 국가로 현재의 일본과 한국을 이야기하고 있다. 반대로 계속되는 지리적 상상력을 가진 국가로 이스라엘을 이야기하며 그들의 교육 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주장하는 지리적 상상력을 우리 아이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교육 정책의 혁신을 꿈꾸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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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올드 코리아 세트 (완전 복원판 + 원서 복원판) - 전2권
엘리자베스 키스.엘스펫 키스 로버트슨 스콧 지음, 송영달 옮김 / 책과함께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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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올드 코리아>를 접했을 때 느낌은 근대화를 시도도 못해보고 일본에 주권을 빼앗겼던 암울한 역사를 만나게 될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하지만 영국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와 그의 언니가 보여준 글과 그림 속 한국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평범한 한국인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대로변이 아니라 대로 뒤편 골목길에서 찾아보는 지혜를 가진 스코틀랜드 출신의 키스 자매를 따라서 20세기 초의 한국의 모습을 만나보았다.

<평양의 동문>

그림과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의 과거를 보여줄 키스는 일본에서 출판업을 하던 형부와 언니의 초대로 그곳에서 생활하며 동양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던 중 한국을 찾게 된다. 그것도 우리에게 잊어서는 안되는 몇 안되는 '그날'이 있었을 때쯤 한국에 온 것이다. 역사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었던 당시 우리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고 이야기를 더한 것이 <올드 코리아>이다. 3·1 운동.

당시 여학생들의 모습을 글로 자세하게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더욱 의미 있었던 것은 '독립 만세 노래'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비록 음정은 알 수 없지만 강한 울림을 느낄 수 있는 노랫말이 인상적이었다. 완전 복원판원서 복원판 두 권이 한 세트를 이룬 까닭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키스가 적은 노랫말을 옮긴이 송영달이 다시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그 둘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역사적인 '그날'의 분위기를 들려주는 이야기도 재미나지만 엘리자베스 키스의 그림 속 한국을 만나보는 재미는 흥미를 넘어서는 강한 끌림을 갖게 한다. 옮긴이는 매력적인 작품들을 통해서 우리의 역사를 만나보는 즐거움에 또 다른 하나의 재미를 더해준다. 목판화와 수채화를 비교하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조금씩 목판화와 수채화의 구분이 가능해지는 기쁨을 느껴보기 바란다.

어느 쪽이 목판화일까?


다양한 계층의 삶을 담고 있지만 역시 인상적인 것은 많은 여성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 소녀에서 아이를 업은 어머니의 모습까지. 물론 다양한 민초들의 삶도 담고 있지만 같은 여성으로서 억압받고 있는 한국의 여성들을 이야기 속 주인공으로 끌어들이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키스가 느낀 한국 여인들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p.70. 한국의 여자들은 뼈대가 작으며 얼굴 표정은 부드럽다. 인내와 복종이 제2의 천성이 된 듯하다.하지만 온순하기만 한 한국 여자들에게도 의외로 완고한 구석이 있다.…(중략)…그러므로 한국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최선의 방법은 오로지 한국 풍습을 존경하며 끈기와 친절로 대하는 것뿐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키스는 한국 여성들의 삶과 성품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인에 대한 평가는 어떠했을까? 한국인의 자질 중에 제일 뛰어난 것은 의젓한 몸가짐이다.(p.160)라고 말하는 등 우리들에 대한 평가를 솔직하게 들려주고 있다. 그러니 이방인의 눈으로 본 우리들에 대한 또 다른 평가들도 직접 접해보는 의미 있는 만남을 가져보길 바란다.

옮긴이는 「머리말」을 통해서 이번 완전 복원판의 가치를 세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그중  세 번째 가치로 뽑은 것은 입증만 된다면 정말 놀라운 것이다. <이순신 장군 초상화>(추정)를 이번 책에 실었다는 것이다. 키스의 작품을 보면 옮긴이의 주장이 어느 정도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반대 의견을 말하는 학자들도 있다는 점이 더 흥미롭다. 조금 더 연구하고 토론할 수 있는 바탕이 이루어진 것 같기 때문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옮긴이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 열정과 노력에.

 

역사 속 민초들의 강한 의지를 솔직 담백한 글을 통해서 만날 수 있고 아름다운 그림들로 다시 한번 한국의 아름다움을 느껴볼 수 있는 소중한 만남이었다. 비록 Keith의 중국식 발음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지만 자신의 그림에 奇德(기덕)이란 한자를 적을 정도로 동양의 문화를, 한국의 문화를 사랑했던 키스가 들려주는 백여 년 전 한국의 모습을 만나보는 즐거움을 부디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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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2 : 저세상 오디션 (청소년판) 특서 청소년문학 18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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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숙 작가의 구미호 식당 2 <저세상 오디션>을 만나보았다. 전작 『구미호 식당』을 만나보지 않고 두 번째 이야기를 만난다는 부담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아마도 이야기가 이어진다는 느낌보다는 이어질 거라는 느낌이 더 강했기 때문인듯하다. 저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접하게 된 관문은 다음 이야기에서 주인공 일호에게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설 것 같다.

 

p.223. 나는 그곳을 향해 부지런히 걸었다.

 

p.209. 너에게 주어진 시간 중에 의미 없는 시간은 일분일초도 없다.

      모두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시간들이다.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한 일호는 평범한 지극히 평범한 열여섯 살 소년이다. 아니 소년이었다. '하루하루 별일 없이 지나가기'(p.15)라는 소년의 계획은 옥상 난간에 선 나도희라는 소녀와 함께 사라지고 만다. 그렇게 저승 문턱에서 마천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마천의 이야기가 조금 이상하다. 함께 저승을 향해 걸어가던 12명의 죽은 이들이 마천이 준 시간을 버리고 죽음을 선택한 이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심사를 거쳐야 저승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p.21. "진짜 억울해서 그러는데요. 저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어요."


일호는 자신은 자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마천도, 자신의 주장을 도와줄 만도 한 도희도 일호의 말을 무시한다. 그리고 심사는 시작된다. 그런데 마천의 심사도 이상하다. 오디션을 거쳐 성공하면 저승으로 갈 수 있단다. 이승의 트렌드가 저승에까지 전해진 걸까? 저승으로 가기 위한 오디션. 열 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오디션은 각자의 심사 위원을 눈물 흘리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유명 가수였던 이수종도, 세계적인 래퍼를 꿈꾸던 스타 나도희도 실패하고 만다.

 

중간중간 찾아오는 추위는 오디션을 통과해야 한다는 절실함을 더하게 한다. 오디션을 통과하지 못하면 이곳에서 떠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나 추워서 사람들의 모습이 조금씩 변해간다. 그런데 추위와 함께 몰려오는 어둠 속에서 누군가 일호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마천과 사비가 하는 말을 엿들었다는 도진도 아저씨는 일호에게 그들의 실수를 가지고 마천과 거래를 하라고 말한다. 일호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지만 이제 확실해진 것이다. 일호는 마천과 단판 지을 수 있을까? 다시 이승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p.218. "부디 너에게 남아 있는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라. 오늘이 힘들다고 해서 내일도 힘들지는 않다. 오늘이 불행하다고 해서 내일까지 불행하지는 않다. 나는 사람들이 세상에 나가 보낼 시간들을 공평하게 만들었다. 견디고 또 즐기면서 살아라."

 

일호를 제외한 열두 명의 죽음에는 열두 가지의 사연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연들은 그들을 '자살'이라는 어둠으로 내몰았다. 또 한편으로는 소년 일호를 성장하게 했다. 일호는 이승에서의 일들을 생각하고 또 반성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인연의 소중함을,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평등하지 않은 세상에 딱 하나 평등한 게 있다고 한다. 죽음으로 향해 가는 시간.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은 동일하다.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린 것이고 거기에서 삶도 변하는 것이다. 소년 일호와 함께 시간의 소중함을 만나는 행복한 시간을 미루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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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 왕의 운명은 누가 결정하는가
김은주 지음 / 시대의창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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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다룬 책이나 영상을 좋아하다 보니 다양한 관점에서 역사를 들여다본 재미난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음식, 미술 작품이나 신화 등 흥미로운 관점들이 들려준 이야기들은 접할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주고는 했다. 이번에 만나본 이야기는 별자리로 조선의 역사를 들려주고 있는 <별자리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이다. 저자 김은주는 교양 다큐멘터리 방송작가로 20여 년 일해온 베테랑 이야기꾼이다. 그래서일까 난생처음 접해본 점성술 이야기인데도 책장은 술술 넘어간다.


오늘의 운세를 십이지간 '띠'로 보여주더니 어느 때 부터인가 별자리 운세도 함께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처음 접했을 별자리 운세 점성술을 이 책을 통해서 조금 맛보았다. 흥미롭고 재미나서 저자가 알려준 사이트를 기웃거려 보았지만 기초가 없으니 '네이탈 차트'는 그저 난해한 그림일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이 담고 있는 조선 왕들의 별자리 이야기는 더욱더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네이탈 차트로 본 조선 왕들의 성격과 삶은 어떤 모습일까?

새로운 것(별자리 이야기)과 흥미로운 것(조선 왕의 삶)이 만나 만들어낸 이야기이니 엄청난 재미는 당연하다. 거기에 우리가 알고 있었던 인물들(빌 클린턴, 워런 버핏, 나폴레옹, 마크 저커버그 등)의 별자리가 등장하며 재미는 배가된다.「기생충」에 나온 "넌 계획이 다 있구나"를 만들어 낸 봉준호 감독의 태양별자리는 모든 일에 다 계획이 있는 처녀자리(p.184)다. 또, 죽을 때까지 반목했던 부자로 유명한 태조의 달별자리는 수평의 리더십을 지향하는 물병자리이고 태종의 달별자리는 수직적 위계를 중시하는 염소자리라고 한다.

별자리 이야기에 더해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재미난 역사 이야기이다. 세종은 왜 며느리들을 쫓아냈을까?(p.106), 궁합,왕비 중에는 왜 황소자리가 많을까?(p.179)그리고 왕이 되지 못한 물병자리 세자들(p.224)등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별자리와 연관해서 들려준다. 거기에 재미난 단편적인 역사 이야기들도 보여주고 있어서 처음 접한 별자리의 난해함을 잊게 해준다. 요즘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쓰고 있을 'ㅋㅋ','ㅎㅎ'가 조선시대에도 있었다고 한다. 한자로는 'ㅋㅋ'를 가가(可呵)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저자는 모든 별자리의 타고난 목적은 태양이 만물을 비추듯 자신의 빛을 밝히는 것이다.(p.310)라고 하며 별자리를 알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나와 너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그 다름을 인정하며 서로 존중하기 위한 것이다.(p.184)라고 말하고 있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주는 따스함을 별자리 이야기를 통해서 찾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만남이 될 것 같다. 즐거움이 가득한 유쾌한 책<별자리로 읽는 조선왕조실록>과의 소중한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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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 문학동네 청소년 53
전삼혜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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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종말을 이야기한 영상이나 글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가 소행성과의 충돌이다. <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에서도 지구는 소행성 B - 3844와의 충돌을 피하지 못해 지구의 일부가 파괴된다. 소재는 충분히 진부하다. 하지만 소행성과의 충돌이라는 진부한 소재를 특별한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이 더욱 빛나는 것이다. 전혀 진부하지 않은 반짝반짝 빛나는 이야기가 담겨있어 좋았다. 그런데 너무나 반짝이는 이야기가 반짝이는 무언가를 떨구게 할지도 모르니 조용한 곳에서 만나보기를 바란다.

p.34. 너는 나의 세계였으니, 나도 너에게 세계를 줄 거야.


우선 소설의 시작이 특별하다. 보통의 친밀함으로는 쓸 수 없는, 은밀한 비밀이 담겨있을 듯한 '편지'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것도 달에 있는 '리아'가 지구에 있는 '세은'에게 보내는 것이다. 지구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몰라서, 세은의 생사를 알 수 없어서 안타까워하고 자신의 생존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몰라서 불안해하는 리아의 글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또 다른 특별한 점은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이들이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사회에서 멀어진 보육원 아이들. 찾는 사람도, 찾을 사람도 없는 12세 이상의 아이들을 모아서 섬에서 훈련시켜 어른들이 원하는 곳에서 일하게 한다. 바로 그 섬 제네시스에서 만난 아이들이 주인공들이다. 그중에서도 한 방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보낸 리아와 세은, 그리고 리아와 같은 항공기계정비반인 제롬. 지구 종말은 올 수 있다. 담담하게 마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을 준비하는 어른들이 어린아이들을 이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렇게 리아는 '궤도 밖에서' 세은에게 편지를 보내게 된 것이다.

p.157. 빛나는 그아이들 중 단 한 사람이라도 무사히 어른이 될 수 있기를.

 

그런데 이 소설에서 말하는 '궤도 밖'은 지구 궤도 밖 달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제도 밖'을 의미하는 듯하다. 사회에서 보호해 주지 못한 힘없는 이들에게 사회 제도, 관습이라는 허울 밖에서 소수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진정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 손이 어른이라는 기성세대가 아니라 같은 공간과 같은 시간을 함께한 또래 친구라는 것이 특별하다. 지구 종말에서 한 친구를 '달'로 보내는 결정을 하고, 또 그 친구를 위해 규정보다 훨씬 많은 식량과 물품을 채워 넣는 친구가 있다.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지구 종말을 맞이한 친구들이 있다.

p.196. 최후의 최후의 최후까지 싸우기 위해. 지구를, 미래를, 가능성을 빼앗기지 않고 버티기위해.


달로 보내 리아를 지켜주려 한 친구, 그리고 달로 간 리아를 지켜주려 한 친구. 서로를 배려하는 사랑이 무척이나 필요한 요즘이기에 더욱더 빛이 나는 듯하다. 계층 간, 세대 간의 소통의 길은 점점 막혀가고 있는 듯하고 편을 나눈 갈등과 반목은 사회 소수자들에게 더 피해를 주고 있는 듯하다. 궤도 밖에 있는 이들에게도 손 내밀 수 있는 '사랑'이 필요한 세상이라는 점을 알려주고, 서로 간의 사랑이 희망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특별한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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