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이 남는다
나태주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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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시리즈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시인 나태주의 신작 시집을 만나보았다. 너무나 유명한 시(詩)를 창작한 70대의 노시인이 이번에는 또 어떤 시를 보여줄까? 반가움과 설렘으로 시집을 열어보았다. 삶의 깊이가 묻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이 사랑이라는 주제 아래 가지런히 놓여있다.

​시인은 인생에 대해서 묻는다면 사랑이라고 답하고 싶다고 말한다. 나태주의 시집<사랑만이 남는다>는 '사랑만이 답입니다'라는 시인의 글로 시작한다. 이번 시집의 주요 흐름을 '시인의 말'을 통해서 친절하게 말해주고 있는데 딱히 시인의 글이 아니더라도 시집에 담긴 시들만으로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오랜 작품 활동을 통해서 보여준 시인의 삶에 대한 애착이 고스란히 담긴 시집을 통해서 '사랑'을 보고 '인생'을 생각하게 된다.

시집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시인은 1부 남몰래 혼자 부르고 싶은 이름을 세상의 모든 애인들에게, 2부 당신 있음이 그냥 행복이다를 세상의 모든 아내들에게 그리고 3부 너를 생각하면 가슴속에 새싹이 돋아나를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들려주고 싶어한다. 시인은 풀꽃 시인으로 유명하지만 딸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3부에서 보여주는 시인의 '사랑'은 앞에서 들려주는 사랑보다 더 애절함이 느껴진다. 어쩌면 '너도 그렇다'의 주인공은 시인의 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접한 3부의 시들은 모두 내 마음속에 새기게 되었다. 시인이 사랑하는 방법으로 내 아이를 사랑하고 싶다. 자세히, 오래, 천천히 바라보며 아이에게 시간을 주고 싶어졌다. 조금 늦더라도 사랑이 충만한 어른이 되어가는 아이를 바라보고 싶다.

너무나 많은 아름다움이 담겨있지만 화려하지 않다. 담백하고 솔직한 작품들이 편안하게 마음에 와닿는다. 천천히 빠르지않게 다가서지만 어느샌가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한다. 강렬하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강한 울림으로 빛을 내고있다. 나태주 시인의 작품들이가지는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은은하게 다가와서 오래도록 깊은 곳에서 머물며 짙은 향기를 발산하는 향기로운 매력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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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02 - 멋진 신세계, 2021.1.2.3
문지혁 외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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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epiic)은 다산북스에서 출판하는 계간지이다. 서사시나 서사문학을 뜻하는 epic에 모음 'i'를 하나 더해 만든 책에는 'i'가 많이 등장한다. 창간호(에픽 #01)에서 'i'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i'는 '자아'를 뜻한다고 한다. 그러니 'i'의 수는 정할 수 없을 것이다. 무수히 많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자아를 우리는 오늘도 마주하게 될 것이니 말이다. 내가 아는'나'와 남이 보는'나'는 다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내 속에 자아가 하나만 있다면 그것은 또 얼마나 심심할지. 정말 제목부터 확 끌리는 책이다.

​이 책<에픽#02>는 크게 3개 part로 구성된다. 그 속에 논픽션, 에세이, 리뷰, 픽션 등이 담겨있다. 픽션에 담긴 5개의 소설은 각 작품의 개성을 뚜렷하게 맛볼 수 있어서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을 검색하게 한다. 리뷰에 소개된 작품들을 접해본 것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깊이 있는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힐링 되는 듯했다. 논픽션에서는 자신의 자리에서 자기 자신을 지키며 열심히 살고 있는 이들의 진솔한 삶을 만날 수 있는 감동을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TV프로그램『1박2일』막내 작가였던 김대주 작가가 들려준 에세이에서는 어느 평범한 하루가 가지는 의미를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며 재미나게 보여주고 있다.

p.194. 운명이란 영원한 실패를 인정하기 위해 인간이 발명해낸 변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사건의 개요를 미리 감지하고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실패로부터 도망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이야기는 i+i 앞장과 뒷장 사이의 우주에서 들려주는 '책을 만드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책이, 종이로 만든 책이 가지는 가치를 생각하며 책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다. '렉또베르쏘'라는 공방의 대표와 문지혁 작가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잘 조화를 이루어 책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에픽#02>에는 픽션과 논픽션을 조화롭게 배치해서 픽션 속에 'i'와 논픽션 속의 'i'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책의 첫 느낌은 노란색 표지 덕분에 밝고 따뜻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들도 따뜻하다. 마음 아프고 가슴 시린 이들의 이야기도 누가, 어떻게 들려주느냐에 따라 느낌을 달리하는 듯하다. 공감할 수 있는 '나'가 아픈 '상대방'의 마음을 어루만지듯 들려주는 이야기는 'i'에 대한 또 다른 접근 방법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i'가 '자아'를 뜻하든,'상대방'을 뜻하든, 추가된 글자 하나가 넓혀놓은 생각과 이야기의 폭은 정말 넓다. 그 폭넓은 생각들이 담긴 픽션과 논픽션의 만남이 너무나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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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 고대~근대 편 - 마라톤전투에서 마피아의 전성시대까지 ㅣ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빌 포셋 외 지음, 김정혜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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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만난다는 것은 언제나 설렘이 있는 기분 좋은 경험이다. 특히 역사가 재미나고 흥미로운 까닭은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에 따라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이번에 만나게 된 역사는 고대에서부터 근대까지의 세계사이다. 그리고 그 관점은 역사를 만나게 되면 늘 만나게 되는 전쟁을 중심으로 한 '흑역사'이다. 전쟁에서 우유부단한 사령관이 만들어낼 수 있는 흑역사는 모두 담긴 것 같다.

​이 책<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 고대~근대 편>의 주요 흐름은 로마의 역사와 미국의 역사이다. 그러다 보니 동양의 역사는 일본에 대한 이야기 두 개가 전부이다. 동양에대한 이야기는 빈약하지만 미국의 남북전쟁 이야기를 새롭게 만날 수 있었고, 미국을 중심으로 바라본 독일과 러시아를 접할 수 있었다. 세계 중심에 서있었던 영국에서 독립을 한 미국의 시작도 재미나게 만날 수 있다.

001에서 050까지 세계사에 이슈가 된 50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러고는 역사와는 다른 흐름을 보여주며 작가가 그려본 달라진 역사 이야기를 드려준다. 세포이 항쟁이 발발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문화의 차이를 알고 인정할 수 있었으면 지금 인도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029) 현재 가치 4억 달러의 건조비가 들어간 타이타닉호의 감시원에게 망원경이 없었던 까닭은? 높은 망대에서 멀리 내다보던 감시원에게 망원경이 있었다면 타이타닉의 운명은 바뀔 수 있었을까?(040) 히틀러가 빈 미술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면?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히틀러는 아마도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048)


그런데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의 진짜 재미는 '만약에'에 있다. 만약에 역사와는 다른 결정을 하게 되었을 때 세계사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 다수의 작품을 출간 한 작가들이 역사가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를 합리적인 추론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밝혀진 역사와 감춰진 이야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데 '만약에'라는 한편의 소설을 더 보여주는 것이다. 자신들의 장점을 살려 역사가 지나온 길과는 다른 새로운 길을 보여주고 있다. 그 길에서 만나보는 '만약에'가 정말 흥미진진하다.

p.232. 정말로 어쩌면 이 모든 게 가정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을지 누가 알겠는가?

역사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레닌과 스탈린, 히틀러에 대한 디테일한 만남을 즐거워할 것 같다. 미국의 독립 전쟁과 남북 전쟁의 숨은 이야기를 만나보는 것도 즐거울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은 역사의 한 시점에서의 다른 방향으로의 변화를 상상한 이야기 속 '만약에'를 만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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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먹는 여우의 겨울 이야기 ㅣ 책 먹는 여우
프란치스카 비어만 지음, 송순섭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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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먹는 여우' 시리즈의 새로운 책을 만나본다. '책 먹는 여우' 시리즈를 처음 만난 건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이니 벌써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래도 꾸준하게 만남을 유지하고 있는 책들 중에 하나이다. 재미나고 유쾌하고 거기에 감동도 탑재한 멋진 동화책이다. 어린아이들에게는 꿈을 어른들에게는 감동을 선물해 준다는 틀에 박힌 상투적인 표현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멋진 작품이다. 그래서 '책 먹는 여우'시리즈와의 만남은 앞으로 쭉 이어질 것 같다.

​이번 이야기<책 먹는 여우의 겨울 이야기>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산타클로스에 대한 것이다. 일하기가 너무나 싫어서 게으름을 피우던 여우 아저씨에게 책이 가득 담긴 소포가 도착한다. 그런데 여우 피에니에게 갈 책들이 잘 못 온 것이었다. 그렇게 여우 아저씨는 책을 돌려준다는 핑계로 일은 뒤로하고 여행을 떠난다.

피에니는 산타클로스에게 오는 편지의 답장을 대신 쓰고 있다고 말하며 산타클로스가 살고 있는 산을 가르켜준다. 하지만 여우 아저씨는 그 말을 믿지 못하는 것 같다. 산타클로스는 어린아이들에게는 실존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이제 조금만 커도 허구의 존재가 된다. 우리는 몇 살 때쯤 산타클로스와 헤어지게 된 걸까? 여우 아저씨는 헤어졌던 산타 할아버지를 실제 영접하게 된다. 그러고는 달콤한 휴가도 잊은 체 산타 할아버지가 부탁한 일을 하기 시작한다. 이번에도 착각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산타 할아버지가 여우 아저씨를 피에니로 착각한 것이다.

​

아픈 피에니 대신 여우 아저씨가 하게 된 일은 아이들의 편지에 답장하기이다. 모든 편지에 답장을 쓰며 웃고 울며 뿌듯해하는 여우 아저씨를 보면서 우리도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함께 웃고 함께 울 수 있는 이야기가 담긴 편지들에 답장하면서 감동적인 이야기는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면 '책 먹는 여우'가 아니지 싶을 때 흥미로운 이야기는 다시 이어진다. 여우 아저씨의 다음 일은 무엇일까? 선물 포장일까? 그런 재미없는 일은 아니다. 여우 아저씨가 들려주는 산타 마을 이야기를 통해서 재미와 감동을 함께 맛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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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미터O
이준영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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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창조주에게 묻고 싶었다. 자신이 태어난 이유가 대체 무엇이냐고.(p.9)

이준영의 SF 장편소설 <파라미터 O>의 첫 문장이다. 이 문장이 소설에 담긴 모든 내용을 함축하고 있는듯하다. 하지만 끝까지 읽어야만 소녀가 가진 의미를 알 수 있다. 또 미래 사회를 창조하는 인간과 종교적인 의미의 창조주가 충돌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도 결국은 끝까지 깊은 생각에 머물게 한다. 작가는 거기에 더욱 철학적인 화두를 던진다. 우리가 태어난 이유.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끝까지 묻고 우리들에게 답을 요구한다. 삶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인가?

 

이야기는 멀지 않은 미래에 멸망의 길을 걷게 된 극소수의 인류가 '시설'이라는 작은 공간에 살아가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작은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인간은 '인류 회의'를 중심으로 얼핏 보기에는 이성적인 사회를 이어가는듯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비이성적인 모습이 많이 보인다. 하루 종일 기계에 의존해 쾌락에 빠져 있는 인간도 보이고, 위기 상황에서 약자들의 목숨을 자신들의 수명 연장을 위해 가차 없이 빼앗으려는 인간도 보인다. 이 소설은 SF 소설이 맞다. 심지어 정말 재미난 SF 소설이 맞다. 하지만 이야기가 들려주는 깊은 내용은 마치 철학 책을 읽는 듯하다. 우리들에게 깊은 생각을 계속해서 끌어내고 있다.

 

이야기에 주된 흐름은 시설 밖 어딘가에 있는 엄마를 찾고 싶어 하는 엔지니어 조슈가 자신만 모르고 있던 엄마의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간단하게 줄여서 말할 수 있는 사건들이 아니라 삶의 목적, 창조주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다. 정말 멋진 이야기가 황폐한 마지막 인류를 통해서 빛을 발하고 있다.

p.281. "목적이 없다면 우린 하루하루 똥만 만드는 기계일 뿐이에요. 목적 없이는 인간답게 살아갈 수 없다고요."

 

파라미터 O는 인공지능의 극상의 모델이지 싶다. 입력한 대로 움직이는 인공지능 로봇이 아니라 지적인 활동을 하며 동료를 위한 추모도 할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 이브. 이브와의 만남이 엔지니어 조슈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게 된다. 스스로 자신들의 종족을 복제해 내는 인공지능 로봇들은 자신들을 만든 '인간'을 창조주라 부른다. 미래 사회를 만들었으니 인간을 창조주라 부를 수 있을까? 우리 인간이 인간을 창조주라 부를 수는 없지만 AI들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바로 이 부분에서 조금씩 불거진 갈등은 극에 달한다.

 

과학이 만들어낸, 창조해낸 미래 사회는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에게 삶의 목적을 정해주는 '파라미터 O'에 무엇이라 적어야 하나? 인간에 대한 절대복종. 어쩌면 감정을 가진, 스스로 번식하는 인공지능들에게는 너무나 잔인한 문구가 될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만나본 SF 소설이 팍팍한 삶을 돌아보게 할 줄은 몰랐다. 너무나 큰 울림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우리들의 '파라미터 O'는 무엇일까? 인간에게 삶의 목적을 묻는 너무나 논리적인 AI 이브를 만나기 전에 알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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