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루키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8
김영리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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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일러스트와 제목에서 배구 이야기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김영리 작가의 장편소설《슈퍼루키》를 만나보았다. 스포츠를 다룬 소설의 경우 시련을 겪던 주인공이나 팀이 우승이라는 달콤한 성공을 거두는 스토리를 많이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슈퍼 루키》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성공을 향해, 꿈을 향해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서 아이들에게 노력의 중요함을 알려줄 것 같다.


p.171.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망쳐버린 과거가 아니라 아직 시작되지 않은 미래였다.


어려서부터 배구 선수가 꿈인 나인이나 세주가 단단해지는 모습도 좋았지만 아직 꿈을 찾지 못한 하준이 성장해가는 모습이 더 좋았다. 고등학생 때 자신의 꿈을 찾고 진로를 정하는 아이들보다는 성적에 맞춰 진로를 정하는 경우를 더 많이 본 까닭에 '느림보' 하준이의 당참이 보기 좋았다. 소설의 첫 문장 '나의 꿈은 네모 안에 들어가는 것이다'에서 '꿈'을 이야기한 작가는 '작가의말' 첫 문장에서 '좌절금지!'를 외친다. 아이들에게 꿈을 향해 계속 노력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듯하다.


p.180. 실패했다는 건 도전했다는 증거이고, 지쳤다는 건 노력했다는 것이었다.


U-18 청소년 배구 대표에 뽑힌 유일한 중학생이었던 나인은 뜻하지 않게 찾아온 부상으로 인해 '슈퍼루키'에서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배구부'미꾸라지'가 된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나꾸'이다. 중학생 아이에게 찾아온 슬럼프. 주인공 나인에게 찾아온 슬럼프는 운동, 배구이지만 공부나 미술도, 또 음악도 우리 아이들에게 한 번쯤은 슬럼프를 겪게 할 것이다. 나인이는 이 극심한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할까? 《슈퍼 루키》에는 나인이의 극복 과정을 지켜보는 아이들에게 커다란 도움이 될 이야기가 담겨있다.


배구 선수 출신의 중학교 배구 감독 아빠와 나인이의 다툼을 보면서, 무조건 기승전결 의대를 고집하는 엄마와 하준의 신경전을 보면서 또 배구 선수를 그만두라고 압박하는 엄마와 세주의 다툼을 보면서 부모라는 무게를 절실하게 느껴보았다. 세주에게는 세주의 꿈을 응원해 주는 훌륭한 감독이었던 나인의 아빠가 나인에게는 피하고 싶은 부모가 된 까닭은 무엇일까? 아이들은 부모를 생각하는 데 부모는 '옆집 아이'를 생각하고 있느 지도 모르겠다. 분량이나 표지 일러스트는 아이들을 위한 책처럼 보이지만 부모들이, 어른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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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향기가 있는 길
이국현 지음 / 등(도서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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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설렘을 주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아마도 낯선 곳으로의 여행 특히 문화가 다른 곳으로의 여행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선물한다. 그래서 틈만 나면 떠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행에 필요한 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은퇴 후 여행가의 길을 걷고 있는 이국현의 여행 이야기가 더 특별한지도 모르겠다. 미술 선생님이었던 저자의 여행기가 또 특별한 이유는 많은 그림과 스케치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국현의 여행 이야기의 가장 특별한 점은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감성을, 사람 사는 향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향기가 있는 길》은 저자가 오랜 기간 떠나고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여행한 동남아 여행기이다. 처음 만났던《황금빛 풍경들》에서 만나지 못했던 베트남, 태국, 미얀마 여행기를 담고 있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접하기 힘든 오지의 소수민족을 찾아 나선다. 베트남의 소수민족 흐몽족의 가정을 체험하고 미얀마의 소수민족 샨족의 결혼식 피로연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가족을 생각하고 옛 추억을 떠올린다. 무릎이 깊이 파이는 부상을 입고도 다시 길을 떠나는 까닭을 '호기심'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이번 여행기에서도 많은 곳을 힘겹게 여행하며 척박한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소수민족을 찾는다.


p.215. 호기심에 대한 설렘과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이 교차하는 것이 떠날 때의 마음이다.


많은 여행지의 아름다운 모습을 글로 촘촘하게 보여주고 있지만 저자가 들려주는 아름다움을 검색해 보았다. 검색에 등장하는 관광지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삶이 힘겨울 때 치유 방법으로 길을 떠나는, 동남아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답하는 저자가 찾는 것은 특별함이 묻어나는 곳이다. 오지, 소수민족 그리고 그들의 절박한 삶. 특히 가장으로서 가정을 자주 비우는 저자인 탓에 그곳에서 만나는 '가장'들의 모습을 특히 눈에 담는다.


보고 느끼는 가슴으로 기억하는 여행 이야기 속에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을 수시로 보여준다. 삶을 위해 떠난 여행이 가족이라는 삶에서 멀어지는 것이 두려운 탓인지도 모르겠다. 낯섦이 친숙함으로 변하는 순간을 즐기는 여행기라고는 하지만 그 속에 담긴 가장으로서의 무게감이 진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이 책을 들고 저자가 찾았던 곳들을 따라가보면 여행의 새로운 맛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물론 많은 용기가 필요할 듯하다. 아직 배낭 하나 메고 떠나는 홀로 여행을 해보지 않은 까닭에 저자의 여행가로서의 삶이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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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밀도
제임스 리 지음 / 등(도서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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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목적은 무엇일까? 지인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통해 추억을 공유하거나 가족 여행으로 서로의 정을 끈끈하게 하는 등의 다양한 목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목적 없이 떠나는 여행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작가이자 여행칼럼니스트 제임스 리《여행의 밀도》를 통해서 여행 목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왜 떠나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해야 하고, '만족한 여행'을 위해서는 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부터 정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36년간 틈틈이 100여 개국을 여행한, 그 여행 거리가 무려 지구 23바퀴에 달하는 여행 전문가가 들려주는 밀도 있는 여행, 좋은 여행은 무엇일까? 천천히 호흡하면서 사진이 아니라 마음속에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는 여행을 권하고 있다. 여행의 90% 이상을 혼자 여행한 저자의 여행 이야기는 여행이 아니라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제목을 삶의 밀도로 바꾼다고 해도 그리 이상할 것 같지는 않다.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 왜 사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여행을 통해서 삶에 대한 밀도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듯하다.


가슴에 담을 만한 감성 어린 문장을 필사할 수 있는 여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특별함이라면 짧게나마 저자의 여행기를 담고 있지만 아름다운 여행지를 디테일하게 접할 수는 없다는 것이 흔한 여행기와는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여행의 진짜 모습을 만나보고 싶다면, 사진에 담는 관광이 아니라 마음에 담는 여행을 만나보고 싶다면, '익숙한 자아를 버리고 새로운 자아로 다시 태어나기를 갈망하는 여행'을 만나보고 싶다면 깊이 있는 여행 이야기, 삶 이야기를 담은 《여행의 밀도》를 만나보길 바란다.


우리 삶을 여행에 비유하듯이 이 책에서는 여행을 우리 삶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그리고 그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삶의 향기를, 알 수 있는 삶의 의미를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어디론가 떠날 용기가 필요하다면, 평범한 삶을 지탱할 지혜가 필요하다면 저자가 건네는 감성 만점의 위로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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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풍경들
이국현 지음 / 등(도서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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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미술 교사로 재직하다가 명예퇴직한 여행 작가 이국현의 여행이야기를 만나보았다. 《황금빛 풍경들》은 저자가 동남아 8개국 여행기를 담은 두 권의 책 중 한 권이다. 8개국 중 5개국(필리핀,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라오스, 싱가포르)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른 한 권의 책《사람의 향기가 있는 길》에 3개국(베트남, 태국, 미얀마)의 이야기를 담았다. 예상대로 《황금빛 풍경들》에는 아름다운 그림들과 감성 어린 스케치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저자의 오지 여행을 따라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미술 교사였던 까닭일까? 저자는 눈으로 본 풍경을 글로 그리고 있다. 홀로 떠난 배낭여행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만난 사람들의 모습까지도 디테일하게 그리고 있다. 글로 그린 동남아의 이국적인 풍경을 만나보는 경험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대로변이 아니라 좁은 골목길을 누비며 접한 현지인들의 삶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아름다운 풍경이 주가 아니라 그곳에서 살고 있는 이들의 현실적인 모습이 주가 되는 여행기이다. 그것에서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는 책이다.


p.228.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여행자의 기본자세가 아닌가.


걸어서 때로는 오토바이를 타고 때로는 자전거를 타고 현지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이방인의 모습이 여행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한다. 겉만 그들이 보여주기 위해 준비해 놓은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속을 촘촘하게 들여다보는 깊이 있는 저자의 여정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기 위해, 삶의 만족을 찾기 위해 떠난 치유의 여행에서 맞닥뜨린 부모님의, 가족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아내와 어린 딸을 두고 홀로 떠난 배낭여행 탓일까? 저자의 글에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이 깊게 드리워져있다. 그래서일까? 저자의 시선은 자주 '가장'에 머문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무척이나 고단해 보이는 삶을 살고 있는 현지의 가장들의 뒷모습을 향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여행담을 지나 삶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자신이 걸어온 삶에 대한 후회와 남은 삶에 대한 불안함이 배어난다. 삶에 지쳐갈 때쯤 저자는 다시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새로운 여행에도 함께 하고 싶다. 감성적인 느낌과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끌어내는 현실적인 삶의 모습을 다시 한번 함께하고 싶다.


p.330. 그러니 관성이 나를 지배하는 시간이 다시 이어지게 될 때 난 다시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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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 너의 별은 특서 청소년문학 42
하은경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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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서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비룡소 제2회 틴 스토리킹 수상 작가 하은경이 그린 아주 먼 미래를 만나보았다. 아주 먼 옛날의 인류가 공룡과 살았다면 아주 먼 미래의 인류는 누구와 함께 살게 될까? 외계인. 수많은 외계인들이 다양한 이유로 지구별을 찾아온다. 또 인류도 많은 외계 행성을 찾아간다. 그렇게 많은 종들이 교류하면서 사건사고가 발생하게 되고 그런 사건 사고를 해결하는 외계인 범죄관리국 경찰관 시오의 활약이 빛나는 SF 소설이 《알마, 너의 별은》이다.


자신의 별에서 쫓겨난 외계인 난민 알마는 무용수이다. 별에서 함께 쫓겨난 무용 단원들과 지구에서의 첫 공연을 준비하던 중 알마가 갑작스럽게 살인 혐의로 체포된다. 그렇게 포문을 연 이야기는 마치 폭탄이 터지듯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휘몰아친다. 미친 속도감이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외계인 알마의 지구인 친구 윤설과 책 표지 속에서 알마를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는 시오는 알마가 죄가 없다는 것을 믿는다. 하지만 외계인 알마를 변호해 줄 변호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왜 그런 걸까? 오해와 편견.


외계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빠진 지구인들이 연일 시위를 하고 있다. 윤설은 30년 전 다른 행성에 여행 갔던 사람을 어린 딸 앞에서 처형하는 외계인 수장이 등장하는 영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혼란스럽기는 시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시오는 알마가 누군가의 함정에 빠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수사의 박차를 가하고 있을 때 경찰이었던 아버지의 죽음에 외계인이 연루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외계인 알마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흔들릴까?


30년 전 외계인 수장에게 아빠를 잃은 어린 지구인 소녀와 전쟁으로 인해 고향에서 쫓겨난 외계인 소녀 알마를 보면서 먼 미래가 아니라 오늘이 떠오른 까닭은 무엇일까? '창작 노트'를 통해서 그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장편소설《알마, 너의 별은》의 시작은 어디일까? 특서 청소년 문학 시리즈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창작 노트'를 통해서 작가들이 직접 들려주는 소설의 창작 과정이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캐릭터의 탄생 배경까지 진솔한 작가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특서 청소년 문학 42번째 이야기《알마, 너의 별은》은 차이가 만든 차별의 아픔과 오해와 편견이 만든 슬픔을 극복해야 하는 까닭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우주로, 미래로 보내 풀어낸 작가의 특별한 상상력이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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