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인류 - 균은 어떻게 인류를 변화시켜왔나
박한선.구형찬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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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활보하는 원시인이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과거 조상이 살던 원시시대의 방식을 여전히 고수합니다. 감영병 상황에서 타자에 대한 혐오와 배제가 쉽게 일어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p.258.


코로나19가 전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요즘 흥미로운 제목의 책을 만나보았다. <감염병 인류>라는 제목도 흥미롭지만 저자들의 직업이 낯설어서 책의 흥미를 더해주는듯하다. 신경인류학자 박한선과 인지종교학자 구형찬이 협업을 통해 쓴 책이다. 그런데 책날개에 소개된 두 저자의 직업이 흥미로워서 검색해보는 것으로 책 읽기를 시작했다.

 

신경인류학이란 인간의 뇌, 신경, 정신, 행동 패턴의 진화, 개체의 발달 과정 중에 나타나는 현상 및 개체·집단·문화적 환경의 상호작용 등에 대한 생물학적·심리학적·의학적·문화적 의미를 밝히려는 학문이라고 한다. 인지종교학은 마음의 작동 방식과 행동의 진화, 이러한 방법으로 종교를 이해하는 학문 분야라고 한다. 아마도 전염병에 관한 과학적인 접근보다는 인류의 역사와 인간의 심리를 바탕으로 한 접근을 볼 수 있을 것 같았고 그 예상은 어느 정도 맞은 것 같다.

책은 우리에게 언제 끝날지 모를 괴로움을 주고 있는 코로나-19를 알아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너의 이름은'이라며 코로나-19에게 조금은 감성적으로 다가간다. 시작부터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내는 재주를 보여주고 있다. 2장 감염병 연대기에서부터 저자는 뛰어난 글솜씨를 더욱 확실하게 보여주며 감염병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지나치게 깊은 과학적 접근은 피하면서도 핵심적인 과학 이론은 콕 집어 들려준다.

여러번 반복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감염병의 역사입니다.p.319.

인류의 시작부터 함께 한 감염병이 확산된 계기가 인류의 정착생활에 있다며 합리적인 근거들을 제시한다. 신석기시대에 있었던 농업혁명이 정주생활을 가져왔고 가축을 키우며 자연스럽게 모기, 쥐, 파리 그리고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와도 함께하는 '도무스 복합체'를 형성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렵채취 생활을 하며 이동하던 구석기시대에도 감염병의 흔적은 있지만 극히 작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요즘처럼 조밀하게 모여사는 시대에 감염병의 발생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기원전 8000년경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처음 나타난 것으로 추정됩니다.p.126.

4장까지 감염병의 역사, 세균 이야기, 면역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주고 5장 행동 면역체계의 진화에서부터는 인류가 전염병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한다. 추방, 배제, 혐오 등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행동 면역체계의 진화와 함께 섬세하게 들려준다. 종교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인간의 심리적인 다양한 모습도 보여주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몰입해서 마지막 장을 만나게 된다.


또한 감염과 관련된 강력한 불안과 두려움, 공포, 강박의 심리적 반응, 그리고 혐오와 배제, 차별의 사회적 반응에 관심을 기울여야합니다.p.320. 


10장 오래된 미래에서는 우리가 과거에 접했던 전염병 사회를 바탕으로 조금 더 나은 대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또 개인적으로나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들을 폭넓게 제안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전염병이 무엇인지 또 팬데믹이 얼마나 무서운 상황인지도 알려준다. 팬데믹이 200년간 이어진다면 어떤 세상이 될까? 다른 이에 대한 혐오보다는 배려와 사랑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자 말하고 있는 유쾌하고 따뜻한 책이 정말 좋았다.

"창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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