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김삼환 지음, 강석환 사진 / 마음서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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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2. 길은 누구나 갈 수 있지만 그 누구도 갈 길이 미리 정해진 건 아니다. 가고 싶어도 끝내 갈 수 없는 길이 있고, 가고 싶지 않아도 운명처럼 가야 할 길이 있다.


준비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이별로 무너진 가슴을 다시 조금씩 쌓아가는 저자의 걸음을 따라가본다. 저자 김삼환은 친척들과 떠난 즐거운 여행길에서 아내와 영원히 이별을 하고 말았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이별은 저자를 아내와의 추억이 담긴 '길'로 내몬다. 그렇게 이 에세이는 시작한다. 길위에서.

 

p.110. 내 삶을 지탱하는 기둥은 몇 개일까?


<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의 시작 문장은 '아내가 떠났다. 내게는 온다 간다 말도 없이 긴 여행을 떠났다.'이다. 시작부터 상실감에 괴로워하는 저자의 슬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길을 걸으며 눈물을 흘리는 이가 있다면 모른척해주어야 겠다. 어쩌면 저자일지도 모르니.

 

p.42.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더라도 자신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항상 자기 눈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 책은 총 4장로 구성되어있다. 1장 나는 떠났다, 2장 나는 그리워했다, 3장 나는 걸었다 그리고 4장 나는 가르치고 배웠다로 구분하고 있지만 큰 감정의 흐름은 아내를 잊지못해 먼 나라 사막까지 온 저자의 사랑이야기인듯하다. 과거 아내와의 사랑, 현재 자기자신에대한 사랑 그리고 한국을 좋아하는 학생들과의 미래 사랑. 북극성으로 아무 말없이 먼저 여행을 떠난 아내와의 사랑은 길에 나서게 했고 아주 먼 거리를 걷게했다. 그리고 그 길은 사막이라는 봉사 현장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봉사현장에서 만나게된 학생들의 미래로 이어진다.

 

p.219. 나를 모두 버리고 너에게 물든다는 것. 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오랜 직장 생활을 은퇴한 저자의 깊은 사유가 자신의 경험담과 조화를 이루며 펼쳐진다. 슬픔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눈물은 보이지 않는다. 상처는 보이지만 상실은 보이지 않는다. 북극성에 있는 아내와의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자기자신의 자존감을 완성하는 길일 것이다.


p.115. 우연처럼 지나갔던 일 하나하나가 추억이 된다.

p.112. 그저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살면 된다.

우즈베키스탄의 사막에서 마주하게되는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시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짧은 문장들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쉽게 책장을 넘길 수는 없었다. 생각의 빠져 아름다운 시구(詩句)같은 문장들의 숲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한 때문이다. 어찌나 많은 문장에 체크를 해두었던지 다시 보려면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할 것 같다. 아내와의 이별이 준 상실감을 이겨내고 사막을 지나고 있는 저자의 걸음이 더욱 힘찬 발걸음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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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0년, 열하로 간 정조의 사신들 - 대청 외교와 『열하일기』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 서가명강 시리즈 16
구범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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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유익하고 흥미로운 강의를 엄선하여 살아가는 데 필요한 교양과 삶에 품격을 더하는 지식을 제공하는 서가명강(울대 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열여섯 번째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중국 근세사를 전공한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교수 구범진이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이다.

 

청나라와 조선의 외교를 다루고 있는 <1780년, 열하로 간 정조의 사신들>를 통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주제를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밝히고 있다.

"『열하일기』속의 '열하 이야기'가 사실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는 나의 발견과 1780년을 분수령으로 조선과 청의 관계가 크게 달라졌다는 나의 핵심 주장을 독자와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다."p.10.


조선시대 북학파를 대표하는 실학자 연암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를 읽어 본 이들은 많지 않겠지만 그 책과 저자는 모르는 이들이 드물 것 같다. 그런 열하일기가 '사실'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는 놀라운 주장의 근거는 무엇일까? 매년 사신을 보내 조공을 주고받던 조선과 청의 상황이 변화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변화의 시점을 콕 집어 1780년이라고 제시하는 까닭은 또 무엇일까? 무척이나 흥미로운 두 가지 주제는 이 책을 읽는 충분한 재미를 준다. 그런데 저자는 두 가지 주장에 이르는 동안 정말 많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재미와 흥미를 배가시켜준다.


영조는 죽을 때까지 청은 곧 무너질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조는 달랐다. 청과의 원만한 관계를 원했고 그런 바람에서 1780년이라는 시점이 등장한다. 정조 때 사신 일행의 부사 윤급은 일기에 "날을 보내기가 어렵다."(p.82.)라고 쓸 만큼 조선의 사신들은 청의 홀대를 받았다. 정식 행사라고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1780년 이후 사신들은 청의 황제가 주최하는 행사에 초대받으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왜 갑자기 홀대에서 환대로 바뀌게 된 것일까? 자세한 내용은 책을 통해 만나보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의 힌트라면 1780년 8월은 청의 황제 건륭제의 칠순이었다.


조선의 사신들은 일반적으로 청의 수도 베이징에 머문다. 그럼 사신들은, 박지원은 어떻게 만리장성 밖의 열하를 다녀올 수 있었을까? 그곳에는 청의 황제들이 여름을 보내던 '피서산장'이 있다. 사신은 일반적으로 연초에 도착하는데 이들은 왜 한여름에 베이징에 갔을까? 열하에 있는 황제를 어떻게 만나게 되었을까? 여기에는 청나라 황제의 정치적인 의도를 엿볼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 이야기도 흥미로우니 꼭 만나보길 바란다.


열하의 피서산장에서 칠순 진하 특사 일행은 특별한 만남을 갖게 된다. 티베트 불교에서 달라이 라마에 버금가는 종교적 권위를 지니는 전생활불轉生活佛 판첸 라마를 황제의 권유로 만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판첸 라마로부터 불상을 하나 받게 되는 데 이 선물이 『열하일기』의 기록을 변질시켰다는 주장의 단초가 된다.

 

연암은 8촌 형 박명원의 덕으로 사신 일행이 된 하급 수행원이었다. 그러니 황제의 축하연에 참석할 수도 없었고 박명원과는 다른 행적을 보인다. 그런데 형 박명원이 불상을 받았고 황제가 준 것이라는 오판을 한 것이다. '봉불지사'라는 오명을 쓴 형을 위해 아우 박지원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박지원의 선택을 떠나서 '주자학'이라는 틀에 갇힌 경직된 조선 사회의 어둠을 또 한 번 목도하게 되어 씁쓸했다. 누가 주었든 복을 기원하는 선물을 굳이 마다할 필요가 있었을까? 신념은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잘못된 신념은 나와 다른 신념을 가진 이들을 거부하게 하고 결국 사회를 병들게 만드는 것 같다.

 

『열하일기』는 우리에게뿐만 아니라 동북아 역사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소중한 사료라고 한다. 열하에서 있었던 청 황제와 판첸 라마와의 만남을 제3자의 시각으로 기술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는다고 한다. 그런 『열하일기』에 담긴 조선과 청의 이야기를 당시 동북아 정세와 함께 쉽게 풀어내 재미나게 들려주고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준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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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인류 - 균은 어떻게 인류를 변화시켜왔나
박한선.구형찬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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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활보하는 원시인이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과거 조상이 살던 원시시대의 방식을 여전히 고수합니다. 감영병 상황에서 타자에 대한 혐오와 배제가 쉽게 일어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p.258.


코로나19가 전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요즘 흥미로운 제목의 책을 만나보았다. <감염병 인류>라는 제목도 흥미롭지만 저자들의 직업이 낯설어서 책의 흥미를 더해주는듯하다. 신경인류학자 박한선과 인지종교학자 구형찬이 협업을 통해 쓴 책이다. 그런데 책날개에 소개된 두 저자의 직업이 흥미로워서 검색해보는 것으로 책 읽기를 시작했다.

 

신경인류학이란 인간의 뇌, 신경, 정신, 행동 패턴의 진화, 개체의 발달 과정 중에 나타나는 현상 및 개체·집단·문화적 환경의 상호작용 등에 대한 생물학적·심리학적·의학적·문화적 의미를 밝히려는 학문이라고 한다. 인지종교학은 마음의 작동 방식과 행동의 진화, 이러한 방법으로 종교를 이해하는 학문 분야라고 한다. 아마도 전염병에 관한 과학적인 접근보다는 인류의 역사와 인간의 심리를 바탕으로 한 접근을 볼 수 있을 것 같았고 그 예상은 어느 정도 맞은 것 같다.

책은 우리에게 언제 끝날지 모를 괴로움을 주고 있는 코로나-19를 알아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너의 이름은'이라며 코로나-19에게 조금은 감성적으로 다가간다. 시작부터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내는 재주를 보여주고 있다. 2장 감염병 연대기에서부터 저자는 뛰어난 글솜씨를 더욱 확실하게 보여주며 감염병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지나치게 깊은 과학적 접근은 피하면서도 핵심적인 과학 이론은 콕 집어 들려준다.

여러번 반복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감염병의 역사입니다.p.319.

인류의 시작부터 함께 한 감염병이 확산된 계기가 인류의 정착생활에 있다며 합리적인 근거들을 제시한다. 신석기시대에 있었던 농업혁명이 정주생활을 가져왔고 가축을 키우며 자연스럽게 모기, 쥐, 파리 그리고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와도 함께하는 '도무스 복합체'를 형성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렵채취 생활을 하며 이동하던 구석기시대에도 감염병의 흔적은 있지만 극히 작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요즘처럼 조밀하게 모여사는 시대에 감염병의 발생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기원전 8000년경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처음 나타난 것으로 추정됩니다.p.126.

4장까지 감염병의 역사, 세균 이야기, 면역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주고 5장 행동 면역체계의 진화에서부터는 인류가 전염병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한다. 추방, 배제, 혐오 등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행동 면역체계의 진화와 함께 섬세하게 들려준다. 종교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인간의 심리적인 다양한 모습도 보여주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몰입해서 마지막 장을 만나게 된다.


또한 감염과 관련된 강력한 불안과 두려움, 공포, 강박의 심리적 반응, 그리고 혐오와 배제, 차별의 사회적 반응에 관심을 기울여야합니다.p.320. 


10장 오래된 미래에서는 우리가 과거에 접했던 전염병 사회를 바탕으로 조금 더 나은 대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또 개인적으로나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들을 폭넓게 제안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전염병이 무엇인지 또 팬데믹이 얼마나 무서운 상황인지도 알려준다. 팬데믹이 200년간 이어진다면 어떤 세상이 될까? 다른 이에 대한 혐오보다는 배려와 사랑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자 말하고 있는 유쾌하고 따뜻한 책이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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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영혼을 보려거든 예술을 만나라 - 데이비드 호킨스가 선택한 19편의 영화 다시 읽기
주민아 지음 / 판미동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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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1. "그대의 얼굴을 보려거든 거울을 들고,

      그대의 영혼을 보려거든 예술을 만나라."

         -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

 


영화가 주는 재미와 감동중 하나는 우리에게 간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영화속으로 빠져들어 주인공의 삶과 생각을 공유하며 또 다른 삶을 그려보기도 한다. 그런 영화를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감상하는 길을 안내해주는 흥미로운 책이 있어 만나보았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세계적인 영적 스승이라 불리는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가 의식지수라는 독특한 방법으로 점수화한 많은 영화들중에서 19편의 영화를 다시 선별해서 소개하고 있는 에세이<그대 영혼을 보려거든 예술을 만나라>가 그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에세이스트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주민아이다. 저자는 책속에 19편의 영화를 담아 자신과 호킨스 박사의 생각을 보여주고 있다. 데이비드 호킨스가 누구인지 또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의식지수' '의식지도'가 무엇인지 모르는 까닭에 조금은 힘들게 읽었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이렇게 많은 검색을 해보기는 처음이다. 하지만 처음 접하는 영화를 찾아보는 것도, 데이비드 호킨스라는 인물을 알아보는 것도 재미나고 흥미로웠다. 그중에서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된 '의식지수'라는 것을 알아가는 재미가 가장 흥미로웠다.

하지만 의식지도, 의식지수라는 것을 검색만으로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의 의식지도, 의식지수를 알고 있는 이들이 읽는다면 더욱 더 재미나게 접할 수 있는 책같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이라면 나처럼 영화가 그려낸 이야기를 떠올리며 그속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며 읽는 것도 좋을 듯하다. 포레스트 검프, 카사블랑카, 닥터 지바고, 아마데우스 그리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같은 명화들을 소개하며 그속에 담긴 사랑, 평화, 평등 등의 사회적, 도덕적 의식지수를 보여준다.

 

 

 

 

 

 

 

 p.168. 데이비드 호킨스의 척도에 의하면 '용기'의 의식 측정 수준은 200으로 "에너지가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뀌는 결정적인 지점이다."


영화와함께 영화와 관련된 책, 음악 그리고 그림 등의 이야기는 물론 영화를 만든 사람들 그리고 영화속 인물들의 삶도 함께 만나볼 수 있어서 또 다른 영화 한편을 본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알고있던 영화를 만나면 흥미로운 의식지수에대한 이야기에 빠지고, 보지못한 영화를 만나면 영화 내용에 빠지며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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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어가 된 조선 유학자, 윤휴 - 왕과 사대부, 그리고 사관마저 지우려 했던 조선 최초의 자유로운 사상가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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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84. "천하의 이치를 어찌 주자 홀로 안다는 말이냐!"

민족·민중 주체 역사관으로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덕일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서인과 남인으로 나누어 다투던 조선 후기 유학자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금기어가 된 조선 유학자, 윤휴>이다. 조선 후기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당쟁'일 것 같다. 그 당쟁의 중심에 섰던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조선이 왜 일본에 침략을 당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비슷한 시기 일본 지식인들은 서양의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받아 들이려 했다. 하지만 우리 유학자들은 주자학에 빠져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고 있었다.

외척의 세도정치도 결국 그 뿌리는 당파에 있다. 그런 당파의 수장하면 송시열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윤휴는 누구일까? 어쩌면 만나보았지만 기억 못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의 역사를 담당했던 노론 사관들에게 '윤휴'라는 인물은 언급하지 말아야 할 인물이었다. 왜 서인들은 윤휴를 싫어했을까? 아니 같은 남인들은 또 왜 윤휴를 꺼려 했을까? 기득권 세력이 개혁을 꺼려 하는 것은 오늘이나 그때나 같은가 보다. 권리는 누리고 의무는  나 몰라라 하는 사대부들의 계급 이기주의는 요즘 우리 사회 지도층들의 단상을 보는 것 같다. 역시 역사는 순환하는 것일까? 그것도 나쁜 것들로만.

 

p.109. 나라보다 당이 중시되는 시대.

군부보다 당수가 중시되는 시대.

왕보다 스승이 중시되는 시대.

옳고 그름보다 유불리가 중시되는 시대.

윤휴는 이런 시대를 개탄했다.

 

 

 

 

 

윤휴는 사대부들에게도 군역을 부과하자 했고, 신분제도의 완화 등 사회 전반에 대한 개혁을 통해 백성들이 잘 사는 나라를 꿈꾸었다. 그러니 주자학에 빠져 입으로만 '북벌'을 주장하던 서인들이나 기득권이었던 남인들이 그의 개혁에 찬성할리 없었다. 그렇게 윤휴의 개혁은 역사의 한구석에 묻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또 다른 하나는 숙종의 정치 감감이다. 13세에 즉위한 숙종이 19세에 행한 경신환국은 하루아침에 남인에게 등지고 서인을 등용한 숙종의 첫 번째 '환국'이었다.

p.285. 윤휴는 오가작통법과 지패법, 그리고 체부 설치와 만과 실시가 본래 뜻과는 달리 흐르면서 자신의 역할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어린 왕(14세)의 부름에 늦은 나이(58세)에 출사를 결심한 윤휴를 이용만 하다가 버린듯했다. 1675년 조정에 출사한 윤휴는 1680년에 사약을 받는다. 재야에 묻혀있던 대학자를 왜 정치판으로 끌어들여 명을 단축하게 했는지. 허적의 우유부단함이 외척 김석주에 힘을 실어주었고 결과는 죽음이었다. 윤휴라는 새로운 개혁가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정치적 감각은 송시열에 뒤졌는지 몰라도 미래의 흐름을 읽는 학문적 감각은 윤휴가 당시 최고였던 것 같다. 어쩌면 정도전보다도 더 개혁적인 인물 윤휴를 이 책을 통해서 꼭 한번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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