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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 ㅣ 문학동네 청소년 53
전삼혜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4월
평점 :
인류의 종말을
이야기한 영상이나 글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가 소행성과의 충돌이다. <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에서도 지구는 소행성 B - 3844와의 충돌을 피하지 못해 지구의 일부가
파괴된다. 소재는 충분히 진부하다. 하지만 소행성과의 충돌이라는 진부한 소재를 특별한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이 더욱 빛나는
것이다. 전혀 진부하지 않은 반짝반짝 빛나는 이야기가 담겨있어 좋았다. 그런데 너무나 반짝이는 이야기가 반짝이는 무언가를 떨구게 할지도 모르니
조용한 곳에서 만나보기를 바란다.
p.34.
너는 나의 세계였으니, 나도 너에게 세계를 줄
거야.
우선 소설의
시작이 특별하다. 보통의 친밀함으로는 쓸 수 없는, 은밀한 비밀이 담겨있을 듯한 '편지'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것도 달에 있는 '리아'가
지구에 있는 '세은'에게 보내는 것이다. 지구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몰라서, 세은의 생사를 알 수 없어서 안타까워하고 자신의 생존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몰라서 불안해하는 리아의 글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또 다른 특별한
점은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이들이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사회에서 멀어진 보육원 아이들. 찾는 사람도, 찾을 사람도 없는 12세 이상의
아이들을 모아서 섬에서 훈련시켜 어른들이 원하는 곳에서 일하게 한다. 바로 그 섬 제네시스에서 만난 아이들이 주인공들이다. 그중에서도 한 방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보낸 리아와 세은, 그리고 리아와 같은 항공기계정비반인 제롬. 지구 종말은 올
수 있다. 담담하게 마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을 준비하는 어른들이 어린아이들을 이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렇게 리아는
'궤도 밖에서' 세은에게 편지를 보내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