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올드 코리아 세트 (완전 복원판 + 원서 복원판) - 전2권
엘리자베스 키스.엘스펫 키스 로버트슨 스콧 지음, 송영달 옮김 / 책과함께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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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올드 코리아>를 접했을 때 느낌은 근대화를 시도도 못해보고 일본에 주권을 빼앗겼던 암울한 역사를 만나게 될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하지만 영국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와 그의 언니가 보여준 글과 그림 속 한국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평범한 한국인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대로변이 아니라 대로 뒤편 골목길에서 찾아보는 지혜를 가진 스코틀랜드 출신의 키스 자매를 따라서 20세기 초의 한국의 모습을 만나보았다.

<평양의 동문>

그림과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의 과거를 보여줄 키스는 일본에서 출판업을 하던 형부와 언니의 초대로 그곳에서 생활하며 동양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던 중 한국을 찾게 된다. 그것도 우리에게 잊어서는 안되는 몇 안되는 '그날'이 있었을 때쯤 한국에 온 것이다. 역사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었던 당시 우리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고 이야기를 더한 것이 <올드 코리아>이다. 3·1 운동.

당시 여학생들의 모습을 글로 자세하게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더욱 의미 있었던 것은 '독립 만세 노래'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비록 음정은 알 수 없지만 강한 울림을 느낄 수 있는 노랫말이 인상적이었다. 완전 복원판원서 복원판 두 권이 한 세트를 이룬 까닭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키스가 적은 노랫말을 옮긴이 송영달이 다시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그 둘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역사적인 '그날'의 분위기를 들려주는 이야기도 재미나지만 엘리자베스 키스의 그림 속 한국을 만나보는 재미는 흥미를 넘어서는 강한 끌림을 갖게 한다. 옮긴이는 매력적인 작품들을 통해서 우리의 역사를 만나보는 즐거움에 또 다른 하나의 재미를 더해준다. 목판화와 수채화를 비교하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조금씩 목판화와 수채화의 구분이 가능해지는 기쁨을 느껴보기 바란다.

어느 쪽이 목판화일까?


다양한 계층의 삶을 담고 있지만 역시 인상적인 것은 많은 여성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 소녀에서 아이를 업은 어머니의 모습까지. 물론 다양한 민초들의 삶도 담고 있지만 같은 여성으로서 억압받고 있는 한국의 여성들을 이야기 속 주인공으로 끌어들이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키스가 느낀 한국 여인들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p.70. 한국의 여자들은 뼈대가 작으며 얼굴 표정은 부드럽다. 인내와 복종이 제2의 천성이 된 듯하다.하지만 온순하기만 한 한국 여자들에게도 의외로 완고한 구석이 있다.…(중략)…그러므로 한국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최선의 방법은 오로지 한국 풍습을 존경하며 끈기와 친절로 대하는 것뿐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키스는 한국 여성들의 삶과 성품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인에 대한 평가는 어떠했을까? 한국인의 자질 중에 제일 뛰어난 것은 의젓한 몸가짐이다.(p.160)라고 말하는 등 우리들에 대한 평가를 솔직하게 들려주고 있다. 그러니 이방인의 눈으로 본 우리들에 대한 또 다른 평가들도 직접 접해보는 의미 있는 만남을 가져보길 바란다.

옮긴이는 「머리말」을 통해서 이번 완전 복원판의 가치를 세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그중  세 번째 가치로 뽑은 것은 입증만 된다면 정말 놀라운 것이다. <이순신 장군 초상화>(추정)를 이번 책에 실었다는 것이다. 키스의 작품을 보면 옮긴이의 주장이 어느 정도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반대 의견을 말하는 학자들도 있다는 점이 더 흥미롭다. 조금 더 연구하고 토론할 수 있는 바탕이 이루어진 것 같기 때문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옮긴이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 열정과 노력에.

 

역사 속 민초들의 강한 의지를 솔직 담백한 글을 통해서 만날 수 있고 아름다운 그림들로 다시 한번 한국의 아름다움을 느껴볼 수 있는 소중한 만남이었다. 비록 Keith의 중국식 발음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지만 자신의 그림에 奇德(기덕)이란 한자를 적을 정도로 동양의 문화를, 한국의 문화를 사랑했던 키스가 들려주는 백여 년 전 한국의 모습을 만나보는 즐거움을 부디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과함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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