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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 ㅣ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은모든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평점 :
이별은
예고 없이 갑자기 찾아오는 까닭에 그 슬픔과 아픔이 깊이를 더하는 듯하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은 너무나 갑자기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서 마음을 더욱 슬프고 아프게 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절대 비극을 향해 나이 들어간다.
죽음이라는
절대 비극은 누구도 피할 수 없기에 살아있는 동안의 행복을 그리 절실히 찾는 것 같다.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행복했다고 해서 죽음이라는 비극이 희극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비극이라면 죽음이라는 존재를 인정하고 천천히 받아들일 수 있다면 조금은 편해질지도 모르겠다.
은모든 작가의 장편소설 <안락>에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다양한 반응들을 만날 수 있다.
죽음을
준비하는 할머니를 바라보는 많은 이들에게서 나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준비한다고
해서 슬픔이 줄고 아픔이 덜하지는 않겠지만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보고 싶은 이들과 눈도 한번 마주치지 못한 체 이별하는 것보다는 좋을 것
같다.
가족들
한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맞추며 손을 잡고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마지막 행복일 것 같다.
그런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이들과의 마지막 이별을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좋을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주인공은
젊은 지혜이지만 이야기는 지혜의 할머니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할머니가
살아온 과거를 들려주고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오늘을 보여준다.
그리고
할머니가 선택한 미래를 주제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안락사(euthanasia)
는
그리스 단어인 eu(good,
well) 와
thanatos(death)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안락사라는 표현보다는 ‘웰
다잉’이라는
표현을 더 자주 접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할머니의 ‘웰
다잉’
선택을
두고 벌어지는 가족 간의 갈등보다는 웰 다잉을 선택한 할머니의 심리와 할머니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심리 묘사가 주요 흐름을 이루고
있다.
점점
멀어지는 건강함을 아쉬워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가족들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미래의 어느 시점에는 ‘웰
다잉’이
보편화될듯하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어느
때부터인지 모르지만 ‘웰
빙’
만큼이나
‘웰
다잉’이
중요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이 듦과 건강은 반비례일 수밖에 없으니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나의 부모님께서 ‘웰
다잉’을
선택하신다면 어떨지는 책을 덮은 지금도 알 수가 없다.
혼란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