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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않는 도시 - 세상 모든 사랑은 실루엣이 없다
신경진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7월
평점 :
p.258.
현실 세계의 성인 여자에게
모험이란 곧 사랑을 의미했다.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인 자유와 사랑은 인간이 만들어낸 제도와 형식,
도덕이라는 굴레에 얽매이다가 요즘 들어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듯하다. 인간의 자유는 법과 도덕에, 사랑은 결혼이라는 제도와 도덕적 관습에 파묻혀
본 모습을 잃어가고 있었다. 사랑하면 결혼해야 하고 자손을 낳아 가족을 이루는 삶을 평범한 삶이라 은근히 강요하던 사회는 이제 새로운 가족이나
결혼 모습을 인정하고 있다. 물론 아직 사회적인 협의와 공감이 필요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새로운 모습의 가족과 사랑 표현 방식이 낯설지
않다.
이 소설 <결혼하지
않는 도시>에서
세계문학상 수상 작가 신경진은 낯설지는
않지만 남에게 꺼내놓기에는 조금 꺼림직한 이야기들을 하나 둘 끄집어 내놓는다. 쌍둥이 형의 도움으로, 대리 시험으로 대학에 들어가고 신문사의
기자가 된 하욱은 신혼여행에서 아내 영임에게 그 진실을 들려준다. 타이밍 참. 이 소설에 소개되는 연인들의 사랑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전개된다.
갑작스럽고 즉흥적으로. 아마도 사랑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또 그렇게 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1960년대를 대표하는 영임과
하욱이나
1990년대를 그리고 있는 은희와
정우, 그리고
2000년대 새로운 사랑을,
가족을 이야기하는 한나와
태영까지
세 가지 모습의 연인들은 공통점을 가진다. 모두 여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삶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영임과 하욱은 결혼을
하고 가족을 이룬다. 하지만 가족의 가장 큰 축인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서 이
소설의 스토리는 풍부해지고, 주제는 깊이를 더하게 된다.
큰집에서 태윤을 입양하면서 가족을 완성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친자식이
생기면서 태윤의 지옥은 시작된다.
가족의
완성을 결혼과 출산에 두었던 시대를 지나 은희와 정우는 결혼은 미룬 체 동거 생활을 한다. 그렇게 두 번째 사랑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에는 태윤이 함께한다. 이름을 적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한 태윤의 삶은 너무나 안타깝고 안쓰러웠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태윤의
삶이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아빠가 누구인지 모르는 파란 눈의 아이를 키우는 한나와 결혼은 없는 사랑을 하는 태영의 이야기에도
태윤의 그림자를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요약해놓으니 이야기가 너무나 빈약해 보인다. 나도 참 엄청난
재주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들의 연애, 사랑 그리고 가족 이야기에는 많은 것들이 함께 한다. 상류층들의 일탈, 가족 내 성폭력, 직장 내
성희롱 등 많은 사회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거기에 풍부한 이야기가 더해져서 소설의 처음과 끝을 단번에 만나게 한다. 책을 덮을 시간적 여유는
있을지 몰라도 감정적인 여유는 없을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필요할까? 사랑이나 자유는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시대나 사회가
만들어 놓은 제도나 규범은 조금씩 다듬어지고 무뎌져서 사라지게 될 것 같다.
"마음서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