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50 -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지만
김혜민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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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P.66. 그래서 해녀들은 오늘도 욕심내지 말고 딱 너의 숨만큼만 있다 오거라라고 인사한다.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은 인생에 끝이 있음을 늘 자각하고, 과욕 부리지 않고 나의 숨 크기만큼만 살았다는 말이 아닐까.

  

이제 우리는 100세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의학의 발전과 건강한 삶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우리의 삶을 어느새 100세까지 연장시켜 놓은 것이다. 물론 생명의 끝은 누구나 같을 수 없고 개인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자명한 사실은 인간은 우리는 누구나 인생의 끝을 향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끝을 어떻게 맞이하는 가에 대한 차이만 있을 뿐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찾아온 생명의 끝을 의연하게 마주할 수 있을까? 그래서 많은 책들이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인생이 늘 그렇듯 준비한다고 계획한다고 그대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 책 <눈 떠보니 50>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YTN 라디오에서<생생경제>를 제작 진행하고 있는 저자 김혜민이 라디오 세상에서 만난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인생에서 많은 의미를 가진 ‘50를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논어에서 공자는 나이 50지천명(知天命)이라고 했다. 하늘의 뜻을 안다는 것은 아마도 세상을 사는 순리와 도리를 안다는 것 같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 대부분은 그런 순리와 도리를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공자가 말한 도리나 순리는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한 것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타인의 시선보다는 내 안의 나를 만나라고 말하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는 여전히 청년입니다를 통해서 젊었을 때의 설렘과 감수성을 유지하는 것이 나이’50‘을 더욱 힘차게 살 수 있는 에너지라고 말하고 있다. 눈이 내리면 도로가 막히고 미끄러워지는 것을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그저 눈이 내리는 것 자체를 좋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속에서 젊은 나를 내가 좋아하는 삶을 만나라 말한다. 공자가 말한 지천명과는 결을 달리하는 깊이 있는 사색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은 첫 번째 이야기 지금을 시작으로 를 찾고 소중한 를 다시 만나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하고 끝으로 배려와 조화로 우리가 되는 삶을 들려주고 있다. 바로 오늘을 남의 시선 속에 사는 내가 아닌 나 자신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나 자신이 행복하면 너도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행복한 삶을 미래가 아닌 오늘에서 찾아보라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이야기 바로 지금이 그대의 전성기에서 보여주고 있는 바로 오늘을 행복하게 살라는 이야기들이 가장 좋았다. 이제 40보다는 50이 가까운 까닭인지 몰라도 많은 울림을 주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인생의 선배들에게 듣는 깊이 있는 이야기들은 언제나 즐거움과 함께 교훈을 준다. 그 교훈은 삶의 지혜가 되고 그 지혜는 삶을 지탱하는 새로운 에너지가 된다. 그런 새로운 에너지가 가득 차 넘치고 있다. 죽음에 더 가까운 ‘50’이라는 나이에 새로운 시작을 꿈꾸게 만들어 주는 엄청난 마력을 가진 책이다. 그 마력은 세대를 뛰어넘어 20대에게도 통할 것 같다. 삶에 지쳐 충전이 필요한 이들에게 파워풀한 에너지를 안겨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엄청난 마력이 숨겨진 책을 만났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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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이 난세를 만든다
강철수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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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8. 누가 개천에서 용이 난다고 했어.

      이제 개천에 모기도 안 나.

      개천은 죽었어.

      땅주인 놈이 원룸 지으러 개천을 메웠어.

만화가 강철수<바보들이 난세를 만든다>를 만나보았다. 이 책은 여러모로 눈길이 가는 책이다. 제목부터 눈에 확 들어오는데 저자가 <발바리의 추억>을 그린 만화가 강철수 작가라는 점 또한 색다르게 느껴졌다. 저자는 <발바리의 추억>을 통해서 영화감독으로 데뷔했고 방송작가로도 활약했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문화를 창조해 냈었던 만큼 우리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남다를 것 같다. 그런 저자가 일본과 조선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서 들려주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일본과 조선 그리고 현재의 일본과 우리나라를 만날 수 있다.

 

역사를 들려주지만 역사책에서 만나는 지루하고 딱딱한 이야기가 아니다. 슬프고 아픈 과거사를 들려주지만 마냥 과거 속에 머무는 이야기도 아니다. 과거 역사 속을 헤매는 대신 미래를 생각하고 오늘을 이야기하고 있다. 일본과 조선의 바보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그들에 대한 원망이나 지탄보다는 새로운 길을 열기위해서 바보가 되지 말자고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역사를 제대로 알고 오늘을 살고 미래를 준비하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그 처음을 일본을 제대로 알고 그들을 대하는 것에서 찾고 있다. 제대로 된 저항한번 하지 못하고 국권을 빼앗긴 우리 선조들의 과오와 자신들의 역량도 생각하지 못하고 국민들을 전쟁으로 내몬 일본의 조상들을 바보라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바보 같은 조상들의 잘못으로 서로 원수가 된 두 나라의 국민들을 직접 만나고 들은 이야기들을 통해서 서로의 입장을 들려준다. 책을 통해서 공부한 역사나 문화가 아니라 저자가 직접 몸으로 부딫히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담아낸 이야기들이라서 더욱 사실감 있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이다.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지만 저자가 담아낸 이야기들을 통해서 많은 생각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면서 독자들에게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 깊이가 느껴지는 책이다. 미움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미움의 까닭을 생각해보라 권하고 있다. 우리의 미움이 대상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를 바라고 있다. 잘못된 길을 답습하지 말자며 강하게 울림을 주고 있다. 그래서 바보들이 만든 난세가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게 하자고 말하는 저자의 깊이 있는 사유가 깊어진 가을밤에 잘 어울리는 책이다. .일 두 나라의 관계에 대해 가볍게 읽고 깊이 있는 생각을 하고 싶다면 지금 바로 소담에서 나온 <바보들이 난세를 만든다>를 손에 펼쳐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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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유신이 조선에 묻다 - 일본이 감추고 싶은 비밀들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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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의 작가 조용준을 통해서 일본의 근대화의 시작을 만나본다. 작가 조용준<유럽 도자기 여행>시리즈와 <일본 도자기 여행> 시리즈를 쓸 만큼 도자기에 관한 연구와 답사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그 열정을 고스란히 담아 <메이지 유신이 조선에 묻다>를 통해서 일본의 메이지 유신과 도자 산업을 연관 지어 풀어쓰고 있다.

 

우리 역사를 들여다보면 늘 만나게 되는 두 이웃이 있다. 이제 미국보다 더 강대국으로 자처하는 중국과 아직도 강대국으로 행세하려는 일본이다. 지정학적인 위치 때문에 늘 침략당하고 약자의 길을 걸어야 했던 우리 역사에 일본은 침략자이고 아직도 불편한 이웃이다. 그래서인지 일본의 메이지 유신하면 떠오르는 게 별로 없다. 일본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에 자주 등장하는 사카모토 료마 정도이다. 이 책을 통해서 그런 무지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본다.

 

저자는 일본의 개항에 큰 역할을 한 선교사들의 이야기로 책을 시작한다. 여기에서 조선이 외국인들을 대했던 방법과 일본이 그들을 대했던 방법에 차이를 볼 수 있다. 일본은 그들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려 했던 반면 조선은 무조건 배척한듯해서 아쉽기만 했다. 일본 번주들처럼 조금만 더 호기심을 발휘했다면 사기는커녕 도기도 만들 수 없었던 나라의 식민지는 되지 않았을 것 같다.

 

저자는 메이지 유신의 중추 세력이 되었던 사가 번, 사쓰마 번, 조슈 번의 공통점이 무엇이었는지를 중심으로 일본의 근대화 과정을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생소한 일본의 지명들과 인명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많은 사료들과 사진들 그리고 저자의 친절한 해설이 일본의 역사를 흥미롭게 만나게 해준다. 270여 개의 번 중에서 변두리의 세 개의 번이 어떻게 메이지 유신의 중심에 서게 되었을까? 저자가 들려주는 이유는 안타깝고 씁쓸하기만 하다. 그래서 아마도 저자는 우리 학생들이 일본의 메이지 유신을 꼭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역사 속 진실은 기록되지 않는 한 정확하게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그 기록마저도 승자에 의해 왜곡되기도 하니 더더욱 진실을 알기란 힘들 것이다. 그래서 역사가 더 흥미로운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는 우리에게도 낯익은 이름들도 등장한다. 그 외에 일본 역사 속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 데 저자는 그 인물들의 성장부터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너무 자세하게 쓴 게 아닌가 싶지만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저자가 왜 그렇게 인물들의 출신 번까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 이야기에서 영국 로스차일드 가문이 등장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요시다 쇼인은 왜 정한론을 주장했을까? 너무나 많은 생경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고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서도 조금 더 자세하게 알 수 있게 해준다. 역사 책을 읽고 있는 데 한편의 역사 소설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질 정도로 재미난 역사 책이다.

 

이 책의 끝은 메이지 유신이 남긴 두 가지 흑막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담고 있는 데 첫 번째는 메이지 유신의 영웅으로 너무나 유명한 사카모토 료마에 관한 진실이다. 물론 반론도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저자가 말하는 료마의 진실은 충분한 타당성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는 일본 천황의 정통성에 관한 이야기인데 저자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정말 충격적인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저자가 흑막이라고 표현한 두 이야기를 만나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는 일본의 근대화 과정을 통해서 현재의 일본을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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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7
정용준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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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한국 문학의 흐름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일곱 번째 작품을 만나본다. 이번 작품은 200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2016년 황순원문학상 등을 수상한 정용준 작가의 <유령>이다. 권말에 수록된 작품 해설에서 박혜진 작가는 ‘<유령>은 악과 악인에 대한 정용준의 존재론적 보고서다(P.189)라고 쓰고 있다. 유령은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 그 자체를 논하는 것 자체가 다분히 주관적인 것 같다. 그런 유령을 제목으로 하고 작가는 악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정확히는 악인의 존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에 누군가와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으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해를 가했을 때는 사회적인 제도에 의해 제재를 받는다. 그 기본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배려에 있는 듯하다. 그런 신뢰와 배려를 무시하고 행동하는 것이 우리들이 말하는 인 듯하다. 그런데 남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은 타고나는 것일까? 악인은 사회가 만들어 낸 괴물일까? 아니면 내면에 잠재해 있던 악이 어느 순간 표출되는 것일까? 사회에 악을 저지르고 법의 심판을 받은 이들은 어떤 동기로 악과 조우하게 된 것일까? 작가는 악과 악인 그리고 악을 행하는 동기에 관해 이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무거운 주제에 비해 이야기는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어두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이야기 전개도 느리지 않다. 오히려 빠르게 느껴질 정도다.

 

우리들은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그 사건의 발생 동기를 알고 싶어 한다. 왜 그런 일을 벌였을까? 이야기에 등장한 악인 474번은 아무런 동기 없이 엄청난 살인을 저지르고 수감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교도관 윤을 만난다. 474번을 담당하는 윤은 가까이하지 말라는 선배의 말도 잊은 체 474번이 왜 그런 끔찍한 사건을 일으켰는지 궁금해한다. 그래서 조금씩 474번과 교감을 갖게 되고 474번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렇게 이야기는 전개되고 신해경이라는 중년 여성이 474번과의 면회를 신청하면서 윤의 궁금증은 더욱 커지게 된다. 주민등록증도 없고 자신도 말하지 않아 신원을 알 수 없었던 474번에게 가족이 있었던 걸까? 신해경이라는 여성은 474번과 어떤 관계일까?

 

신해경이라는 여성의 등장으로 474번은 자신의 이름을 찾아간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교도관 윤에게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듯이 들려준 474번의 삶은 열다섯에 버림을 받고 열일곱부터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악인으로 살아왔다는 전혀 평범하지 않은 슬픈 이야기이다. 474번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자신이 고통을 전혀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고통을 느끼지 못하니 다른 이들의 고통을 알 리 없다. 그래서일까? 그래서 좀 더 쉽게 악과 가깝게 지낼 수 있었을까? 선천성 무통각증은 유전된 것일까? 그렇다면 누구에게서 유전된 것일까? 474번은 어려서 누나에게 물어본다. 왜냐하면 누나도 같은 증상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으니까.

 

소설의 주인공 474번은 법은 일어난 일의 결과로 죄를 판단합니다만 사실 인간은 결과로 죄를 짓는 게 아닙니다. 의도가 죄죠.’(P.127)라고 말한다. 474번의 말에 의하면 그는 죄인이 아니다. 살인이라는 결과는 있지만 의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474번의 말대로라면 살의 없이 살인을 저지른 그는 죄인은 아닐지 모르다. 하지만 아무런 의도 없이 살인을 저지른 474번은 악인이다. 474번의 말대로라면 마음속으로 누군가에게 위해를 가하려 하는 사람들은 죄인이다. 하지만 살인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내지 않은 그들은 악인은 아니다. 마음속으로 저지른 살인은 자기 자신에게는 죄이겠지만 사회적으로는 죄는 아니다. 그런데 474번은 의도가 있는 이들은 악인이라 말하고 있다. 죄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들 모두는 죄인이 아닐까? 누구나 한 번쯤은 마음속으로 악을 행했을 테니 말이다.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던 그는 자신의 존재를 찾을 수 있을까? 우리들은 이름이라는 것을 통해서 존재를 확인한다. 모든 사물이 그렇고 우리 자신들이 그렇다. 하지만 이름이 없다고 존재하지 않는 걸까? 474번 또한 사회에서 발행한 확인 번호는 없지만 엄연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 존재를 찾아갈 때쯤 또 다른 악이 그에게 손을 내민다. 그리고 그 악행에는 너무나 확실한 동기가 있다. 이제 474번은 죄인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름을 찾는다. 존재를 찾은 것이다. 사람으로서의 존재도 악인으로서의 존재도 찾게 된다.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 유령 같은 삶을 살아야 했던 그가 악을 통해서 존재를 찾아간다. 자신의 존재감을 악을 통해서 찾아야 한다면 얼마나 불행한 삶인가? 그런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던 유령 같은 한 사내의 삶을 통해서 존재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인간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고 말하던 책이 떠오른다.

 

474번의 이름을 알아가는 과정도 그의 출생 비밀을 알아가는 과정도 흥미롭게 따라갈 수 있는 작품이다. 흥미롭게 작가가 만들어준 길을 따라가면서 우리의 삶을 우리의 존재가치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이야기가 보여주는 악도 우리의 모습이고 그 악을 품고 다른 이의 악의 동기를 궁금해하는 것도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조금씩 깊어가는 가을에 474번과 함께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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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게 (양장) -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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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43. 여러분은 앞으로 무엇을 전해줄 생각인가요? 많은 것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나이 먹는 것의 행복을 꼭 전해주기 바랍니다.

 

날이 따뜻해지는 봄에는 앞으로 다가올 여름을 생각한다. 여름에는 너무 더운 날씨에 현재를 버티며 열심히 지금을 살아간다. 그런데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는 가을에는 온 세상이 꽁꽁 어는 겨울을 걱정하며 과거의 향수를 찾는 듯하다. 아마도 인생에서의 가을은 중년인듯하다. 얼마 남지 않은 죽음과의 만남을 걱정하며 지나온 날들의 추억 속에 빠져들고는 한다. 그런 중년에게 앞으로의 삶을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주는 책 <마흔에게>를 만나본다.

 

P.146. 지금 여기에 있다.

그 외에 무엇을 더 바랄까?” - 쓰루미 순스케

 

<미움받을 용기>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일본 아들러 심리학의 일인자 기시미 이치로나이 듦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낸 <마흔에게>는 다른 책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중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는 않다. 그보다는 조금씩 늙어가는 과정에서 느낄 수는 무력감을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철학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노화를 변화로 받아들이고 죽음을 차분하게 준비할 수 있는 철학적 메시지와 함께 저자가 직접 경험한 간병을 통해서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 부모님의 간병을 통해서 죽음과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고 치매를 앓고 있던 아버지를 통해서 과거의 기억보다는 바로 현재가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며 지금, 여기를 살라고 말하고 있다. 과거의 향수 속에서 사는 것도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며 사는 것도 지금, 여기를 소중하게 여기며 현재를 사는 것보다는 무의미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P.153. 과거는 바꿀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부분에, 다른 각도에 초점을 맞추고 과거를 바라볼 수 있다면 자신을 탓하며 후회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저자는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 결정은 스스로 내려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자기중심성에서의 탈피해야 한다는 것을 어른이 되기 위한 3가지 조건으로 말하고 있다. 이 조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저자는 50세쯤 되면 철학을 공부해보라 권하고 있다. 많은 경험과 기억들이 철학을 공부하기에 적당한 때라고 말하며 플라톤 철학을 만나보기를 권하고 있다. 그런데 솔직히 철학을 공부하기보다는 이 책을 여러 번 접하며 저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를 몸에 익히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옆에 두고 자주 접하기 위해 소장할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P.187.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할 때 용기는 생긴다.”

 

P.42. 뺄셈이 아니라 덧셈으로 산다.

 

나이가 들수록 지난 과거 속의 나와 비교하며 부정적인 뺄셈을 하지 말고 그래도 이만큼은 해냈다는 덧셈을 하며 긍정적으로 살라고 하고 있다. 그리고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남에게 관대하게 살아가는 심리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내가 행복하면 내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행복해진다고 스스로 행복하게 살라고 한다. 그런데 행복은 성공과 다른 것이라며 지금도 우리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왜 지금 우리가 행복한 것일까? 저자가 말하는 행복을 만나보면 우리 모두는 행복할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나이 듦의 슬픔을 이겨내는 길도 보여주고 있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지금, 여기에서 행복한 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바로 이 책<마흔에게>를 만나서 행복의 참된 의미를 느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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