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엄마가 미워진다 - 상처받은 줄 모르고 어른이 된 나를 위한 심리학
배재현 지음 / 갈매나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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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8. 우리가 살아가는 데 다정한 공감과 따뜻한 위로는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없어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목부터 흥미로운 <나는 가끔 ㅡ 엄마가 미워진다>를 만나보았다. 책 표지에 있는 부제에 심리학이란 단어가 없었다면 가슴 시리게 하는 '엄마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심리학 책인데 가슴이 시리다. 아이에게 상처를 준듯해서 가슴이 아프고 답답했다. 이 책은 어렸을 때 입은 상처가 트라우마가 되어 어른이 돼서도 정서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어쩌면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기 싫은 부모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책은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몰 트라우마를 설명하며 어려서 격은 육체적, 정서적 결함이 어른이 된 후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지 보여주며 시작한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정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어린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어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 번째 부분에서는 애착 문제, 자기조절감 문제, 자기가치감 문제에 대해 설명하면서 정서적 상처를 보다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네 번째 이야기에서는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부모들의 입장을 이해해 보려 하고 있다. 이제 마지막 부분에서는 상처 치유를 위해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며 마무리하고 있다.

저자 배재현은 25년간의 상담 노하우를 내담자와의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편안하게 전해주고 있다. 에피소드를 통해서 편안하게 심리학 이론을 접하면서심리학 읽기를 통해서 이론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또한들여다보기를 통해서 심리 상태를 점검해 볼 수 있고,시도해보기를 통해서 상처를 치유해보는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제목<나는 가끔 ㅡ 엄마가 미워진다>와는 다르게 읽는 내내 아이에게 잘 못했던 기억이 스쳐가 '내가 미워졌다' 정말 부끄럽고 안타까웠다. 아이가 어렸을 때 이 책을 만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린아이들이 있는 부모라면, 아이들과 함께하는 선생님들이라면 꼭 만나보길 바란다. 가볍게 읽으면서 아이들에게 상처가 아닌 사랑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지금의 불안과 우울, 이유 없는 신체의 통증, 낮은 자존감, 대인관계에서의 어려움과 같은 고통이 어디에서부터 온 것인지(p.7) 알고 싶은 이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보길 바란다. 시간이 치유해 줄 수 있는 스트레스는 트라우마가 아니라고 한다. 시간이 지나도 자꾸 떠오르는 트라우마에 대해 알려주고, 심리적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고 있는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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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아말 엘-모흐타르.맥스 글래드스턴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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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20년 휴고상, 로커스상, 네뷸러상, 오로라상 등 많은 SF상을 수상한 화제의 소설을 만나보았다.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는 두 작가(아말 엘모흐타르, 맥스 글래드스턴)가 6주 만에 완성했다는 점부터 색다른 소설이다. 시간 여행을 다룬 SF 소설은 많이 있다. 하지만 그 시간 자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전쟁을 다룬 이야기는 접하지 못했었다. 과거에서부터 미래까지 간직한 시간의 가닥들을 둘러싼 가든과 에이전시 두 세력의 전쟁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그리고 그 시작을 받아서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로 펼쳐내는 역할은 레드블루라는 요원들이 맡는다. 두 요원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전달하는 편지가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시간 타래의 위, 아래를 오가며, 시간의 가닥을 풀었다 묶었다 하며 기원전부터 33세기까지를 오가는 레드와 블루는 양측을 대표하는 최정예 요원이다. 그런 그들이 장난처럼 서로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일기는 비밀을 혼자서 간직하는 글이라면 편지는 비밀을 누군가와 공유하는 글이다. 그런데 서로 싸우고 있는 스파이들에게 편지는 그 자체가 비밀일 것이다. 그러니 편지를 전달하는 비밀스러운 방법은 매번 상상을 초월한다. 나이테, 음료 등에 숨겨놓은 편지는 어떤 모습일까? 편지에 담긴 내용만큼이나 흥미로운 요소이다. 둘의 비밀인 편지를 어디에서 어떤 방법으로 접하게 될지 알게 되는 즐거움을 꼭 느껴보길 바란다.

이 소설은 많은 특색 있는 점들을 가지고 있지만 적의가 사랑으로 발전해가는 블루와 레드의 편지 내용이 가장 특별했던 것 같다.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편지였다.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기본이고, 인문학적인 폭넓은 인용까지 보여주고 있어서 SF 소설의 새로운 모습을 본듯하다. 인공 자궁에서 자라고 소크라테스와 군대 동기인 레드와 블루는 자신들의 삶을 통해서 역사를, 인류를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 하지만 잉카문명의 멸망을, 명나라의 흥망을 가정해보는 그들의 생각을 보면서 역사를, 새로운 시간의 매듭을 그려본다. 시간의 가닥을 따라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오가는 아주 먼 미래에서 온 최첨단 스파이 블루와 레드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 어떤 시간의 가닥으로 또 어떤 매듭을 만들어낼지 꼭 만나보기 바란다. 단순해 보이지만 특별한 새로운 느낌의 색다른 환상적인 세상을 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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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태양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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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50. 우린 살면서 절대 설명할 수 없는 순간과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럴땐 침묵해야 한다. 입을 여는 순간 거짓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한 여름 더위를 식혀줄 재미난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8월의 태양>마윤제 작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그동안에도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던 작가의 작품이어서 더욱 흥미롭게 접할 수 있었다.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동해에 있는 강주에 살고 있는 열여덟 청춘들의 이야기이다. 과거 열여덟이었던 엄마와 친구들 그리고 현재 열여덟인 아들과 친구들의 이야기이다. 강주의 항구 북항에서 펼쳐지는 '뱃고놀이'축제를 배경으로 동찬과 친구들을 둘러싼 세상 이야기가 펼쳐진다.

 

동찬은 소위 말하는 금수저로 언덕 위 저택에 사는 소년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고래잡이배와 함께 가라앉고 나서 동찬의 상황은 모든 게 바뀌게 된다. 그때쯤 강주 폭력 조직의 보스 강태호가 동찬의 집에 찾아오고 엄마와 결혼을 하게 된다. 사춘기 소년에게 어떤 설명도 없이 주변 상황은 엄청나게 빠르게 변한다. 그리고 그 속도만큼 빠르게 이야기도 전개된다.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과거와 현재가 함께하게 된다.


​p.57. "그는나쁜 사람이에요." 어머니 얼굴에 회한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그런데 어머니 입에서 전혀 뜻밖의 말이 흘러나왔다. "그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엄마에 대한 반항으로 방황의 길을 나선 동찬에게 친구가 생긴다. 작가를 꿈꾸는 소녀 윤주, 조직의 보스를 꿈꾸는 태석 그리고 동찬에게 바이크를 가르쳐주는 최호, 모범생 상윤까지. 이 작품 속에서 각자의 개성 있는 역할을 충분히 해내는 중요한 인물들이다. 특히 윤주는 이야기의 무게를 두 배는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동찬에게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를 거두게 했던 윤주가 더 큰 그림자가 되어 동찬을 감싸게 된다. 열여덟 서툰 청춘들이 만들어내는 좌충우돌左衝右突 성장 이야기를 만나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책의 후미에 실린 작가의 말을 통해서 작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열여덟 시절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걸까.(p.336) 친절한 작가가 답도 보여주고 있지만 우리 스스로 생각해 보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청춘의 시작점 열여덟으로 돌아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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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4 : 세조·예종·성종 - 백성들의 지옥, 공신들의 낙원 조선왕조실록 4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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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만나는 즐거움을 배가시켜준 역사학자 이덕일의 <조선왕조실록> 네 번째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왕조를 다룬 중국의 역사서는 당대가 아닌 후대에 만들어져서 당대의 기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조선왕조실록과는 그 내용이나 가치 면에서 비교불가라고 한다. 그 비교불가한 『조선왕조실록』의 내용과 가치를 쉽고 편안하게 만나볼 수 있는 책이 이덕일의 <조선왕조실록>이다. 네 번째 이야기에서는 개인적으로 조선왕조에서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왕 세명을 다루고 있다. 세조, 예종, 성종.


왕이라는 권력욕에 눈이 멀어서 인간이길 포기한 세조와 조선시대 암살된 왕이 있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왕 예종, 그리고 그의 업적만 보면 그 어떤 왕에 뒤지지 않지만 절제를 몰랐던 여성편력으로 모든 이미지를 깎아먹었던 성종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정말 놀라운 역사를 간직한 왕 들이다. 계유정난, 공신들과 등을 진채 개혁 정치를 꿈꿨던 예종의 죽음, 조선 선비들의 비극 사화의 시작인 훈구와 사림의 대립 등 의미 있는 역사적인 변곡점을 접할 수 있다.


조카인 단종을 죽음으로 내몰고 왕위를 차지한, 정통성과는 멀어진 세조가 키운 공신이라는 권력이 조선을 망하게 하는 시작이 된 시점이다. 그 시점을 지우려 했던 왕 예종은 공신들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는 의심을 강하게 한다. 거기에 조선 역사에 지울 수 없는 가장 큰 오점으로 남은 왕 연산군의 단초를 제공한 성종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이야기가 『조선왕조실록』에 적혀있는 내용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랬다면 이야기는 조금 덜 재미있고 조금 덜 흥미로웠을 것이다. 저자는 야사라 불리는 책들의 내용도 함께 소개하고 있어서 재미와 흥미를 배가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역사가 가지는 의미도 배가시키고 있다. 실록에서 다룬 양이 많아서인지 이 책 분량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공신들과 정통성을 상실한 왕 세조의 이야기는 잘못된 권력이 만든 슬픔과 아픔을 보여준다. 정권 창출에 기여한 역할을 보상받으려는 자들의 악행이 어디서 많이 본듯해서 씁쓸하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한다. 그런데 반복되는 역사는 이상하게도 나쁜 쪽의 역사다. 세종과 같은 성군도, 이순신과 같은 애국자도 찾기 어려운 오늘이다.


그래서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이 책을 통해서 얻어야 하는 것 네 가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저자가 제시한 이 책<조선왕조실록>을 읽는 법을 통해서 역사를 바로 볼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첫째. 우리 사회나 한 조직의 앞일을 예측할 수 있는 청사진으로 삼을 수 있다.

둘째. 자신이 속한 사회나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셋째.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우리 개개인의 삶을 돌아볼 수 있다.

넷째.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것이다. 


"다산초당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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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않는 도시 - 세상 모든 사랑은 실루엣이 없다
신경진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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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58. 현실 세계의 성인 여자에게 모험이란 곧 사랑을 의미했다.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인 자유와 사랑은 인간이 만들어낸 제도와 형식, 도덕이라는 굴레에 얽매이다가 요즘 들어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듯하다. 인간의 자유는 법과 도덕에, 사랑은 결혼이라는 제도와 도덕적 관습에 파묻혀 본 모습을 잃어가고 있었다. 사랑하면 결혼해야 하고 자손을 낳아 가족을 이루는 삶을 평범한 삶이라 은근히 강요하던 사회는 이제 새로운 가족이나 결혼 모습을 인정하고 있다. 물론 아직 사회적인 협의와 공감이 필요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새로운 모습의 가족과 사랑 표현 방식이 낯설지 않다.

 

이 소설 <결혼하지 않는 도시>에서 세계문학상 수상 작가 신경진은 낯설지는 않지만 남에게 꺼내놓기에는 조금 꺼림직한 이야기들을 하나 둘 끄집어 내놓는다. 쌍둥이 형의 도움으로, 대리 시험으로 대학에 들어가고 신문사의 기자가 된 하욱은 신혼여행에서 아내 영임에게 그 진실을 들려준다. 타이밍 참. 이 소설에 소개되는 연인들의 사랑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전개된다. 갑작스럽고 즉흥적으로. 아마도 사랑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또 그렇게 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1960년대를 대표하는 영임하욱이나 1990년대를 그리고 있는 은희정우, 그리고 2000년대 새로운 사랑을, 가족을 이야기하는 한나태영까지 세 가지 모습의 연인들은 공통점을 가진다. 모두 여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삶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영임과 하욱은 결혼을 하고 가족을 이룬다. 하지만 가족의 가장 큰 축인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서 이 소설의 스토리는 풍부해지고, 주제는 깊이를 더하게 된다. 큰집에서 태윤을 입양하면서 가족을 완성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친자식이 생기면서 태윤의 지옥은 시작된다.

 

가족의 완성을 결혼과 출산에 두었던 시대를 지나 은희와 정우는 결혼은 미룬 체 동거 생활을 한다. 그렇게 두 번째 사랑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에는 태윤이 함께한다. 이름을 적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한 태윤의 삶은 너무나 안타깝고 안쓰러웠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태윤의 삶이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아빠가 누구인지 모르는 파란 눈의 아이를 키우는 한나와 결혼은 없는 사랑을 하는 태영의 이야기에도 태윤의 그림자를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요약해놓으니 이야기가 너무나 빈약해 보인다. 나도 참 엄청난 재주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들의 연애, 사랑 그리고 가족 이야기에는 많은 것들이 함께 한다. 상류층들의 일탈, 가족 내 성폭력, 직장 내 성희롱 등 많은 사회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거기에 풍부한 이야기가 더해져서 소설의 처음과 끝을 단번에 만나게 한다. 책을 덮을 시간적 여유는 있을지 몰라도 감정적인 여유는 없을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필요할까? 사랑이나 자유는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시대나 사회가 만들어 놓은 제도나 규범은 조금씩 다듬어지고 무뎌져서 사라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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