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락모락 - 우리들은 자라서
차홍 지음, 키미앤일이 그림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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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이야기를 만나본다. 지은이를 모르고 만나는 문학동네의 재미난 '블라인드 이벤트'에서 만나게 된 <모락모락>우리들은 자라서는 화자話者도 정말 색다르다. 우리들 삶을 함께하는 신체의 일부지만 대우를 받지 못하는 부분인 '머리카락'이 이야기를 풀어간다. 군대 갈 때는 짧게 자르기도 하고 다양한 컬러로 염색도 하고 수시로 곱슬곱슬 말았다가 스트레이트로 펴기도 하는 머리카락이다. 그러고 보면 정말 많이도 괴롭히는 것 같다. 그래도 이 책의 화자는 즐겁게 세심하게 주인과 함께 야위어간다. 

태어나면서부터 요양원에 들어가기까지를 촘촘하게 그려내고 있어 좋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이 책의 글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일러스트가 이야기가 주는 편안함을 극대화하고 있다. 머리카락이 함께한 주인의 일생을 유머러스하게 들려주다가 차분하게 마무리하는 멋진 에세이이다. 저자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평온함을 전해주는 따뜻한 사람일 것 같다. 


58. "잘해낼 거야. 응원할게."

너는 그 말이 얼마나 많은 말들을 버린 후에야 나온 것인지를 알게 되었네.

이제 너는 추억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말야.


블라인드 서평단을 위해 만든 특별 에디션이라서 더욱 애정이 간다.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일러스트도 매력적이지만 인생의 각 시기별로 특징을 잡아 짧게 표현한 저자의 글들도 매력적이다. 때론 웃음을 또 때로는 울음을 전해주는 감성적인 글은 우리 인생을 고스란히 압축해 놓은듯하다.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따스한 문장과 편안한 그림으로 너무나 잘 표현해서 감동의 깊이를 더한 책이다. 

제목 모락모락이 머리카락이 자라는 모습을 뜻하는 것인지 모락모락毛樂毛樂이 머리카락의 즐거움을 말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님의 인생을 보고 있는듯해서 모락모락母樂母落으로 읽게 된다. 세상의 모든 어머님들께 바치는 멋진 감성 에세이로 보인다. 공감하며 글과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어머니에게 닿아있을 것이다. 시크한 머리카락이 들려주는 삶의 진솔한 이야기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들어오는 매력적인 책이다.



"문학동네로부터 블라인드 에디션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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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인간 - 팬데믹에 대한 인문적 사유
조르조 아감벤 지음, 박문정 옮김 / 효형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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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발생 초기 다수의 전염병 전문가들과 정부는 '마스크'착용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고 곧 '거리 두기'와 함께 의무가 되었다. 공공장소에서의 '방역조치' 준수는 아무 거부감 없이 지켜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지금도 마스크는 외출 시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그래서 팬데믹 초기 마스크 착용을 반대하는 일부 국가의 국민들을 보며'왜 저러지' 싶었다. 하지만 어느 이탈리아 철학자의 글을 통해서 그들의 생각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p.48. 영원히 긴급상태인 사회는 자유 사회가 될 수 없다. 루이는 지금 소위 '안전의 명목'으로 자유를 희생하며, 두렵고 불안한 상태에 영원히 살도록 우리 스스로를 정죄한 사회에 살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은 <얼굴 없는 인간>펜데믹에 대한 인문적 사유를 통해서 각국이 행하고 있는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 봉쇄정책과 영업제한 등의 '방역 조치'는 개인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초헌법적 행위라며 자신의 생각을 짧은 글 속에 촘촘하게 담고 있다. 생각도 못 했던 부분을 들려주고 있어서 너무나 큰 임팩트와 함께 다가온 흥미로운 책이다. 처음 만난 철학자의 글이 이렇게 친숙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노사상가의 필력이 고스란히 담긴 탓인듯하다. 철학 책을 좋아할 뿐 철학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지만 저자의 친절 덕분에 정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p.137. 순수한 생물학적 존재로 축소된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며, 정부가 인간 외 사물을 지배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짧은 글들이 향하는 한 곳은 '인간의 자유'인 듯하다. 인간의 진정한 존재감은 '자유'를 바탕으로 존립하는데 팬데믹이라는 괴물이 소통의 자유를 가로막은 것이다. 그런데 팬데믹 상황을 세계 각국의 정권들이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전체주의를 우려하고 있다. '통제'를 위해서 '보건'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자본 민주주의는 지고 전체주의가 대세가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런데 인간이 생물학적 존재로 축소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최소한의 의미가 생물학적 인간이 아닐까? 죽은 뒤에, 병들어 누운 뒤에 '자유'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정말 많은 생각을 끌어내는 책이다. 


p.138. 언어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존재하는 개방성, 우리의 '얼굴'이다.


철학 책을 읽는 재미, 특히 서양의 철학자의 글을 만나는 재미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흥미로운 생각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철학 책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은 평소 쓰지 않던 '생각 근육'을 엄청나게 사용하게 한다는 것이다.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에 대한 다른 생각을, 판데믹을 대하는 다른 주장을 만나보고 싶다면 조르조 아감벤의 생각(『얼굴 없는 인간』, 『저항할 권리』)을 만나보길 바란다.



"효형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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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사람들 부크크오리지널 7
보루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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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루 작가의 장편소설 <사라진 사람들>는 두 갈래로 나뉘어 전개된다. 한 갈래는 이 소설의 스토리가 펼쳐지고 또 다른 한 갈래는 SKC 방송사의 시사프로그램 <진실을 말하다>를 보여준다. 범죄자의 인권에 대한 방송과 소설의 스토리가 어떤 접점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두 흐름의 접점을 만나는 순간 소설은 다시 읽힌다. 전혀 다른 이야기가 숨어있다. 실종과 살인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소설과 범죄자의 인권과 교화라는 주제로 펼쳐지는 방송이 교차하는 순간 엄청난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p.176. "이제 가야겠어요. 아무튼 선생님, 꼭 찾으세요.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요. 꼭."


p.299.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기억이 돌아오고 있어."


가끔씩 보여주는 복선을 흥미롭게 따라가다 보면 범인을 쉽게 특정 지을 수 있다. 그런데 진짜 그 사람이 범인일까? 무언가 너무 쉽다는 생각에 빠져들 때쯤 이야기는 결말에 다다르고 방송은 사형제도 등의 형벌을 지나 교화 방법에 대해 들려준다. 그리고 이 소설의 멋진 매력과 만나게 된다. 두 흐름의 교차가 만들어내는 대반전.


스토리는 단순하다. 실종된 아내를 찾아 나선 주혁은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장수, 정연, 보배를 통해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다. 처음부터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 사진은 물론 이름마저 없어진 아내를 주혁은 찾을 수 있을까? 


그런데 주혁의 아내가 실종된 후 나머지 세 사람의 사진에 없어졌던 그들이 찾는 이들의 모습이 돌아온다. 장수는 사라졌던 딸을 딸이 다니던 학교 앞에서 목격한다. 그리고 며칠 뒤 장수의 딸은 주검으로 발견되고 장수는 사라진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세 사람은 실종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 나선다.


'멍하니 허공을 바라본 눈을 끔뻑였다.'로 시작된 스토리는 '다음에는 누구로 눈을 뜨게 될까나.'로 끝을 맺는다. 밤에 같이 침대에 누워 잠들었던 사람이 아침에 사라진다면 어떨까? 그런데 더욱 당황스러운 건 옆에 누웠던 사람의 존재를 자신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면 어떨까? 정말 흥미롭고 재미나게 읽었다. 하지만 결말에서 앞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읽어온 앞의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부크크오리지널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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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지옥에서 왔습니다 - 방송월드에서 살아남은 예능생존자의 소름 돋는 현실고증
김주형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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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방송국 대표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을 비롯한 예능 작품들을 연출한, '예능 PD'란 타이틀로 20여 년을 활동한 김주형 PD의 흥미로운 삶을 만나본다. 예능 PD답게 제목부터 남다른 유머를 보여준다. <재미 지옥에서 왔습니다>의 내용은 저자가 살아온 길을 차분하게 보여주고 있다. 


공대생이 방송국 PD 그것도 예능 PD가 되기까지의 재미난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런닝맨>제작 뒷이야기까지 '과거'이야기도 들려주고, '변화하는 물결에 올라타자'라는 첫 장의 제목처럼 끝없이 도전하는 저자의 '현재'이야기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마지막 장의 제목'앞으로도 지옥에 살리라'처럼 앞으로도 도전하는 삶을 살 것이라며 '미래'이야기를 들려준다. 


많은 드라마나 영화 등을 통해서 접한 방송국 사람들은 시청률이라는 잣대에 사활을 거는 듯하다. 저자 또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시청률과의 전쟁을 치렀고, 그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놓고 있다. 자신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제작 과정과 뒷이야기 그리고 '멱PD'라는 별명을 갖게 된 에피소드까지 오랜 경력에서 나오는 여유가 글에서도 느껴진다.


자유롭게만 보이던 방송국 사람들의 일상은 그 속에서 직접 부딪친 일상들과는 전혀 달랐다는 저자는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기회를 기다린다. 그리고 기회가 찾아왔고 그 기회에 행운도 따라준다. 그렇게 성공한 예능 PD는 또 다른 도전을 위해 방송국을 퇴사하고 새로운 시작에 뛰어들었다. 

그가 선택하고 도전한 예능 PD라는 직업이 주는 즐거움과 어려움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서 '방송국 사람들'에 도전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직업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알 수 있게 해줄 것 같다. 특히 베테랑 PD가 들려주는 '팁'은 현역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 같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많은 재미난 책이다.



"북폴리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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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길들이기의 역사 - 인류를 사로잡은 놀라운 과일 이야기
베른트 부르너 지음, 박경리 옮김 / 브.레드(b.read)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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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길들이기의 역사>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과일의 현재를 아주 먼 옛날의 조상 과일들부터 보여주고 있다. 사과나 배, 오렌지처럼 한 가지 과일의 역사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과일이라는 범주에 속한 것들의 역사를 들려주고 있다. 중요 이슈를 바탕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재미난 그림들을 보여준다. 엄청난 분량의 자료를 분석하고 연구한 흔적을 보여주듯이 정말 다양한 자료들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명화, 사진, 포스터 그리고 각종 사료 등의 멋진 삽화들이 시각적인 즐거움을 배가 시켜주고 있는 책이다.

철학가들의 글과 작가들의 작품 속 표현 등 과일 또는 과수원과 접점이 있는 작품들을 정말 많이 그리고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저자의 생각에 수월하게 다가서게 해주고 있다.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기에 담긴 소중한 글도, 모파상의 감성 넘치는 편지도 그리고 안톤 체호프의 「벚꽃 동산」도 만나볼 수 있다. 거기에 제목부터 과수원을 확실하게 예찬하고 있는 「과수원에서」의 버지니아 울프도 만날 수 있다. 고흐 등의 유명 작가들의 명화들도 만날 수 있어 흥미로웠다.


p.282. 정원은 피난처이자 사색을 위한 장소였으며, 감각적인 인상으로 선명한 꿈에서 깨어나는 장소였다.


p.298. 과수원은 분명히 전통, 관습, 이야기의 보고다.


야생의 과일을 집으로 또 정원으로 과수원으로 끌어들인 인간들은 품종 개량을 꿈꾸고 천천히 실현시킨다. 접목 등을 통한 흥미로운 개량 과정을 만나보는 즐거움도 컸지만 저자가 들려주는 특별한 이야기들도 흥미로웠다. 16세기 독일어권 유럽은 법에 모든 부부는 과일나무 여섯 그루를 심고 돌보아야 하고 그러지 않을 경우 결혼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3000살이 넘은 올리브 나무가 있다는 사실도, 같은 살구속이지만 아몬드와 복숭아는 되지만 아몬드와 살구는 접목이 불가능하다 사실도 너무나 흥미로웠다. 개가 '감귤 그린병'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


과일이 상업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중간중간 재미난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글을 마주하게 된다. 전통적인 과일 재배법으로의 회귀를 넌지시 제시하고 있다. 자연을 위해, 지구를 위해. 각 지역별 재미나고 특색 있는 풍습들도 만나볼 수 있어 과일을 따라서 세계 여행을 하고 온듯하다. 시를 비롯한 흥미로운 '글쓰기'를 고대에서 중세 그리고 니체까지 만나볼 수 있는 멋진 책이다. 



"b.read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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